컨텐츠 바로가기

05.09 (목)

버락 오바마가 前백인 여자친구에게 보낸 편지 공개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대학 시절 사귀었던 백인 여자친구에게 썼던 편지가 19일 공개됐다.
이 편지에는 당시 이 여자친구에게 보였던 오바마의 애정을 담은 표현뿐만 아니라, 가난한 집에서 흑인으로 태어난 오바마가 젊은 날 인종·사회 계층·돈에 대해 가졌던 불안감이 그대로 담겨 있다.


미국 조지아주의 에모리대학교는 오바마의 전 여자친구 알렉산드라 맥니어로부터 오바마가 쓴 9통의 손편지를 기증받아, 이를 대학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공개된 편지는 오바마는 1982년 9월부터 1984년 4월 사이에 보낸 것으로, 이 시기 오바마는 캘리포니아의 옥시덴탈 칼리지를 다니다가 뉴욕의 컬럼비아대로 옮겼다. 편지의 수신자인 여자친구 알렉산드라는 캘리포니아주에 있었다.


로즈메리 매기(Magee) 에모리대 도서관장은 “이 편지에는, 청년 오바마가 정체성(正體性)과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것이 보인다”며 “지금의 청년, 학생들이 직면한 일반적인 고민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는 이 시기의 한 편지에선 “내가 너를 보고 싶어하고 그리워한다는 걸, 잘 알 거야. 너에 대한 내 생각은 바다만큼 깊고, 내 마음은 너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득 차 있다”고 썼다. 그러나 미 대륙의 동서를 잇는 연애는 오래가지 못했다. 1983년에 보낸 한 편지에서 오바마는 “널 많이 생각하지만, 내 감정은 혼란스럽다”며 “우리는 가질 수 없는 걸 서로에게 원해. 그게 우리 사이를 구속하고 갈라놓았다”고 해, 둘 사이의 관계가 끝나가고 있음을 시사했다. 1989년 여름, 오바마는 지금의 아내 미셸 로빈슨을 만났다.

오바마는 또 한 편지에선 자신이 케냐 출신의 아빠와 백인 엄마 사이에서 하와이에서 태어났고 유년 시절은 인도네시아에서 보내, 자신의 ‘금수저’ 친구와는 사뭇 다른 배경에도 좌절감을 가졌다. 그는 “친구의 배경과 안전망, 지원세력이 없는 나는 다른 길을 택해야만 한다”며 “소외감을 완화할 유일한 길은 그들의 모든 전통과 배경을 흡수해 내 것으로 만들고 내가 그들의 일부가 되는 것”이라고 적었다.

또 1983년 대학을 졸업하고, 유년시절을 보냈던 인도네시아에서 보낸 편지에선 “나는 더 이상 인도네시아어를 잘 하지 못했고, 그들에게 나는 그냥 경멸 받는 미국인이었다”고 썼다. 어린 시절 자신의 한 부분이었던 인도네시아가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혼란함을 담았다.

사회 초년생 오바마는 ‘돈’에 늘 쪼들렸다. 이 시절인 1983년에 쓴 한 편지에서 오바마는 “일주일 치 보낸 이력서의 우표 값을 지불하고, 타자기를 대여하려고 수표를 끊었는데 잔액 부족으로 부도가 났다”고 썼다. 그는 “지역사회 봉사요원으로서의 급여는 너무 낮아 당장 생존하기도 어렵다”며 “앞으로 1년은 좀 더 큰 곳에서 일하면서 돈을 충분히 모아야겠다”고 썼다.

오바마가 1984년 보낸 편지엔 더 많은 영향력을 갖고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보다 진지하게 고민했던 내용이 담겼다. 그는 “지금 내 생각은 학교 때 품었던 생각들처럼 명쾌한 것은 아니지만, 내가 더 참여적이 된다면 이 생각들은 ‘즉각적’이고 ‘유용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적었다.

매기 도서관장은 “오비마 편지의 많은 내용은 지금의 학생들도 공감하고 관련이 있어 공개했다”고 말했다. 그는 “누구나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 예측할 수 없고, 오비마 또한 당시 자신의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이주영 인턴]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