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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네이버, 뉴스 ‘배치 조작’ 시인…청탁받고 기사 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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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프로축구연맹 청탁으로 비판기사 재배열

한성숙 대표 “책임자 처벌·재발 방지” 사과

네이버 뉴스 배치 공정성 논란 증폭

네이버 “일반 뉴스는 달라” 선 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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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숙 대표 사과문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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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미디어 검색의 70% 가까이를 점유하고 있는 네이버가 청탁을 받고 뉴스 배치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동안 뉴스 배치 조작 의혹은 있었지만, 사실로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20일 네이버 포털에 사과문을 올려 “외부 요청에 따라 ‘네이버 스포츠 서비스의 기사가 재배열됐다’는 의혹의 보도가 있어 감사를 했더니, 담당자가 재배열 요청을 일부 받아들인 적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는 “동일한 조직 내에 스포츠 기사를 배열하는 부문과 언론 취재의 대상인 스포츠단체와 협력하는 부문이 함께 있어 구조적으로 문제의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지 못했다. 이는 회사를 이끄는 내 책임이 크다”고 사과했다. 이어 “조직 구성이 같은 ‘네이버스포츠’와 ‘네이버연예’에서 다음 달 1일까지 서비스를 운영하는 부문과 기사 배열을 담당하는 부문을 분리하고, 스포츠·연예 기사 배열의 투명성을 강화해 나가겠다. 문제의 책임이 있는 담당자는 징계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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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프로축구연맹 김아무개 팀장이 네이버 금아무개 이사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발췌 내용. 제공:엠스플뉴스


이번 네이버의 조작은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청탁을 받아 행해졌다. 이날 오전 스포츠 전문 온라인매체 <엠스플뉴스>는 프로축구연맹의 홍보팀장이 네이버의 스포츠 난 담당 간부에게 수시로 ‘연맹을 비판하는 기사를 잘 보이지 않게 재배치해달라’고 청탁했고, 실제 네이버 쪽이 이를 수용한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가 공개한 문자메시지는 프로축구연맹의 김아무개 팀장과 네이버의 금 아무개 이사가 2016년 10월3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다. 김 팀장은 금 이사에게 ‘K리그의 기사 관련한 부탁은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이번 한번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미안합니다’ 등의 문자메시지를 보내 뉴스 배치 조작을 청탁했다.

네이버 뉴스 콘텐츠의 배치와 관련한 공정성 시비는 이전에도 여러차례 불거졌다. 최근에도 특검의 ‘최순실 게이트’ 수사 과정에서 네이버가 삼성 요청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 관련 기사를 축소 배치한 의혹(<한겨레> 7월19일치 1면 참조)이 불거진 바 있다. 특검의 수사자료에 따르면, 2015년 5월 당시 최아무개 삼성 미래전략실 전무는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사장에게 “지금은 네이버와 다음에서 기사들이 모두 내려갔다. 포털 쪽에 부탁해뒀다”라며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대해 네이버는 “네이버가 경영의 핵심가치로 지켜오고 있는 플랫폼의 투명성을 훼손시켰을 뿐 아니라,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에게도 큰 상처를 남겼다. 플랫폼에 대한 신뢰와 직원들의 명예를 회복하고자 법적 대응을 포함한 모든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네이버는 그동안 강조해온 공정성이 큰 훼손을 입을 처지에 놓였다. 하지만 네이버는 일반 뉴스와 스포츠·연예 뉴스는 다르다고 해명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스포츠·연예’ 난은 별도 조직이 운영을 맡고 있다. 이번 건을 갖고 일반 뉴스 배치의 공정성까지 의심하는 것은 지나친 해석”이라고 주장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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