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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탈원전 속도전에 제동… 로드맵 수정 불가피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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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박빙 예상 깨고 19%P 큰 격차… 전문가 "장기적 방향성 동의, 각론은 수정해야"]

머니투데이

신고리원자력발전소 5·6호기 건설재개 결론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도 큰 영향을 줄 전망이다.

예상과 달리 건설재개 판단이 19%포인트나 높게 나온 것은 ‘과속’ 논란이 끊이지 않던 탈원전 정책에 국민이 제동을 건 셈이기 때문이다. 탈원전 로드맵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은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 핵심 공약이었다. 하지만 최소 2조6000억원에 달하는 매몰비용 등 건설중단에 따른 부정적 효과가 부각되면서 논란이 커졌다.

결국 정부는 지난 6월27일 문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신고리 5·6호기 공사를 일시 중단하고 3개월간 공론화 과정을 거쳐 공사 영구중단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정부는 현재 신고리 5·6호기 건설재개와 탈원전 등 에너지정책 전환은 별개의 사안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에너지 전환은 탈원전 등 개별적 이슈가 아니라 에너지 정책 전반의 패러다임의 변화를 의미한다”며 “신고리 5·6호기 건설재개와 별로도 로드맵을 흔들림 없이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물밑에서는 곤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신고리 5·6호기 건설이 사실상 탈원전 정책의 방향성을 결정할 가늠자 역할로 주목받아왔기 때문이다. 정부의 운신폭이 줄어들 가능성이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제 자유한국당 등 보수야당은 ‘신고리 5·6호기 건설재개 결론은 탈원전 정책에 대한 국민 심판’이라고 대통령 사과를 요구하는 등 또 다른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이르면 다음 달 발표하는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달리 2019년 총선 이후 나오는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탈원전 정책 수정 압력을 받을수도 있다.

특히 원전 정책에 대한 권고도 정부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제출한 대(對)정부권고안에는 ‘중장기적으로 원전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정부가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시민참여단 응답 비율은 53.2%였다.

반면 원전을 유지(35.5%)하거나 확대(9.7%)해야 한다는 의견도 45.2%에 달했다. 비록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서 ±3.6%포인트)를 벗어난 의견 차지만 무시하기는 어려운 비율이다. 탈원전 정책의 강도와 속도 조절이 불가피하다는 의미이다.

현재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크게 2가지다. 먼저 신한울 3·4호기와 천지 1·2호기, 천지 3·4호기 또는 대진 1·2호기 등 건설 중이거나 건설이 예정된 원전 6기 백지화다. 신한울 3·4호기와 천지 1·2호기 역시 이미 3400억원이 투자되는 등 건설이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도화선이 될 가능성이 있다.

노후 원전 수명금지도 논란이다. 국내 가동 중인 원전은 총 24기인데 2020년 월성 1호기를 시작으로 △2023년 고리 2호기 △2024년 고리 3호기 △2025년 고리 4호기·한빛 1호기 △2026년 월성 2호기·한빛 2호기 △2027년 한울 1호기·월성 3호기 △2008년 한울 2호기 △2029년 월성 4호기 등 11기가 줄줄이 수명이 다한다.

수명연장 금지는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이 규제당국인 원자력안전위원회에 계속운전 신청을 하지 않으면 되는데 노조 및 지역주민 등과 갈등이 예상된다. 입법으로 해결할 경우에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혀 상황이 더 복잡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조성봉 숭실대 경제학 교수는 “서프라이즈라고 할 정도로 예상보다 의견 차이가 크게 난 것이 사실”이라며 “시민참여단의 결론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탈원전 정책의 속도를 조절하는 방향으로 로드맵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도 “이번 결과는 장기적으로 볼 때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를 쓰자’ 전제에 대한 국민적 합의”라며 “사용후핵연료 등 남아 있는 원자력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유영호 기자 yhryu@mt.co.kr, 세종=정혜윤 기자 hyeyoon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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