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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애플 미시간 애비뉴 APPLE MICHIGAN AVE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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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스토어를 경험하라’의 저자 카민 갤로의 표현법을 빌려 보자면, 나는 제주도 동쪽 시골 마을 한동리에서 1만1185km를 달리고 날고 또 날아와 미국 시카고 강변에 새로 문을 연 애플 스토어 ‘애플 미시간 애비뉴(APPLE MICHIGAN AVENUE)’에 왔다. 해외여행 중 들른 게 아닌, 순전히 오픈과 관련된 이야기를 듣고 그 현장을 보기 위해 애플스토어를 찾아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내가 관심을 가진 것은 두 가지, 하나는 ‘투데이 앳 애플(Today at Apple)’이고 또 하나는 ‘커뮤니티를 위한 건축’이다.

시티라이프

시카고 강이 내려다 보이는 ‘애플 미시간 애비뉴’ 실내 계단 앞에 선 애플 리테일 담당 부사장 ‘안젤라 아렌츠(Angela Ahrendts)’가 말했다. ‘이제 온라인에서 일어서서 타운 광장으로 나와야 할 때가 왔다’. 들판에서 뛰어 놀던 대중을 네트워크 안으로 몰아넣었던 애플의 핵심 임원의 입에서 ‘이제 광장으로 나오라’는 말을 듣게 되다니, ‘애플 미시간 애비뉴’ 오픈의 과정과 철학적 가치 등을 설명하는 그녀의 표정만큼 내 마음도 감동의 물결이 일어나는 순간이었다. 네트워크 안에서 꿈틀대고 있는 사용자들에게 ‘나가서 놀자’고 이야기하는 것은 IT 기업에서 선언할 수 있는 최고의 가치이자 자신감이라 할 수 있다. 시카고 시간으로 10월20일에 개장하는 ‘애플 미시간 애비뉴’를 주목한 이유는 바로 이 말, ‘타운 광장으로 나와라’였다.

‘나오라’고 말하는 근거는 커뮤니티와 교육이다. 지난 5월, 애플은 전 세계 매장에서 지역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신규 교육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그 동안 애플 스토어에서 줄곧 이뤄졌던 판매, 사용법 교육, 사용자 질문 해결, 불만 사항 받아 주기와는 다른 내용이다. 사진, 동영상, 음악, 코딩, 아트, 디자인 등 라이프스타일과 인문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혹 할 만한 주제들이다. ‘애플 미시간 애비뉴’에서는 오픈 일정에 맞춰 10월23일 ‘액셀레이트 유어 스타트업 아이디어’ 강좌, 10월24일 ‘프로토타입 어 시빅앱’ 교육, 10월25일 ‘블랙 몽크스 오브 미시시피’의 ‘크리에이티브 콜라보레이션 아트’ 프로그램이 개최된다. 또한 10월26일엔 ‘포트그래프 시카고 네이버후즈 위드 VSCO’가, 27일에는 ‘컬티베이트 유어 보이스’라는, 문학을 통한 자기계발 체험 프로그램이 열린다. 애플 사용자이든 아니든 누구나 프로그램 웹사이트에 들어가 신청하면 참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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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프로그램들은 강력한 커뮤니티 성격을 지니고 있다. 세계 모든 도시의 애플스토어 직원들이 해당 지역을 잘 알고 있는 남녀노소들로 고용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투데이 앳 애플 프로그램을 이끄는 사람들 역시 지역에서 이미 활동하고 있던 아티스트, IT 전문가, 사업가, 그리고 일반 시민들로 구성되어 있다. 세계의 모든 애플 스토어에서는 지난 5월에 발표한 교육 프로그램의 리스트를 기반으로 투데이 앳 애플을 운영하고 있지만, 지역 특성에 맞는 독립적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이것이 단순한 교육이 아닌 ‘커뮤니티’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커뮤니티 개념은 ‘애플 미시간 애비뉴’ 건축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안젤라 아렌츠가 ‘타운 광장으로 나오라’라고 표현한 것과 애플 미시간 애비뉴 건축의 구성은 일치한다. 애플 미시간 애비뉴는 시카고강의 고색창연한 ‘미시간 애비뉴 브릿지(두세이블교) DuSable Bridge’와 시카고트리뷴 본사 앞에 위치한다. 이 건축물은 스티브잡스 시어터, 애플 유니온 스퀘어 등을 설계한 건축가 ‘스테판 비흘링(Stefan Behling)’에 의해 지어졌다. 예전에 강과 언덕을 가로막고 있던 장벽을 허물고, 자연의 지형을 그대로 살려 랜드스케이프의 일부로 디자인 했는데, 지표면과 일치하는 출입구, 통창으로 마감해 주변 지형을 관통하는 시야, 언덕의 높낮이를 보전한 구조, 강둑을 들락거릴 수 있는 통로 등 그야말로 지역 사회의 소통 광장으로서의 기능과 동선을 살려줌으로써, 애플을 애플 사용자들만의 것이 아닌, 시카고 커뮤니티의 중요한 거점으로 삼겠다는 의도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건축물은 애플의 철학과도 꼭 닮아있다. 애플은 기업 내부, 캠퍼스 시설, 사원 복지 등을 결코 이야기하지 않는다. 오직 제품만으로 사용자와 만나는 기업이다. 강 건너에서 바라보아도, 두세이블브릿지 위에서 내려다 보아도, 아침에 보아도, 해질녘에 다가가도 이 건물의 실체가 명확하게 보이는 시간은 없다. 그 타운 광장과 통창 안으로 들어가야 비로소 보고 느끼고 배우게 된다는 말이다.

애플 스토어의 또 다른 진화의 면모를 볼 수 있는 ‘애플 미시간 애비뉴’에 대한 시카고 시민의 반응은 내일 열리는 정식 오픈 행사 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나 또한 그 현장을 관찰하고 그들과 함께 타운 광장에 들어가 애플의 에너지를 느껴볼 것이다.

[글과 사진 이영근(IT라이프스타일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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