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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죄인 아닌 죄인이 됐다”…한 공익제보자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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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광주시립제1요양병원, 치매노인 폭행 영상 폐기 지시 제보자 ‘왕따’ 논란

이아무개(41)씨, 광주지검에 공익신고자보호법 위반 조사 진정



“죄인 아닌 죄인 취급을 받는 현실이 싫었습니다.”

광주시립제1요양병원에 근무하는 이아무개(41)씨는 20일 “하루하루가 지옥과 같아 더 이상 버티기 힘들어 (이달 말) 병원을 사직할 예정”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이씨는 지난 7월 이 병원에서 발생한 80대 후반의 치매 노인 폭행사건과 관련해 병원 쪽이 병원 안 폐회로 텔레비전 녹화 영상을 폐기하도록 지시한 사실을 가족들에게 알린 ‘공익제보자’이다. 이씨는 이같은 내용을 알린 뒤 내부 고발자로 몰려 업무에서 배제되는 고초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지난 19일 광주지검에 광주시립제1요양병원의 공익신고자보호법 위반 여부에 대해 진정서를 제출하고 철저한 조사와 처벌을 요청했다. 이씨의 법률대리인 김경은 변호사는 “병원이 이씨를 업무에서 배제하고 직원들에게 이씨를 따돌리게 하는 등 ‘누구든지 공익신고자 등에게 공익신고 등을 이유로 불이익조치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한 공익신고자보호법 제15조를 위반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출근하면 하루 종일 자리에 앉아 있다가 점심 시간이 되면 운동장에서 (혼자) 점심을 먹고 다시 퇴근할 때까지 자리에 앉아만 있다”며 “말을 걸거나 일을 시키는 사람은 없으며 먹을 것이 있어도 나를 배제하고 먹는 등 온갖 방법으로 사람의 인격을 훼손시킨다”고 주장했다.

이 병원은 지난 8월28일 이씨에 대한 인사·상벌위원회를 열어 징계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가 시민단체 등의 반발로 철회하기도 했다.

한겨레

광주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지난 19일 광주지검 민원실 앞에서 광주제1시립요양병원 치매노인 폭행 사건의 공익제보자 이아무개(41)씨에게 불이익을 주고 있는 병원 쪽의 처사를 밝히며 검찰의 조사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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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씨는 ‘7월10일 오전 이 병원 상위 관리자가 3층의 폐회로 텔레비전 녹화 내용을 삭제하라고 지시했다’고 가족들에게 제보했다. 이씨는 지난 7월7일 오후 2시께 의사이자 이사장 박아무개(68)씨가 병원 3층 격리공간에서 이아무개(87)씨가 폭행당했다며 가족들이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언론 보도를 보고 제보를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상급자의 일방적 지시에 의해 삭제했는데 치매노인 폭행사건이라는 것을 알고 ‘이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판단해 제보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광주제1시립요양병원 쪽은 “그 직원이 지난 6월 현재 부서에 배치돼 업무를 배우고 있던 중에 ‘폐회로 텔레비전 영상 삭제’와 관련해 해당 과장이 구속돼 업무를 배정하지 못했다”며 “(공익제보 뒤) 집단 따돌림이 있다는 보도가 나와 실제로 그런지를 알아봤지만 그런 내용은 없었다. 일단 이씨가 일을 할 수 있도록 업무는 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사건을 수사한 광주지검은 광주시립제1요양병원의 치매노인 환자 폭행 장면이 촬영된 폐회로텔레비전 영상을 삭제하도록 지시하는 등 증거를 인멸한 혐의로 이 병원 직원을 구속했다. 이 병원 의사이자 이사장인 박씨도 지난 19일 치매환자를 폭행해 부상을 입힌 혐의(상해)와 또 다른 환자에게 폭언을 한 혐의(노인복지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박씨 등은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시는 사건 뒤 광주시립제1요양병원의 운영을 맡아온 법인과의 위탁계약을 해지했다. 광주시립제1요양병원은 263병상 규모로, 2002년 4월 개원할 때부터 박씨가 이사장인 의료재단이 위탁받아 운영해왔다. 이 의료재단은 296병상의 광주시립정신병원도 1998년 4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광주/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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