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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단독] “직접고용 명령 당황스럽다”던 ‘불법파견’ 대기업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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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고용부서 직접고용 시정명령 받고

“예상 못해 당혹” 반응 보였지만

2012년부터 여러 차례 법적 검토

‘불법파견 가능성 크다’ 내부 결론

“직접고용 땐 노조 가능성” 지적도

한라홀딩스 회장에 보고 정황

이용득 의원 “노조혐오에 불법 지속”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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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결론이 나올 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당혹스러울 따름이다.”

지난달 22일 고용노동부가 생산 업무 전체를 2개 협력업체에 사내도급을 준 한라홀딩스 계열사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만도헬라)의 고용형태를 불법파견으로 판단해 협력업체 노동자 300여명을 직접고용하라고 시정명령한 데 대해, 지난 13일 한라홀딩스 홍보담당자가 <한겨레>에 밝힌 입장이다. 당시 언론들은 고용부의 시정명령에 대해 경영계 입장을 빌어 ‘파견과 도급의 경계가 모호하다’, ‘10년 넘게 도급으로 운영해왔는데 직접고용하라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의 기사를 쏟아냈다. 주요 판결을 통해 노동관계법 판례가 쌓이고 있지만, 불법파견·통상임금 등 기업에 불리한 입장이 나올 때마다 경영계는 “노동법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기업 경영에 부담을 준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 같은 한라홀딩스나 경영계의 주장과 달리, 만도헬라가 이미 5년 전부터 여러 차례의 법적 검토를 통해 현장 생산직 도급활용이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이 금지하는 ‘위장도급’(불법파견)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을 스스로 내린 사실이 내부문건을 통해 확인됐다.

1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용득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한겨레>에 제공한 만도헬라의 내부문건을 보면, 만도헬라가 생산직 도급활용에 대한 파견법 위반 여부를 처음 검토한 것은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대법원 확정판결 이후인 2012년 6월이다. 당시 작성된 ‘2012년 현장직 도급운영 개선(안)’을 보면, 만도헬라는 “적법하고 효율적인 도급운영”으로 바꿔야 한다고 적었다.

만도헬라는 이 문서에서 △도급업체 노동자 채용면접 △인사평가를 통한 포상 △물량이 아닌 인원수에 따른 도급비 산정 등이 “근로자파견법 등 관련 법률 위반”이라고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 문건은 불법을 개선할 방안을 나열한 뒤 “복리후생 일부, 업무상 지휘명령, 기자재·설비, 도급업체 전문기술 등의 경우 여전히 불법 하도급의 소지가 있으며 이에 대한 추가검토·개선 필요”라고 적었다. 문건에는 인건비 정산 방식을 바꾸겠다며 “노동부 감사 대응용 자료로 임의단가·수량 산정”이라고 적은 대목도 있다. 고용부 근로감독 등에 대비해 ‘서류준비’를 해놨다는 셈이 된다.

2013년 3월에도 한라홀딩스 계열사인 ㈜만도의 자문노무사(당시 노무법인 창조컨설팅 소속)의 자문을 받아 ‘엠에이치이(MHE·만도헬라) 도급운영 현황보고’를 작성했다. “현대차·지엠대우 불법파견 대법원 판례 및 새 정부 노동정책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합법적 도급운영 개선방향 검토”를 법률 검토의 목적으로 삼았다. 이 문서는 ‘종합의견’으로 “동종업계 감사동향 및 노동정책 추이를 주시하여 향후 정규직 전환 검토 필요”라고 적고 “정규직 전환 가정 시 금전적 리스크는 크지 않으나, 노동조합 관련 이슈 가능성 있음”이라고 밝혔다. 이어 “노경팀(㈜만도로 추정) 종합보고서 작성, 법무실 리뷰, 회장님 보고”라고 향후 일정을 적었다. 만도헬라의 불법파견 여부 검토에 대해 정몽원 한라홀딩스 회장도 보고받았을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노조 설립 이후인 지난 3월에는 직접고용에 드는 비용까지 추산했다. 영문자료인 ‘만도헬라 노동 관리 이슈’(MHE Labor Mgt. Issue)를 보면, 지난 2월 설립된 노조 현황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 뒤 “노조가 고용부에 고발하면, 고용부가 법정 근로시간 위반(주 52시간)을 지적할 가능성이 있다”며 “노동비용(3조2교대) 증가하는데 만도헬라가 커버해야 한다”고 적어뒀다. 만도헬라는 주야 2교대로 공장을 가동해 노동자 개인별로 최장 노동시간이 주 84시간에 이를 정도의 장시간 노동 사업장이었다. 이에 따라, 2조2교대 도급방식을 직접고용으로 바꾸면 36억원이 추가로 소요되고, 도급을 유지한 채 3조2교대로 운영하면 103억원, 직접고용으로 바꾼 뒤 3조2교대 운영 땐 157억원이 더 든다고 적어두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서 만도헬라의 당기순이익을 살펴보니 2016년 298억원, 2015년 230억원으로 나타난다.

이번 문건을 공개한 이용득 의원은 “만도헬라는 불법파견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엔 있지도 않았던 노조에 대한 혐오 때문에 불법을 유지하자고 회장에게까지 보고한 것”이라며 “회사 재정 여건상 직접고용이 충분히 가능한 것으로 나타난 만큼 지금 당장 고용부의 시정명령을 이행해야 하고, 국정감사에서 왜 그동안 불법을 방치해뒀는지 따져 묻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라홀딩스 홍보관계자는 고용부의 직접고용 시정명령에 대한 이행계획에 대해 “시정명령 이행기한이 내달 7일까지여서 다양한 방안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검토 중”이라며 ‘그동안 불법파견 해당 여부를 검토한 적이 있나’라는 질문에 대해선 “전혀 없다. 그런 문건이 있을 리가 없다”며 문건의 존재 자체를 부인했다. 그러나 해당 문건은 이미 만도헬라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만도헬라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소송’에 증거로 제출된 문서여서 회사 쪽에서 이 문건의 존재를 모를 가능성은 매우 낮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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