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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1 (금)

[friday] 올가을엔 블랙·가죽… 시크해진 '빵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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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전사의 상징?

1923년 가브리엘 샤넬이 여성 모자로 처음 내놔

단발머리에 베레모 쓴 '보니 스타일'로 유명해져

베레모에 꽂힌 디올

가을·겨울 컬렉션에서 68가지 의상에

검은 가죽 베레모 코디 네이비와 특히 잘 어울려

어떻게 쓸까

앞머리 살짝 내고 쓰면 한층 더 귀여운 느낌

머리 묶고 베레모 쓰면 소년 같은 발랄함 줘

특전사의 상징 베레모가 올가을 여성들의 사랑스러운 패션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가수 아이유는 최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긴 파마머리에 검은색 베레모를 쓴 깜찍한 사진을 올려 화제를 모았다. 31만여 명의 팔로어를 보유하며 '인스타그램 스타'로 더 유명한 배우 기은세는 이달 초 파리패션위크에 참석해 다양한 베레모 패션으로 패션 피플 반열에 올랐다.

조선일보

패셔니스타들의 다채로운 베레모 패션이 눈을 즐겁게 한다. ① 파란색 줄무늬 셔츠 원피스에 비대칭 검은색 니트 톱을 걸치고 검은색 베레모를 써서 도회적인 룩을 연출한 켄달 제너. ② 작은 별이 박힌 검은색 스팽글 소재의 베레모를 쓴 모델 수주. ③ 군청색 코트에 가죽 베레모·선글라스·초커 목걸이 등 액세서리를 모두 검은색으로 통일해 세련된 프렌치룩을 선보인 가수 리한나. ④ 검은색 미니 원피스에 빨간색 베레모로 포인트를 준 모델 카라 델레바인. ⑤ 파리패션위크에서도 길거리 패션으로 베레모가 인기다. ⑥ 원래 베레모는 챙이 없으나 살짝 챙이 있는 베레모도 요즘 유행이다. ⑦ 루이비통 베레모. ⑧ 프라다 베레모. ⑨ 디올의 검은색 가죽 베레모는 어떤 의상에든 잘 어울린다. 2017 가을·겨울 컬렉션 패션쇼장에서 디올이 무려 68가지 의상에 모두 매치했을 만큼. ⑩ 체 게바라는 '베레모의 혁명가'라 불릴 정도로 베레모를 즐겨 썼다. / 사진은 프라다의 가죽 베레모.게티 이미지 코리아·프라다·디올·루이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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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도 베레모는 내로라하는 패셔니스타들에게 인기다. 카라 델레바인, 리한나, 켄달 제너 등이 베레모를 활용한 패션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카라 델레바인은 검은색 미니 원피스에 빨간색 베레모로 섹시한 룩을, 리한나는 군청색 코트에 가죽 베레모·선글라스·핸드백·초커 목걸이 등 액세서리를 모두 검은색으로 통일해 세련된 프렌치룩을, 켄달 제너는 파란색 줄무늬 셔츠 원피스에 비대칭 검은색 니트 톱을 걸치고 검은색 베레모를 써서 도회적인 룩을 연출했다.

국내외 스타들의 다양한 베레모 패션으로 현재 인스타그램에선 10·20대 여성들의 베레모 패션 인증 샷이 넘쳐난다. 관련 게시물만 4만2000여 건. 포털 사이트에도 베레모 각도 잡기, 머리 길이별 베레모 고르는 법 등 다양한 베레모 패션 팁이 연관 검색어로 올라오고 있다.

농부 모자에서 명품 패션으로

프랑스어로 'Béret'인 베레모는 원래 스페인과 프랑스 국경 지대인 바스크 지방 농민들이 쓰던 모자였다. 둥글납작하고 부드러우며 챙이 없는 형태다. 비슷한 모양의 모자가 몇 있는데 엄밀히 말하면 명칭이 다르다. 베레모와 비슷하지만 챙이 달리고 8조각으로 나뉜 형태는 '뉴스보이캡', 앞쪽에 조그만 챙이 달린 베레모는 '헌팅캡'이라고 한다.

베레모는 최근 스팽글, 울, 가죽 등 다양한 소재로 나오나 과거에는 주로 펠트로 만들었다. 펠트는 양모나 인조 섬유에 습기와 열을 가해 압축시킨 천으로 보온성이나 충격을 완화시키는 성질이 우수하다. 이런 특성으로 20세기 들어 영국군이 사용하면서 전 세계 군인용 모자로 널리 퍼졌다. 그중 녹색 베레모를 착용하는 미 육군 특수부대의 별명인 '그린베레'가 영화 '람보'를 통해 대중적으로 유명해지면서 특전사의 상징처럼 됐다.

베레모를 지금처럼 세련된 여성 패션용품으로 만든 것은 샤넬이었다. 모자 디자이너로 패션 커리어를 시작한 샤넬의 창립자 가브리엘 샤넬은 1923년 영국의 웨스트민스터 공작과 만나며 영국 선원들이 즐겨 쓰던 베레를 여성 모자의 디자인에 차용해 선보였다. 이후 다양한 영화 속 여배우들의 패션 아이템으로 떠오르며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다. 대표적인 배우가 1960년대 영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의 여주인공 보니 역의 페이 더너웨이. 당시 어깨까지 내려오는 단발머리에 베이지색이나 검은색 베레를 쓴 페이 더너웨이의 모습은 일명 '보니' 스타일로 불리며 선풍적인 베레모 붐을 일으켰다.

체 게바라, 그레타 가르보…명사와 함께한 모자

쓰는 법에 정해진 틀이 없는 베레모는 누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전혀 달라진다. 올해 50주기를 맞은 체 게바라는 '베레모의 혁명가'로 불릴 정도로 항상 작은 빨간 별이 달린 검은색 베레모를 써서 강인한 혁명가의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1930년대를 신비한 이미지로 주름잡은 여배우 그레타 가르보는 백화점에서 모자를 팔던 점원이었는데 베레모를 쓴 그의 모습에 반한 감독이 캐스팅했다는 일화가 있다.

쓸 때는 정면으로 쓰기보다는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비스듬하게 착용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멋스럽다. 머리 길이별 어울리는 베레모도 다르다. 긴 머리에는 빨간색 베레모로 사랑스러운 여성미를 더할 수 있고, 어깨를 조금 넘는 중간 길이의 머리에는 검은색 베레모로 청순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하면 좋다. 짧은 단발머리에는 앞머리를 살짝 내놓고 베레모를 쓰는 것이 귀여움을 배가시킬 수 있다. 깔끔하게 머리를 묶고 베레모를 쓰면 소년처럼 중성스러우면서 발랄한 이미지를 준다.

의상별 베레모의 색깔이나 소재를 코디하기 어렵다면 올가을엔 검은색 가죽 소재의 베레모를 선택하는 것도 답일 듯. 디올은 이번 가을·겨울 컬렉션에서 무려 68가지 의상에 모두 검은색 가죽 베레모를 매치해 베레모 유행에 다시 불을 지폈다. 올가을 추천 룩은 세련된 짙은 네이비색 코트를 입고 검은 가죽 베레모로 포인트를 주는 것. "수많은 색채 중 네이비 블루만이 블랙 컬러에 필적할 만한 효과를 낳는다"는 크리스챤 디올의 말처럼 손쉬운 아이템으로 프렌치 시크룩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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