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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1 (금)

[friday] 그대, 어떻게 살 건가? 가슴 파고드는 아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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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하게 닮은 주제 담은 4작품

국립오페라단 '리골레토', 애니메이션 더한 '마술피리'

성남아트센터 '탄호이저', 임세경의 '아이다'

조선일보

화려한 애니메이 션 영상으로 무대를 꾸 민 오페라‘마술피리’. 코미셰 오퍼 베를린은 영국의 애니메이션 공 연 제작단체와 손잡고 작품 속 환상의 세계를 구현했다./코미셰 오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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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내 휴식을 취하며 전열을 가다듬었던 오페라 무대들이 10월, 가을 풀벌레 소리와 더불어 목청을 틔우기 시작했다. 유럽 주요 극장을 누비는 국내외 성악가들이 대거 출연해 친숙하면서도 새로운 아리아를 들려준다. 눈길 끄는 오페라가 여럿 있지만 그중 큰 무대에서 상대적으로 길게 공연되는 작품 네 개를 골라 묶었다. 저마다 고유한 매력을 내뿜는 작품들이지만 관통하는 질문은 묘하게 닮아 있다. 어떻게 살 것인가?

잔혹한 운명의 장난 '리골레토'

16세기 이탈리아 만토바의 호화로운 궁정. 아리따운 여인만 보면 추파를 던지며 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니는 만토바 공작(테너 정호윤·신상근) 앞에 몬테로네 백작이 나타나 그가 자신의 딸을 농락했다며 덤벼든다. 궁정의 어릿광대 리골레토(바리톤 데비드 체코니·다비데 다미아니)는 도리어 몬테로네 백작에게 조소를 퍼부으며 그를 약올리고, 백작은 공작의 명령으로 부하들에게 붙들려 나가면서도 자신의 분노를 비웃은 리골레토를 향해 "너 또한 아비의 노여움을 알게 되는 날이 올 것"이라며 저주의 말을 던진다.

순간 공포에 휩싸이는 리골레토. 그에겐 세상 무엇보다 소중해 성당 갈 때를 빼곤 집 밖으로 한 발짝도 내보내지 않으며 갖은 위험으로부터 지켜내는 딸 질다(소프라노 캐슬린 김·제시카 누초)가 있기 때문이다. 리골레토는 집으로 돌아가 질다의 웃는 얼굴을 들여다본다. 하지만 리골레토가 자리를 비운 사이, 공작의 거짓 사랑에 넘어간 질다는 아리아 '그리운 이름이여'를 노래하며 그를 기다린다.

19~22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국립오페라단이 선보이는 비극 '리골레토'는 부도덕하고 방탕한 귀족사회를 벌하려다 되레 자신의 딸을 죽이게 되는 리골레토의 끔찍한 운명을 다룬 베르디의 걸작이다. 드라마를 뛰어넘는 아리아가 작품 전반에 가득해 베르디 음악의 마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연출가 알레산드로 탈레비는 작품의 배경을 폭력과 범죄가 난무하는 어둠의 세상, 부패한 사회를 뜻하는 나이트클럽으로 바꾼다. 만토바 공작은 아버지의 클럽을 물려받은 나이트클럽 사장, 리골레토는 그 클럽에서 쇼를 하는 코미디언이다. 1975~1981년 아비뇽 오페라 예술감독을 지낸 알랭 갱갈이 지휘를 맡아 현대적으로 새롭게 재해석한 베르디의 정신을 들려준다. 1588-2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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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오페라‘리골 레토’리허설에서 딸 질 다(소프라노 캐슬린 김) 의 죽음에 절규하는 리 골레토(바리톤 데비드 체코니). ②오페라 ‘탄호이저’에서 엘리자 베트 역을 맡은 소프라 노 서선영(왼쪽)과 탄호 이저 역을 맡은 테너 김 석철. ③지난 7월이 탈리아 아레나 디 베로 나에서 오페라‘아이 다’에 주역으로 출연한 소프라노 임세경. ④오페라‘마술피리’. / 코미셰 오퍼·베를린·성남문화재 단·국립오페라단·베로나 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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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오페라=마법! '마술피리'

20~22일 광주광역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극장1에서 열리는 오페라 '마술피리'는 독일의 코미셰 오퍼(코믹 오페라) 베를린이 처음 내한해 독일어로 들려주는 오페라다. 코미셰 오퍼 베를린과 영국 애니메이션 공연 제작 단체인 그룹 '1927'이 합작해 만든 이 작품은 2012년 11월 코미셰 오퍼 베를린 극장에서 초연된 이후 전 세계 18개국에서 325회 공연되며 약 36만명의 관객을 끌어모은 인기작이다.

밤의 여왕(소프라노 노라 프리드리히스)은 타미노 왕자(테너 탄셀 아크제이예베크·에밀 라웨키)에게 악마가 붙잡아 간 딸 파미나(소프라노 페라 로테 뵈커·킴 릴리안 스트레벨)를 구해달라고 부탁한다. 알고 보면 악의 화신인 여왕이 왕자를 이용해 공주를 빼내려는 반전이 있는 희극 오페라다. 칵테일잔에서 물놀이하는 코끼리, 날아다니는 피리, 춤추는 작은 종, 자욱한 연기 등 모든 이미지는 손으로 만져지는 3차원 무대 세트가 아니라 한 장 한 장 수작업으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으로 펼쳐진다. 1899-5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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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호이저’를 지휘 하는 미카엘 보더./성남문화재단


김석철과 서선영이 입맞추는 '탄호이저'

오페라 '탄호이저'는 서른두 살의 바그너(1813~1883)가 사실상 첫 번째 오페라인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에 이어 두 번째로 완성한 작품이다. 13세기 중세 독일, 궁정 기사이자 음유시인인 탄호이저(테너 로버트 딘 스미스·김석철)는 엘리자베트(소프라노 서선영)와 순수한 사랑을 나누지만 보다 관능적인 사랑을 찾아 비너스의 동산으로 가서 요염한 비너스(메조소프라노 김선정)의 포로가 되고 만다. 7년 후 탄호이저는 환락에 싫증을 느끼고 돌아오지만 한번 비너스의 동산을 경험한 자는 구원 받을 수 없다고 해 교황의 용서를 받지 못한다.

성남아트센터가 자체 제작해 26일과 28~29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 올리는 이번 작품은 2008~2012년 스페인 바르셀로나 리세우 극장에서 음악감독을 지낸 미카엘 보더가 지휘봉을 잡고, 바그너 전문 헬덴 테너로 알려진 로버트 딘 스미스, 지난해 한국 테너 처음으로 바그너의 성지(聖地)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 데뷔한 김석철이 탄호이저를 맡았다. 2011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 후 스위스 바젤 국립극장에서 '로엔그린'의 엘자 폰 브라반트 역으로 성공을 거둔 소프라노 서선영이 엘리자베트로 나와 더 기대를 모은다. 1544-8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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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탄호이저’ 공식 포스 터. 오페라 ‘리골레토’ 이미지. 오페라 '아이다'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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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로나의 그녀, 임세경의 '아이다'

2015년 이탈리아 베로나 페스티벌에서 한국인 최초로 '아이다' 주역을 맡아 찬사를 이끌어냈던 소프라노 임세경이 올여름 같은 무대에 또 '아이다'로 올라 실력을 입증했다. 그녀가 다시 국내 관객 앞에 '아이다'로 선다. 26~28일 경남 창원 성산아트홀 대극장에서 경남오페라단이 창단 26주년을 기념해 이의주 연출로 선보이는 오페라 '아이다'가 그 무대다.

이집트 장군 라다메스(테너 이정원)는 이집트 공주 암네리스(메조소프라노 이아경)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지만 그의

마음은 온통 노예로 붙잡혀 와 있는 에티오피아 공주 아이다에게 가 있다. 라다메스가 에티오피아를 정벌하러 떠나자 조국을 향한 그리움과 연인에 대한 사랑 사이에서 아이다는 몸부림친다. 혼자 남은 아이다는 라다메스를 향해 '이기고 돌아오라'고 노래하지만 밀려드는 절망감을 막을 순 없다. 김용걸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안무를 맡는다. 12월 1~3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한번 더 공연한다. (055)266-5580



[김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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