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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friday] 야구장의 '아이돌'… 한국은 치어리더, 일본은 비어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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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리와 오누키의 friday talk]

조선일보

바야흐로 야구의 계절. 프로야구 플레이오프전이 한창이지요. 저희도 야구 팬입니다. 고교(남녀공학) 시절 오누키 특파원은 학교 야구부 매니저였습니다. 지난 여름휴가 땐 고시엔(甲子園·일본의 전국고교야구대회) 보러 일본에 갔습니다. 고3 '야자' 시간, 워크맨으로 라디오 야구 중계 듣다 벌서곤 했던 김 기자는 야구장 데려간 딸 친구가 파울 볼 맞아 혼비백산한 적도 있습니다. 두 사람이 선선한 바람 부는 어느 날, 경기 보러 잠실야구장에 갔습니다.

오누키(이하 오): 확실히 에너지 넘치네요. 응원단장, 치어리더도 열정적이고. 응원 동작이 제각각인 것도 신기해요. 각자 흥에 겨워 음악에 몸을 맡긴 느낌? 역시 한국 스타일이네요.

김미리(이하 김): 하하, 프리 스타일이라고 할까요? 응원곡은 있지만 자유롭죠. 함성 들리면 저절로 엉덩이 들썩여져요. 몸치, 박치라도 리듬에 몸이 자동반응하고. 이승엽 선수 요미우리 시절 도쿄돔 경기 중계를 자주 봤는데 저희랑은 다르더라고요. 일사불란한 응원 보니 흥이 없어 좀 심심했어요.

: 젊은 여성 관중이 늘 이렇게 많나요?

: 10년 전쯤부터였어요. 예전엔 평일 저녁 야구 중계 보면 피곤에 찌든 양복 차림 아저씨가 관중석에 드러누운 광경이 종종 잡혔는데, 2008년 베이징올림픽·2009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때 야구 붐 일면서 여성 팬이 급증했어요. 여성 관객 비중이 점점 높아져서 2015년엔 43.1%(2016년 '티켓링크' 조사)였대요. 나이·성별 구분했을 땐, 20대 여성(23.6%)이 가장 많고 그다음이 20대 남성(23.5%), 30대 남성(21.2%), 30대 여성(12.6%) 순이었어요. 총 관중 수 840만명(한국야구위원회 집계) 돌파한 올 정규 시즌에도 비슷할 것 같아요.

: 정말 다르군요. 한 일본 사이트에서 일본 프로야구 관중을 분석해 보니 40대 남성(18.9%)과 50대 남성(16.9%)이 1, 2위였어요. 혼자 가는 중년 남성도 많고요.

: 혼자 관람이라, '혼놀'의 나라다워요. 한국에선 야구장에서 데이트하는 연인, 아이 손 잡고 온 가족 팬도 많아요. 혼자보다는 경기장 분위기를 함께 즐기려고 여럿이 오지요.

: 일본 야구 문화는 좀 보수적이에요. 고시엔 때 여자 매니저는 더그아웃 출입을 금지한다는 공문이 내려오기도 했어요. 한국은 중학생 딸 손 잡고 온 아빠도 많은데 일본에선 드문 풍경이에요. 야구에서도 오타쿠 문화가 강해요. 투수의 투구 하나하나 기록하면서 경기 자체에 집중하는 마니아들이 많아요. 승부사의 운동을 분석적으로 즐기려면 아무래도 혼자 가게 되죠.

: 요즘은 젊은 관중 많으니 소소한 이벤트도 많아졌어요. 이닝 바뀔 때 키스 타임, 맥주 빨리 마시기 같은 소소한 게임도 해요. 한여름밤엔 물총싸움 이벤트도 열렸죠. 저는 휴대폰 플래시 응원이 제일 좋아요.

: 헉, 키스 타임! 전광판에 얼굴 비치는데 연인이 키스한다? 일본에선 그랬다간 기겁할 걸요?(웃음) 저희 아들은 야구장 스코어판이 재밌대요. 마스코트로 애니메이션 캐릭터 만들어 홈런, 아웃, 안타 등 상황별로 맞춰서 재미있게 보여주잖아요. 다양한 관객 눈높이에 맞춘 느낌이에요.

: 가장 다른 문화 차이가 보인다면?

: 맥주 보이.

: 이동식 맥주 판매원이라면 미국 메이저리그에도 'beer vendor(맥주 행상)'가 있는데요.

: 일본에선 '우리코(売り子)'라 불리는 '비어 걸(beer girl)'이 맥주를 팔아요. 아이돌 같은 귀여운 외모 덕에 팬들도 많아요. 시급 8000엔(8만원) 받은 인기 우리코도 있고요. 우리코 보러 가는 아저씨 팬도 많아요. 사촌 언니가 우리코 아르바이트한 적이 있어 저도 한번 해 보는 게 꿈이었는데…. 참고로 언니는 예뻤어요.

: 남성 팬 거느린 한국 치어리더와 비슷하네요. 어쩌면 일본에선 남성 관중 많아 '맥주 걸'이, 한국에선 여성 관중 많아 '맥주 보이'가 있는 건 아닐까요?

: 음…. 오늘 만난 맥주 보이 외모로 봐선 노 코멘트.

[김미리·'friday' 섹션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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