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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MT시평]어디를 가나 나라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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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무실은 서울 강남역 부근에 있다. 2015년 5월부터 그곳에 사무실을 열었다. 거리를 다니거나 버스나 택시를 타고 가면서 거리를 구경한다. 어찌 된 일인지 건물마다 임대를 놓는다는 안내문이 점점 늘어난다. 심지어 강남의 어느 뒷골목에는 1층 건물에 줄줄이 임대를 놓는다고 써붙여놨다. 그곳에서 장사하던 분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무엇을 먹고 살까. 어떻게 되었을까. 이것이 현재 경제실태를 말해주는 듯하다.

나는 2년 전에 창업했다. 공무원으로 20년을 보내고 국민권익위원회의 신고심사심의관을 끝으로 새로운 인생을 살아보려고 중앙공무원교육원에 입소한 지 딱 20년 되는 날 사표를 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있을 때 주로 대·중소기업간 불공정 하도급업무와 사건을 많이 처리했고 가맹유통업무를 했기에 이 분야의 전문연구소를 세우기로 했다.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분쟁이 있을 때 대기업은 주로 대형 로펌이 붙어서 싸우지만 중소기업은 그럴 여건이 안 되어 대단히 불리하다. 그래서 중소기업을 도와주는 공정거래연구소를 설립했다. 또한 지식비타민이라는 국내외 기업 성공사례를 정리해서 기업인들에게 보급하는 지식콘텐츠 큐레이션사업도 시작했다. 사업을 하면서 경기변동에 민감해졌다. 경제가 좋아지면 내 상품과 서비스가 팔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반대면 더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경제의 흐름을 보면서 투자와 지출을 조절하기도 한다. 사업하는 분들은 다 같다.

그런데 요즘 만나는 분마다 경제에 대해 다들 걱정한다. 자기 사업을 걱정해야지 나라 걱정이 우선이다. 바람직스럽지 않다. 이번 정부가 중소기업을 위한 정부, 일자리정부라고 했는데 지난 5개월간 한 정책은 중소기업에 다 부담이 되는 것들이었다. 국내 문제뿐만 아니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나 트럼프발 국제 요인이 너무 크게 우리나라 경제를 흔들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니 만나는 분마다 나라 걱정이 태산이다. 이렇게 가다가는 정말 큰일 난다고 다들 걱정한다. 반면 청와대를 비롯한 정책당국자들은 기업인들이나 국민들만큼 심각성을 모르는 듯하다. 국민은 심각하고 그들은 웃는다. 내 개인적 느낌은 우리나라 경제가 2~3년 뒤 주저앉을 것 같다. 기우이기를 바란다. 왜 2~3년 뒤가 두렵냐 하면 2~3년 전 부동산붐이 일어났는데 아파트 등의 건설경기가 그때쯤 사그라지기 때문이다. 지금은 반도체 분야만 활황이고 나머지는 점점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사람은 느끼는 것만큼 생각하고 움직인다. 경제가 주저앉는다는 느낌이 들면 청와대나 정책당국자들이 비상대책을 세우고 난리를 칠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은 듯하다. 과거 적폐를 청산하는데 몰두한다. 그곳에 시간과 열정을 쏟으니 경제가 돌아가는 감이 없을 것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소비·투자·건설지표가 ‘트리플 마이너스’라고 한다. 산업활동동향은 실물부문의 동향을 신속히 파악하기 위해 통계청에서 매월 발표한다. 이들 지표가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16년 9월 이후 11개월 만이라고 한다. 이렇듯 나의 직관이나 통계청의 발표가 일치한다. 특히 청년실업률이 9.4%로 18년 만에 가장 높다고 한다.

머니투데이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사람은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청와대나 정책당국자들은 기업인들을 많이 만나면 좋겠다. 그들에게 솔직한 말들을 들어보라. 1주일에 한두 번은 꼭 만나 경제가 돌아가는 현상을 들어보라. 들어야 문제의식이 생기고 그때서야 대책을 강구한다. 특히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출범했으니 이 조직이라도 잘 활용하면 좋겠다. 이 시대에 무엇이 가장 필요한지를 들어보라. 적폐청산이냐 경제냐!

이경만 공정거래연구소장/지식비타민(주)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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