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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중국인 '싹쓸이 쇼핑' 줄어도… 관광 수입 신기록 써가는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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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 여행객 급증… 외국인들 올 9월까지 30조원 쓰고 가]

입국 문턱 낮추고 볼거리 늘려 중국의 해외쇼핑 규제에 대응

역대 최고 年 40억원 수입 넘봐

"한번 온 사람들 또 오고 새로운 손님들도 계속 와"

조선일보

올 들어 9월까지 일본을 다녀간 외국인 관광객이 2200만명에 육박하고, 이들이 쓰고 간 돈도 3조엔(약 30조원)을 넘겼다고 일본 관광청이 18일 발표했다. 외국 관광객 소비액이 연말도 되기 전에 3조엔을 넘긴 건 사상 처음이다. 다무라 아키히코(田村明比古) 관광청 장관은 "연말까지 4조엔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일본이 이처럼 자신만만한 이유는 외국인 관광객이 계속해서 큰 폭으로 늘고 있어서다. 작년에는 같은 기간(1~9월) 동안 1798만명이 왔는데, 올해는 그보다 322만명 많은 2120만명이 왔다.

앞으로 연말까지 관광객이 몰릴 대목이 여러 번 남아 있다는 측면도 있다. 이달 초 한국의 추석, 중국의 국경절 같은 각국의 큰 명절을 맞아 관광객이 몰려들었다. 그 뒤엔 크리스마스와 연말이 온다. 작년에도 일본은 10월 이후 마지막 석 달간 606만명을 더 끌어모아 사상 처음 2000만명 선을 깨뜨리며 '외국인 방문객 연간 2404만명'이라는 신기록을 세웠다. 올해 이 기록을 또 새로 쓰는 게 일본 정부의 목표다.

이처럼 관광객 수가 지속적으로 늘면서, 이들이 일본에 와서 쓰는 돈도 꾸준히 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인 단체 관광의 '싹쓸이 쇼핑'이 줄어든 대신, 개인 관광객이 늘어나 전체 소비가 커졌다"고 분석했다.

일본 관광 붐이 불기 시작한 2013~2015년만 해도 중국 관광객들은 '싹쓸이'하다시피 쇼핑을 했다. 중국인 부자들이 명품 가게가 즐비한 도쿄 중심가 긴자에서 쇼핑백을 한 손에 대여섯 개씩 들고 우르르 몰려가는 사진이 잇따라 일본 언론에 실렸다. 종류와 가격을 불문하고 허기진 사람처럼 사들인다고 '바쿠가이(爆買い·폭매)'란 유행어까지 나왔다.

하지만 이런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지난해 중국 정부가 자국민의 해외 쇼핑을 규제하기 시작한 데다, 중국 내에 해외여행을 해본 사람이 늘어나 예전처럼 마구 사들이지 않게 됐다.

'바쿠가이'가 사라진 자리를 메워준 게 개인 관광객 증가와 관광객 다변화였다. 일단 중국인들의 개인 여행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또 한국과 홍콩에서 저가 항공을 이용해 저렴하게 일본에 다녀가는 신규 수요가 생겼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관광객도 급속도로 늘고 있다. 이처럼 일본 관광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재집권에 성공한 2012년 말부터다. 아베 정권은 관광산업을 살리기 위해 아베 총리가 직접 총리 관저에 관계부처를 모아 정기적으로 아이디어를 모으고 실천 상황을 점검했다. 관광 인프라를 정비해 볼거리를 늘리고, 일본 입국 문턱을 크게 낮췄다.

일본은 외국인 관광객이 해마다 200만~400만명씩 늘어나 2013년 1000만명 선을 깨고, 2016년 2000만명을 넘어섰다. 아베 총리 재집권 이후 최근 5년간 일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836만명에서 2404만명으로 3배 가까이로 늘었다. 같은 기간 그들이 쓰고 간 돈도 146억달러에서 307억달러로 배가 넘게 늘었다.

전문가들은 "일본을 찾는 관광객의 국적이 점점 다양해지고 있고, 외국인 관광객 중 '리피터(다시 오는 사람)'와 신규 수요가 적절히 균형을 이루고 있다"며 "앞으로 이 점이 일본 관광의 강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단골에게만 기대는 관광이 아니라 새로운 손님을 계속 창출해나가는 관광이란 얘기다. 이런 식으로 파이를 계속 키워서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에는 외국인 관광객 4000만명이 9조원을 쓰고 가게 하는 게 아베 총리의 로드맵이다.

[도쿄=김수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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