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통합론에 대한 기대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유권자에 의해 선택된 다당체제가 보수통합으로 양당체제로 되돌아가려는 것에 제동을 걸자는 의견도 일리는 있다. 그런데 두 당의 통합하자는 논리와 동기, 추진 방법이 영 이상하다. 우선 통합론의 출발점이 여론조사 결과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하면 정당지지율이 19.7%로 자유한국당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서는 것으로 나온 게 결정적 동인이라고 한다. 정확하지도 않을뿐더러 참고만 해야 할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정당 간 통합을 추진한다니 세계 정치사에 유례가 없는 일이다. 정당민주주의의 기본을 무시한 처사다. 추진 시점도 문제다. 국감을 통해 문재인 정부를 견제하겠다고 하다가 갑자기 당 통합론으로 의원들의 김을 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바른정당과 통합을 유도하고, 호남지역 의원들이 더불어민주당으로 기우는 것을 막기 위한 안 대표 측의 작전이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여론조사에서 두 당의 통합에 대한 시너지 효과가 크고, 호남에서 양당의 통합에 대한 지지 여론이 의외로 높았다고 한다. 하지만 여론은 변한다. 중도를 지향하는 두 당의 이념과 노선 차이도 크다. 햇볕정책을 금과옥조로 여기던 국민의당이 케케묵은 안보관에 갇혀 있는 바른정당과 합친다면 어떤 논리로 설명할지 궁금하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에 대한 지지도가 낮은 것은 시민들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두 당은 이 점부터 반성해야 한다. 그리고 통합하고자 한다면 당의 정체성과 지향을 분명히 해야 한다. 당의 정강·정책이 어느 정당과 잘 맞는지 먼저 따져봐야 한다. 국민의당이 모든 정당을 상대로 통합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는 것은 누구와도 합칠 수 있다는 발상이나 마찬가지다. 내년 지방선거에 대비해야 한다는 절박감은 이해한다. 그러나 이런 정치공학적 접근으로 시민의 지지를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통합론에 대한 심사숙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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