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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원정화 사건은 조작” 당시 연인 관계 육군 중위 가족, 재조사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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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 2월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는 원정화씨. 오른쪽은 2008년 당시 연인 관계로 알려진 육군 황모 중위 아버지가 최근 청와대에 올린 재조사 촉구 탄원글[중앙포토,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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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호 탈북 여간첩’이라고 불린 ‘원정화 간첩사건’에 연루돼 실형을 선고 받고 3년6개월의 징역을 살았던 당시 황모 중위와 가족들이 조작설을 제기했다.

19일 전 육군 중위 황모씨의 아버지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원정화는 아들에게 북한의 간첩이라고 밝힌 바 없었지만, (아들은) 기무사 조사 요원들의 강압적인 조사에 허위진술을 하게 됐다”며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허공에 소리치는 꼴밖에 되지 않을 것 같아 이제야 말을 꺼내게 됐다”고 밝혔다.

황씨 아버지는 지난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 ‘원정화 간첩사건 재조사의 건’이라는 제목의 탄원서를 올렸다. 탄원서에서 황씨는 “믿을 수 없는 사건 때문에 앞길이 창창한 젊은이의 장래가 망가지고 인생이 파괴되었을 뿐만 아니라 3년6개월이라는 감옥 생활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2008년 8월 경찰과 검찰 그리고 군과 국정원까지 합세한 ‘합동수사본부’는 고정간첩으로 활동하며 그에게 지시를 내렸다는 혐의를 받고 있던 계부 김모씨와 원씨와 연인관계로 지내던 육군 모사단 소속 정훈장교 황 중위를 원씨와 함께 구속했다. 수사본부는 원씨가 모두 7명의 현역 군 간부에게 접근했다고 밝혔지만 구속 기소 된 것은 황 중위 한명이었다.

수사본부는 조사결과를 발표하며 원씨가 황 중위에게 “나는 북한 보위부 소속 공작원이다. 내 임무는 탈북자 출신 안보강연 강사 신원을 확인해 북한에 보고하고 군 간부를 포섭하는 것이다. 너도 포섭했다고 조국에 보고했다”고 말했으나 황 중위가 이를 관계기관에 신고하지 않았으며, 황 중위가 신고하지 않은 것은 “원씨를 사랑했기 때문”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황씨 아버지는 “아들은 원씨로부터 북한의 공작원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바 없으며 기무사 조사 당시 강압적인 분위기로 인해 허위 진술을 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아버지는 “당시 기무사 요원이 ‘군복만 벗으면 간단하게 끝날 일인데 왜 시인하지 않느냐’며 아들에게 자백을 집요하게 요구했다”라며 “아들은 군복만 벗으면 된다는 말에 마음이 흔들려 지겹고 불합리한 군 생활을 계속하느니 빨리 옷을 벗고 사회에 나가야 되겠다는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됐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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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탈북자 위장 간첩 원정화 사건 수사발표가 서울 서초동 검찰청에서 열렸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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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씨가 함께 간첩 활동을 했다고 주장했던 계부 김모씨가 대법원까지 가는 재판에서 최종적으로 무죄를 받았다. 김씨는 2003~2006년 원씨에서 10억원 상당의 공작금을 제공하고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의 소재를 알아내려 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재판부는 “제출된 사건 기록을 볼 때 김씨가 북한에서 남파한 간첩이라는 점이나 원씨가 간첩임을 알고 도와줬다는 내용을 증명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2008년에도 언론을 통해 원씨와 김씨 사이 대화가 공개돼 조작 논란이 일기도 했다. 대화록에서 원씨는 “1996년 이후 북한에 가본 적이 없다”라며 ‘“난 보위부의 ’보‘자도 모른다”고 밝혔다.

원씨는 지난 2월 말레이시아에서 김정남이 암살당하자 또다시 주목을 받았다. 원씨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나도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 암살 지령을 받고 남파돼 주변 인물 탐색에만 3년을 썼다”며 “북한은 오랜 시간과 거금을 들여 김정남 독살을 기획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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