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3 (목)

[신간안내] 『뭇 산들의 꼭대기』 外 소설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아시아경제

◆뭇 산들의 꼭대기=츠쯔젠은 1964년 중국 헤이룽장성 모허에서 태어났다. 다싱안링사범대를 거쳐 베이징사범대와 루쉰문학원 공동 개설 대학원을 졸업한 뒤에 헤이룽장성 작가협회에서 지금까지 일하고 있다. 1983년 대학 시절 창작을 시작해 지금까지 80여 편이 넘는 작품을 발표했다. 《안개, 달, 외양간》 《맑은 물로 여행의 피로를 씻어내다》 《세상의 모든 밤》으로 제1, 2, 4회 루쉰문학상을 수상함으로써 현재까지 중국에서 유일하게 세 번 수상한 작가로 화제가 되었다. 《어얼구나강의 오른쪽》으로 제7회 마오둔문학상을 수상했고,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주관하는 ‘제임스 조이스 창작기금’의 수혜 작가에 선정되기도 했다. 《뭇 산들의 꼭대기》는 가상의 소도시 룽잔진을 배경으로 거칠고 도도한 역사의 흐름 속에 살아가는 평범한 인간 군상을 변화무쌍하고 뛰어난 필치로 그려낸다. 들고 나는 주요 등장인물들의 내적 욕망과 외적 은원이 하나로 엮이면서 이곳 소설적 세계는 중국 현대 사회의 축소판, 일종의 만화경 역할을 하고 있다. 도살업자 신치짜, 수명을 점치며 비석을 새기는 난쟁이 안쉐얼, 사형을 집행하는 사법경찰 안핑, 룽잔진 보건소에서 근무하며 장애인이 된 대학 친구를 돌보는 탕메이, 장례식장 염습사로 반신불수가 된 남편을 20년째 수발드는 리쑤전 등 개성 강한 인물들이 살아 숨 쉬는 듯 페이지를 가득 채운다. 이들은 모두 독특한 색채를 띤 이야기를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그 이야기 하나하나가 중국 현대사의 굴곡을 관통하고 있다. 이를 통해 현재 중국이 직면한 수많은 사회 문제, 즉 도시화와 환경 파괴, 사형 집행 방식의 변화(총살에서 독극물 주사로)와 장례제 개혁(관 매장에서 화장으로), 불임 수술, 사법기관의 가혹 행위, 불법 장기 매매, 영웅 만들기와 선전 선동, 매관매직, 참전 병사 대우 등과 관련한 역사 청산 문제뿐만 아니라, 죄악과 양심, 도덕과 인간 존엄성 문제 등이 제기된다. 츠쯔젠은 보통 사람들의 선한 마음을 그리지만, 그들에 대한 온정만 보여준다고 할 수 없다. 분노도 격정도 있다. 예전 작품들에서는 이러한 분노와 격정을 대부분 숨겨두었다고 한다면 《뭇 산들의 꼭대기》에서는 복잡한 사회 현실을 그대로 직면하고 노출시킨다. 즉 보통 사람들의 선과 악, 삶의 빛과 그림자를 함께 묘사한다. (츠쯔젠 지음/강영희 옮김/은행나무/1만5000원)

아시아경제

◆그녀의 경우=제11회 한겨레문학상 수상 작가인 조영아의 두 번째 소설집. 조영아는 강원도 정선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랐다. 서울여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2005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단편 〈마네킹 24호〉로 등단했고, 2006년 《여우야 여우야 뭐 하니》로 제11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했다. 조영아는 《그녀의 경우》에 죽음을 테마로 한 소설 일곱 편을 담았다. 그가 보여주는 죽음의 이야기들은 우리에게 기시감을 느끼게 한다. 그 이유는 소설의 모티프로 쓰인 여러 사건을 우리가 텔레비전이나 매체를 통해서 목격했고, 살면서 곁에서 혹은 멀리서 지켜봐왔기 때문이다. 〈그녀의 경우〉에는 부실공사로 붕괴되어 500여 명이 사망한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가, 〈궁극의 리스트〉에는 엄마와 두 딸이 생활고로 고생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송파 세 모녀 자살 사건’이, 〈겨울을 지키는 왕〉에는 혼자 사는 장애인이 겨울에 집 수도관이 터져서 얼어 죽어야만 했던 ‘근육무력증 장애인 동사 사건’이, 〈북쪽 방의 침묵〉에는 승객 300여 명이 구조를 기다리며 죽어간 ‘4ㆍ16 세월호 참사’가, 〈만년필〉에는 화재에 대한 부실한 대응으로 200여 명이 죽은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가, 〈사라진 혀〉에는 고공 굴뚝 농성의 모습이, 〈폭설〉에는 ‘돌고래의 자살’이란 사회적 이슈가 잠복했다. “단순히 희생자 수로 집계되는 죽음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고작 글을 쓰는 것뿐이었다.”는 ‘작가의 말’이 상투적이면서도 가슴 깊은 곳을 아프게 만드는 이유다. (조영아 지음/한겨레출판사/1만2000원)

아시아경제

◆스크류바=박사랑의 첫 소설집. 여러 작품에서 틀에 얽매이지 않은 다양한 방식과 주제를 통해 우리 시대의 현실과 문학에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이 질문들은 박사랑의 소설에서 특히 “스크류바처럼 선명”한 감각으로 묘파되며 특유의 “문학적 신선함”(해설, 황정아)을 자아낸다. 박사랑이 여러 단편에 걸쳐 끈질기게 파고드는 주제는 바로 모성이다. 작가는 우리 사회가 그토록 찬양해왔으면서, 또 그토록 천대해온 모성의 현재 안부를 묻는다. 표제작인 〈스크류바〉는 모성으로 귀속되지 않는 엄마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주인공은 아이를 잃어버리고 반나절 동안 불볕 아래에서 아이를 찾으러 종횡무진한다. 아이를 잃어버린 엄마답게 여기저기 아이를 수소문하면서도 그녀는 스타벅스에 들어가서 “이대로 자고 싶다는 생각”(64쪽)이나 “차갑고 단”, “딸기향이 가득 차”(66쪽)오르는 스크류바를 한입 물었으면 하는 생각을 억누르기 어렵다. 이처럼 ‘엄마’라는 정체성 사이를 이따금 비집고 나오는 한 인간으로서의 욕망에서, 모성이라는 단어는 절대적인 가치를 상실한다. 아이를 찾으러 돌아다니는 동안 주인공은 첫 연애, 섹스, 낙태, 임신과 육아에 대해 생각하고, 어릴적 자신을 떠난 모친의 욕망과 가출을 떠올리기도 한다. 그속에서 독자는 모성이 어떻게 억압으로 작용해왔으며, 왜 그녀가 모성과 어긋난 채 분열하는지에 대한 단서를 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박사랑 지음/창비/1만2000원)

아시아경제

◆걸어도 걸어도=가족 간의 결코 쉽지 않은 소통과 그럼에도 포기되지 않는 연결에의 욕구를, “걸어도 걸어도" 끝나지 않는 여정이자 좀처럼 완료되지 않는 현재 진행형의 탐구로 그려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동명의 영화(2008)로 아르헨티나 마르델플라타 영화제 최고 작품상(2008), 일본 블루리본 감독상(2008), 아시안필름어워드 최우수 감독상(2009)을 수상했다. 이 작품은 15년 전 세상을 떠난 장남의 기일을 맞아 온 가족이 모인 하루를 담아낸 이야기다. 이 자리는 가장 커다란 공백으로 오히려 매년 가족의 회합을 가능하게 하는 장남의 존재감과 이제는 은퇴한 아버지의 실속 없는 위엄, 엄연한 독자(獨子)인 차남의 철부지 근성이 한데 모인 그야말로 역설의 현장이다. 다만 이토록 지독하고 “소름이 돋"는 서로이지만, 늘 그렇듯 전할 이야기가 떠오르면 “꼭 한발 늦는” 아스라한 동경과 영원한 그리움의 상대가 가족임을, 작품은 나직하게 들려준다. 이 중편소설은 대학 시절 문학을 전공한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작가 자신의 자화상을 입힌 결과물이니만큼 소설 낱장의 장면 장면이 손에 잡힐 듯 생기 있게 전해지지만, 독자의 고유한 호흡에 따라 쉬었다 재개할 수 있는 자유로운 독서의 묘미가 더해져 영화와는 색다른 감동을 준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지음/박명진 옮김/민음사/9800원)

아시아경제

◆태풍이 지나가고=지금은 폐지돼 버린 시마오 도시오 상(작중에 언급되는 가상의 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시노다 료타는 15년째 글을 못 쓰고 있다. 새로운 작품을 쓴답시고 제대로 된 직장은커녕 무슨 일이든 진득하게 처리해 내지 못하는 료타는, 현재 소설에 쓸 소재를 조사한다는 구실로 수상한 사람들의 미심쩍은 의뢰만 도맡아 처리하는 탐정 사무소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러던 중 출판사로부터 만화의 원작을 써 보라는 제안을 받지만 ‘순수 문학가로서의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끝내 거절하고 만다. 여러모로 절박한 상황인데도 도박과 경마에 빠져 사는 그는 홀어머니 도시코와 맞벌이 주부인 누나 지나쓰에게 손을 벌리기 일쑤다. 그런 료타에게도 사랑하는 상대가 있었으니, 바로 이혼한 아내 교코다. 하지만 전처 교코는 한 달에 한 번, 외동아들 신고를 만나게 해 주고 양육비를 받는 일 외에는 료타와 조금도 엮이고 싶지 않다. 비록 결혼 생활을 파탄 낸 료타이지만, 심지어 양육비조차 허튼 데에 탕진해 버리고 제때 마련하지 못해 쩔쩔매는 그이지만, 교코와 신고를 위한 일이라면 무엇이든 하고자 한다. 큰 태풍이 일본에 상륙하던 어느 날, 료타는 한 달마다 만나 오던 아들 신고와 하루를 보낸다. 결국 궂은 날씨 탓에 도시코의 임대 아파트에 모이게 된 료타와 교코 그리고 신고. 교코는 자신과 새로운 연인의 뒷조사나 하고 다니며 여전히 한심하게 사는 료타를 냉담하게 대하고, 그런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밤이 깊어 간다. 걱정 속에 잠을 이루지 못하던 료타는, 불쑥 잠에서 깬 신고와 함께 놀이터로 향하고, 그곳의 문어 모양 미끄럼틀 아래에서 태풍의 비명을 들으며 쌀 과자를 나눠 먹는다. 여기에 교코까지 가세해 오래도록 장래와 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료타는 불현듯이 상념에 잠기고, 세 사람은 날이 갠 다음 날 임대 아파트 단지를 나선다. 영화로도 나왔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사노 아키라 지음/박명진 옮김/민음사/9800원)

아시아경제

◆하니와 코코=누구에게도 알리지 못할 아픔을 품은 소녀 하니와 코코, 그리고 그 옆집에 사는 ‘공 여사’의 이야기를 담은 청소년 소설. 블루픽션상, 사계절문학상을 수상한 최상희의 신작으로 세상 밖으로 드러내지 못한 상처에 삶이 무너진 사람들이 서로 필연처럼 만나게 되는 로드트립이 펼쳐진다. 최근 우리 사회에 뒤늦게 수면으로 떠올라 가슴 아프게 했던 아동방임과 폭력의 문제가 녹아 있는 작품으로, 마치 잔혹동화처럼 환상적이고 마법처럼 느껴지는 설정과 묘사가 인물들의 마음속에 시선을 붙잡아 두며 그 아픔에 깊이 공감하게 한다. (최상희 지음/비룡소/1만2000원)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