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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기자24시] `김치통 돈다발` 뿌리 뽑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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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계약금액 5~10%.' 녹차로 유명한 전남 보성군청 간부들이 각종 관급물품을 구입해 주고 업자들에게서 받은 리베이트다.

광주지검 순천지청 수사 결과 보성군수와 공무원들이 최근 3년 동안 물품계약을 대가로 업자로부터 4억64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총 40여 회에 걸쳐 받은 돈이니 한 번 계약할 때 1000만원씩 챙긴 셈이다.

이번 사건으로 이용부 보성군수와 측근, 전·현직 경리계장, 브로커 2명 등 모두 6명이 법정에 서게 됐다.

보성군의 관급계약 비리 수법은 완벽에 가까웠다. 군수는 측근을 통해 관급계약을 담당하는 경리계장들을 추천받아 앉혔다. 경리계장들은 물품 계약건이 나오면 측근과 상의해 업체를 선정하고 리베이트를 받았다. 경리계장들은 받은 돈을 보관하고 군수와 측근이 필요할 때마다 상납했다. 이 군수가 건네받은 돈은 3억5000만원.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 군수는 전직 경리계장을 '고생한 보답'으로 승진시켰다. 인사권을 쥐고 있는 군수와 승진을 하려는 공무원이 서로 이득을 챙긴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공무원의 자진 신고로 전모가 드러났다. 현직 경리계장은 검찰의 추궁에 김치통에 담아 집 텃밭에 묻어둔 6500만원 등 7500만원을 검찰에 신고했다. 전직 경리계장도 신문지로 싸 비닐봉지에 담아둔 2500만원을 내놓았다.

검찰 관계자는 "군수가 특정 업체를 지시하거나 업체로부터 직접 돈을 받지 않아 공무원들의 자진 신고 없이는 묻힐 뻔한 사건이었다"고 설명했다.

사실 지자체가 물품계약을 대가로 업체에 리베이트를 받는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물품계약에 막강한 권한이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제품은 1억원 미만이면 수의계약이 가능하다. 우수제품으로 조달청 인증을 받으면 금액과 상관없이 특정 업체를 지정할 수 있다. 조달청이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정책을 악용하는 것이다. 이 같은 행태는 공정한 경쟁을 막고 리베이트 비용이 상품에 포함돼 결과적으로 세금이 낭비돼 피해가 국민에게 돌아간다.

공무원의 권한 남용을 막고 관급계약을 보다 투명화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전국취재부 = 박진주 기자 pearl@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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