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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비즈 톡톡] 포털 사이트 '전문 병원’ 명칭 논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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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적지 않은 사람들이 네이버 등 포털 사이트를 통해 병원을 찾습니다. 조금이라도 좋은 병원을 찾기 위해 ‘OO 전문 병원’으로 검색하지요. 그런데 포털 검색 결과로 노출되는 ‘전문 병원’ 명칭을 두고 논란이 뜨겁습니다. 무엇이 논란인지 하나하나 짚어보겠습니다.

◆ 네이버가 전문병원 불법 광고? 확인해보니

보건복지부는 2011년 11월부터 특정 질환에 대해 높은 수준의 의료행위를 하는 병원을 전문으로 지정하는 전문병원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전문병원으로 지정되려면 의료서비스 외에도 인력•시설•장비•교육 수준 등에 대한 평가 심의를 거쳐 인정받아야 합니다. 이 절차를 통과한 우수기관만 3년간 전문병원이란 명칭을 쓸 수 있습니다. 전국 111곳이 복지부 지정 전문병원입니다.

의료광고 심의 규정에 따라 병원 등 의료광고에는 ‘전문’, ‘특화’, ‘명품’ 등의 표현을 쓰지 못하며 ‘전문병원’, ‘전문’이라는 단어를 쓰려면 엄연히 국가 및 국제기관을 통해 공식 인증을 받아야 합니다.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부 국정 감사 현장에서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순례 자유한국당 의원은 “보건복지부 지정 전문병원 제도를 악용한 (포털 내) 불법 광고들이 성행하고 있다”면서 "복지부는 이러한 불법 행위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냐"고 질타했습니다.

이날 김 의원은 “최근 네이버가 전문병원 광고 가이드라인을 따르지 않고 불법 광고를 노출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면서 "네이버는 ‘국민의 알 권리’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말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조선비즈

포털사이트 네이버(Naver)에 노출되는 병원 광고에서 ‘전문’, ‘전문 병원’ 단어 사용 여부를 두고 찬성, 반대 입장이 팽팽하다. / 네이버 홈페이지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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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지난 18일 네이버 검색창을 통해 전문병원 불법광고 사실 여부를 확인해봤습니다. 이날 네이버 검색창에서 ‘코골이전문병원’을 검색해 광고로 노출되는 병원 사이트 목록(list)에 대해 전문병원협의회와 네이버 양측에 확인해본 결과, 2개 기관 모두 보건복지부가 지정하는 ‘전문병원’에 해당했습니다.

하지만 19일 다시 김순례 의원실로부터 “현재 코골이 전문병원이 아닌 곳도 노출돼있다”고 제보를 받았습니다. 하루 사이에 갑자기 비전문병원 사이트도 함께 나오는 겁니다.

19일 전문병원 목록이 바뀐 이유에 대해 네이버 측은 "네이버 사이트 영역의 경우 등록 방식이 아닌 웹수집(크롤링) 방식으로 해당 사이트에서 설정한 제목/설명문을 보여주는데, 해당 시점에 추가로 크롤링이 된 사이트가 로직에 따라 노출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네이버 측 관계자는 “이 경우 특정 사이트의 불법성 여부를 사전에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며 “네이버, 카카오, 구글과 같은 인터넷 기업들은 2015년 3월에 복지부와 협약을 맺고 복지부에서 불법 의료광고임을 판단해 주는 경우 해당 정보를 삭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파워링크 등 병원 광고에서 전문병원 단어는 사전에 철저히 관리되고 있으나, 사이트, 블로그, 카페 등은 광고와 달리 복지부의 유권해석에 따른 사후적인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실제 개인이 운영하는 블로그나 카페 등의 게시글 상에 사용된 ‘전문’, ‘전문병원’의 표현의 경우 그대로 포털에 노출돼 있었습니다. 적지 않은 병원이 블로그나 카페를 통해 자신의 병원을 홍보합니다. 인터넷 사용자들도 전문병원이라는 용어를 정부가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것을 몰랐습니다.

◆ ‘전문’이라는 용어는 자유로운 표현 수단 될 수 있나

논란은 국감에서만 그치지 않습니다. 네이버는 포털 광고에서 ‘전문’이라는 표현을 쓰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며 이를 완화해달라고 요구하고 있고, 대한전문병원협의회는 환자들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며 이를 크게 반대하고 있습니다.

네이버는 최근 총리실 산하 규제개선개혁위원회에 관련 의견을 제출했으며 현재 국회 토론회를 추진 중입니다. 네이버 관계자는 “의료법상 국가가 인정한 ‘전문의’ 제도가 있고, 전체 개업 의사의 약 70~80%가 전문의에 달하는데도 ‘전문’이라는 단어로 검색했을 때 자신의 전문성을 홍보하지 못하고 있어 광고주들의 민원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또 “일반인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네이버가 일반 이용자들이 '전문'이라는 키워드를 써서 의료기관을 검색할 때 그 검색 결과에서 전혀 '전문병원'을 기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심지어 구글과 같은 글로벌 검색 광고 사업자는 이 규제를 받지 않고 광고를 노출하고 있어서 규제 역차별까지 발생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전문병원 협의회 측의 반박 논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 관계자는 “과거에 환자가 인터넷에서 ‘관절전문병원’을 검색해 찾아갔다가 그곳에서 시술을 받던 중 의료 사고가 발생했는데 알고보니 이 병원은 실제 지정된 전문병원이 아니였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했고, 여기에 포털사이트도 이를 따르기로 한 것이었는데 다시 과도한 규제라며 풀어달라고 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강조했습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도 "전문병원이 아닌 병원이 전문병원으로 광고하는 것은 명백히 불법이며, 적발하면 바로 행동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 "포털사이트와 협의를 통해 전문병원 광고를 할 경우 인증받은 과목의 광고만 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포털사이트 내 떠도는 정보와 광고들이 환자의 알 권리에 해당할까요? ‘전문’이라는 단어에는 어떤 책임이 따를까요? 2차병원 활성화 취지도 있는 현행 ‘전문병원 지정 제도’는 실효성 있게 운영되고 있을까요? 많은 사람들이 전문병원 제도가 있다는 사실조차 잘 모르는 데 보건복지부와 전문병원협의회는 대국민 홍보를 강화해야 하지 않을까요? 환자가 정말 좋은 병원을 찾을 수 있게 도움이 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허지윤 기자(jjy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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