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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디지털스토리] 범죄자 얼굴, 공개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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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박성은 기자 = 지난 8일 모자와 마스크를 쓴 한 남성이 휠체어를 타고 경찰서에 등장했습니다. 그가 찍힌 사진은 전부 모자이크 처리됐죠.

그로부터 사흘이 지나서야 남성의 얼굴과 실명이 언론에 공개됐습니다. 사진 속 주인공은 중학생 딸의 친구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이영학(35)씨였습니다.

그의 얼굴은 왜 처음부터 공개되지 않았던 걸까요?

◇범죄자 얼굴 공개, 범행수단 잔혹하고 증거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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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악범죄자 신상정보 공개는 몇 가지 단계가 필요합니다.

현행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8조2항(피의자의 얼굴 등 공개)에는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 강력범죄의 피의자가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증거가 있을 때는 얼굴을 공개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해당 조항은 2009년 강호순 연쇄살인사건 이후 2010년 4월 만들어졌습니다. 국민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 흉악범의 얼굴을 공개해야 한다는 여론에 따른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흉악범의 얼굴이 공개되는 것은 아닙니다. 보통 국민의 공분을 산 사건을 중심으로 일선 경찰서별로 공개 여부를 결정하고, '신상공개결정위원회'를 구성해 타당성 여부를 논의하죠.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과 형사소송법상 비밀엄수 의무, 형법상 피의사실 공표죄 등으로 제약이 많은 까닭입니다.

만약 언론사 자체 판단으로 범죄자 얼굴을 공개할 경우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형법 307조 1항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사람의 명예를 훼손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합니다.

◇ 미국, 흉악범죄자 신상 그대로 공개...가족 노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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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다른 나라는 흉악범의 얼굴공개를 어떻게 다루고 있을까요.

지난 6월 미국 네바다주 웰스초등학교(Wells Elementary School)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4학년 담임교사인 테나일 위테이커(Tennile Whitaker)가 인근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고교 남학생 2명(16세, 18세)과 성관계를 맺은 혐의로 체포됐기 때문입니다.

한 언론사는 해당 사건을 보도하면서 페이스북에서 찾은 여교사의 가족 사진을 그대로 공개했습니다. 최근 라스베이거스 총기난사를 저지른 스티븐 패독(64·사망)은 얼굴이 공개된 것은 물론, 동거녀와 가족 얼굴까지 그대로 노출되기도 했죠.

일본에서는 지난해 1월 자신의 딸을 학대하고 살인한 친모 후지모토 아야카(22)의 얼굴과 실명을 공개했습니다. 미국과 일본, 영국, 유럽에서는 범죄자의 인권보다는 범죄 재발 방지와 국민의 알권리를 더욱 중요하게 판단해 신상을 공개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신상 정보 공개하라" vs "범죄자 인권 중요"

국내에서는 이씨 사건 등을 계기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인터넷에서 흉악범죄자의 "신상 정보를 공개하라"는 주장이 다시 불붙고 있습니다.

실제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해 전국 19세 이상 성인 536명을 대상으로 강력범죄 피의자 신상공개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87.4%가 강력범죄 피의자 신상공개에 찬성한다고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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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부작용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지난해 경기도 토막 주검 살해사건으로 구속된 조성호(30)씨의 얼굴이 공개되면서 피의자의 가족과 지인 등에 대한 '2차 피해'가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신상정보공개에 대한 찬반여론은 팽팽합니다. 흉악범 얼굴공개를 찬성하는 측은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 공익보호, 범죄예방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합니다. 반면, 반대하는 측은 범죄자 및 그의 가족에 대한 인권침해 우려를 나타냅니다.

◇흉악범죄자 얼굴공개 놓고 형평성 논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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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세 가지 사례는 사람을 살해 및 유기 또는 방치했다는 부분에서 유사한 사건입니다. 하지만 한 사건 외에는 범죄자 얼굴이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이에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제기됩니다. 동시에 수사기관의 일관적이지 않은 얼굴공개 기준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죠.

전문가들은 이런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 흉악범 얼굴공개에 관한 보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인포그래픽 = 정예은 인턴기자

junep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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