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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편지 읽는 수석' 하승창, 갈등관리 최전선 아이디어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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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런치리포트-청와대사용설명서](6)사회혁신수석 ①]

#청와대 여민3관 2층, 하승창 사회혁신수석의 집무실이 있다. 이곳엔 수북이 쌓인 '편지'가 눈에 띈다. 수많은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민원과 진정서, 제도개선 요구서 등 국민들의 목소리가 넘쳐난다. 읽기에 좋은 '팬레터'들은 아니래도 하 수석은 사무실에 머물 땐 이런 편지에 파묻혀 지내다시피 하면서 국민 여론에 귀를 기울인다.

하 수석은 갈등관리라는, 보기에 따라 가장 까다로울 수 있는 청와대 업무를 지난 5개월간 무난히 이끌고 있다는 평가다. '아이디어맨'이란 별명에 걸맞게 행정과 제도, 패러다임의 혁신 작업도 진행 중이다.

◇시민운동 1세대…아이디어 반짝= 하 수석은 연세대 사회학과 80학번. 천호선 전 참여정부 청와대 대변인과 '과동기'다. 하 수석은 1980년대 인천 지역에서 노동운동을 하며 인천지역민주노동자연맹(인노련)에 몸담았다. 1990년 삼민동맹(민족·통일·민주주의노동자동맹) 사건으로 구속됐다.

'노동'에서 '시민'으로 무대를 옮긴 건 1992년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서 일하면서다. 당시 시민운동이 만개했다. 실질적으로 세상을 바꿔 나가고 있는 시민운동에 마음이 갔다. 그렇게 노동운동을 하다 시민운동을 시작해 '시민운동 1세대'의 주역이 됐다.

이 때도 아이디어가 빛났다. 경실련 조직국장 등을 거친 그는 각 자체단체의 세금 집행 실태를 감시하는 예산감시운동을 제안했다고 한다. 결국 1999년 '함께하는 시민행동'으로 독립, 예산감시 활동을 벌였다. 그는 이 무렵 모교 대학원에 진학해 석사과정을 밟았다.

현실정치에서는 '친문'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안철수맨'이다가 문재인정부 청와대에 합류한 점에선 장하성 정책실장과, 박원순 시장의 서울시 멤버였단 점은 임종석 비서실장·김수현 사회수석 등과 공통점이 있다.

하 수석은 박 시장이 처음 당선된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캠프에서 뛰었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는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진심캠프에서 대외협력실장을 맡았다. 문재인-안철수 후보간 단일화 협상팀에도 참여할 만큼 핵심이었다.

머니투데이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문재인(왼쪽) 대통령(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3월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선거캠프 사무실에서 캠프 인재로 영입한 하승창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손을 잡고 있다. 2017.03.07. dahora83@newsis.com



박 시장이 재선한 2014년 지방선거엔 다시 박원순캠프 총괄기획단장을 맡았다. 임종석 현 대통령비서실장이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그만두자 그 후임도 맡았다. 박 시장이 올해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할 때 하 수석은 부시장에서 물러났다. 이어 문재인 캠프에 영입돼 '사회혁신·사회적경제위원회'의 공동위원장을 지냈다.

청와대는 그를 사회혁신수석에 임명하며 "시민사회활동가로서의 경력과 서울시정을 꾸려본 경험을 두루 갖춰 시민사회와의 소통에 적임자"라 밝혔다. 신고 재산이 3억1000만원. 청와대 수석(차관급)으로는 가장 재산이 적다.

◇갈등관리 묵묵히…사무실엔 각계 편지 '수북' = 노동운동, 시민운동에 이어 정치인 겸 행정가로 변신한 뒤에도 '아이디어 맨'의 면모는 계속됐다. 돌이켜보면 문 대통령 취임 후 사회적 갈등이 제대로 관리되지 못해 폭발하다시피 한 경우는 드물다. 하 수석과 사회혁신수석실이 묵묵히 활동한 결과다.

하 수석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에도 공들였다. 특히 신고리원전 공사재개 관련 공론화위원회라는 정책결정의 새 모델도 하 수석의 아이디어가 계기가 됐다.

청와대 여민3관 2층, 하 수석의 집무실이 있다. 이곳엔 수북이 쌓인 '편지'가 눈에 띈다. 수많은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민원과 진정서, 제도개선 요구서 등 국민들의 목소리가 넘쳐난다. 읽기에 좋은 '팬레터'들은 아니래도 하 수석은 사무실에 머물 땐 이런 편지에 파묻혀 지내다시피 하면서 국민 여론에 귀를 기울인다.

빗발치는 전화도 받는다. 그는 휴대전화 뒤 네자리 번호를 경실련 시기부터 여태 지키고 있다. 그렇게 듣는 목소리들이 아이디어의 원천인 셈이다. 서울시와 국회 보좌관 경험이 풍부한 정재혁 보좌관이 하 수석의 '믿을맨'으로 그를 보좌하고 있다.

머니투데이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하승창 사회혁신수석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공원에서 열린 '광화문1번가' 개소식에서 '국민이 만드는 대통령의 서재'에 놓을 책을 소개하고 있다. '광화문1번가'는 국민의 정책 제안을 받는 국민인수위원회 오프라인 창구 역할을 하게 된다. 2017.05.25. kkssmm99@newsis.com



미니 인터뷰 "광화문1번가 상설화"= 하 수석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서면인터뷰에서 "광화문에 모인 시민들이 원했던 것은 시민의 목소리를 듣고 시민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정부"라며 "문 대통령은 그것을 국정철학으로 세우고 사회혁신수석실을 신설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정부 초 한시적 운영했던 '광화문1번가' 상설화를 추진한다. 그는 "모든 국민이 언제든, 전국에서 정책을 제안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또 "기존의 행정은 내부의 논리와 방식으로 문제를 정의하고, 정부 내에서 해결책을 만든 다음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방식을 많이 사용해왔다"며 "정책결정과정과 시민이 필요한 공공서비스를 시민이 직접 참여·결정할 수 있도록 새로운 시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혁신 읍면동' 사업은 주민이 원하는 서비스를 스스로 결정하면 이를 읍면동 주민센터를 통해 제공하는 방식이다. 취업난을 포함한 청년 문제 해결방안도 당사자인 청년이 주도할 수 있게 정부가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김성휘 기자 sunny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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