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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0 (목)

[‘씬짜오’ 베트남 여성의 말걸기] 이주민도 평화로운 한국을 원해요 / 원옥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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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겨레

원옥금
서울시 외국인 명예시장


얼마 전 베트남의 친정 언니가 “한국에 전쟁이 날지도 모른다는데 괜찮냐”고 연락이 왔습니다. 저는 절대로 그런 일은 없을 테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을 했지만 사실 저도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는 뉴스와 미국이 군사적 대응을 검토한다는 뉴스까지, 지난 20년간 한국에 살면서 여러 가지 일을 겪었지만 혹시 전쟁이 날까 불안한 적은 없었는데, 요즘은 저도 좀 걱정이 되기는 합니다.

물론 저는 한국에서 전쟁이 나는 일은 없어야 하고 또 없을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우선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과 정부가 지혜롭게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국민을 위한 정부가 국민을 끔찍한 상황에 빠지도록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내버려 두지는 않겠지요.

물론 한국의 의지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고 북한도 빨리 대화를 선택해야 합니다. 지금은 마주 보고 달려오는 자동차처럼 미국과 북한이 대립하고 있지만 누구도 함부로 전쟁을 해서는 안 됩니다. 누가 옳은지 아닌지를 떠나서 전쟁은 우리의 삶을 완전히 파괴할 테니까요.

저는 1975년 베트남에서 전쟁이 끝나던 해에 태어났습니다. 그래서 직접 전쟁을 겪어 보지 않았습니다. 참 다행스러운 일이지요. 그러나 제가 어렸을 때는 전쟁이 끝난 지 얼마 안 된 때여서 전쟁이 나라에 남긴 상처들을 많이 보고 자랐습니다. 집집마다 한두 명의 가족은 전쟁 때문에 목숨을 잃었고, 더 많은 부상자와 전쟁고아와 미망인이 전쟁 때문에 생겨났습니다. 저희 집만 해도 아버지는 총격을 피하다 다친 후유증으로 평생을 불편한 몸으로 사셔야 했고 외삼촌 두 명은 베트남 해방전선에 들어가 목숨을 잃어 열사가 되었습니다. 꼭 베트남전쟁뿐 아니라 요즘 시리아 내전의 참혹한 피해를 보더라도 전쟁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됩니다.

그런데 제가 더 걱정하는 것은 한국의 일부에서 전쟁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분위기입니다. 답답한 상황을 빨리 해결하고 싶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일부 언론이 전쟁 분위기를 띄우는 것 같은 보도를 하는 것을 보고 걱정을 하게 됩니다. 금방 잘못된 정보로 밝혀진 것도 실수인지 아니면 일부러 그러는 것인지 마치 꼭 문제가 생기기를 바라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정말 위험합니다.

한국은 지금 수많은 사람들이 평화를 지키며 저마다의 삶을 꾸려가고 있는 곳입니다. 그리고 저 같은 이주민에게도, 태어난 나라는 아니지만 저와 제 가족이 오랫동안 살아왔고 앞으로도 계속 살아가야 할 소중한 땅입니다. 저는 이렇게 소중한 한국에서 평화가 절대로 깨지는 일이 없기를 바라며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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