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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법원 "조영남, 그림 대작은 사기" 집행유예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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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대작 작가, 조수 수준 넘어 독자적으로 작품 활동 관여…구매자 기망 당했다"]

머니투데이

가수 겸 화가 조영남씨./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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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대작 논란으로 재판에 넘겨진 가수 겸 화가 조영남씨(71)가 1심에서 유죄 판결과 함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이강호 판사는 18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조씨에 대해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공범으로 함께 기소된 조씨의 매니저 겸 소속사 대표 장모씨(46)는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이 판사는 조씨가 대작 작가의 그림에 덧칠 작업을 한 뒤 자기 이름으로 판매한 것은 사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 근거로 △그림을 대작한 작가가 조수 수준을 넘어 작업 상당 부분을 독자적으로 진행한 점 △조씨가 대작 작가의 존재와 역할을 대중과 구매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은 점 △대작 작가의 존재와 역할을 알았더라면 높은 가격을 주고 그림을 사지 않았을 것이라고 구매자들이 주장한 점 등을 들었다.

재판부는 "대작 작가는 조씨의 지시나 감독을 받지 않고 독립된 공간에서 자율적으로 작업했다'며 "이 작가의 예술지식과 기술, 수준, 작품 제작에 기여한 정도 등을 감안하면 이 작가가 조수에 불과했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독립적으로 창작에 기여한 작가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조씨는 재판에서 "미술적 관행이나 현대미술의 흐름 속에서 사건을 파악해야 한다"며 무죄를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판사는 "팝아트나 개념미술 등을 하는 현대미술 작가 대부분은 보수를 주고 필요한 조수 인력을 정식 고용한 뒤 체계적으로 관리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반면 조씨는 대작 작가를 체계적으로 관리하지 않았다. 그리고 언론 인터뷰를 통해 직접 그림을 그린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조수를 쓰는 방식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드러내기도 했다"며 "이런 점에서 피고인들의 논리는 수긍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판사는 또 "조씨가 대작 작가에게 물리적 표현 작업을 맡기는 식으로 작품활동을 한다는 사실은 조씨의 최측근이나 일부 기자만 알고 있었다"며 "조씨는 대작 작가가 표현작업을 맡았다는 사실을 구매자들에게 고지해야 하는 의무가 있었음에도 고지하지 않고 작품을 판매했다. 이는 구매자들을 부작위로 기망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이 판사는 "조씨는 이 사건이 불거진 후 언론을 통한 해명 과정에서 '미술계의 관행'이라는 사려깊지 못한 발언을 해 미술계의 신뢰성을 훼손하고 미술시장의 혼란을 초래했다"며 "대작 작가들이 들인 노력과 노동가치를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 수많은 무명작가들에게 깊은 상처와 자괴감을 안겼다"고 밝혔다. 다만 "조씨의 인지도와 경제력을 고려하면 피해회복 절차에 적극 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이 판사는 장씨에 대해서도 "작품 제작과 판매 전반에 관여했고 판매대금 일부를 가져가 공모 관계가 인정되나 그 정도가 약한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선고 후 조씨는 심경과 항소 여부를 묻는 질문에 아무 대답도 없이 법원을 빠져나갔다.

조씨는 2011년 11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화가 두명에게 화투와 관련된 그림을 그리도록 주문한 뒤 덧칠 작업 등을 거쳐 자신의 그림이라고 속여 판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씨는 20여명에게 작품을 팔아 1억8000여만원을 챙겼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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