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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8 (토)

'어금니 아빠' 후폭풍…文 '기부 활성화' 공약 어떻게 되나(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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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욕구 해소 목적으로 여중생을 강제추행살인 및 추행유인·사체유기한 혐의를 받는 '어금니 아빠' 이영학(35)씨가 13일 오전 서울 중랑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검찰에 송치되며 심경을 밝히고 있다. (사진=정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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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최근 발생한 일명 '어금니 아빠' ·새희망씨앗 공금 횡령 사건 등 사람들의 온정을 이용해 기부를 받은 후 유용·횡령한 사건이 잇따르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기부에 대한 부정적 인식 확산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던 기부 문화 활성화를 위한 법 개정 작업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연말 불우이웃돕기 모금 운동을 준비 중이던 대한적십자사 등 사회복지단체들도 울상이다.

17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이른바 딸의 친구를 유인해 성추행한 후 살해, 세상을 경악하게 만든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으로 인해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따라 추진 중인 기부문화 활성화 정책 수립에도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이영학이 인터넷·SNS 등을 통한 '앵벌이'로 거액의 기부금을 받아 외제차를 굴리는 등 사치스러운 생활을 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기부 자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행정안전부는 지난 8월 말 청와대 사회혁신수석실, 염형국 공익법무법인 공감 변호사, 행안부 실무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첫 회의를 열고 현행 '기부금픔의모집및사용에관한법률'(기부금품법) 개정 등 제도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문제는 이들 사이에서도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측과 대폭 완화 내지는 철폐를 주장하는 쪽의 주장이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기부 문화에 찬물을 끼얹고 불신을 조장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는 점이다.

규제 존치를 주장해 온 행안부 쪽은 힘을 얻는 모양새다. 행안부는 기부금품 모집 허용 조건 완화 등 사전 규제를 풀어줄 필요는 있지만 사후 모니터링과 처벌 등 규제는 그대로 두거나 오히려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전반적인 방향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세부적인 규제 완화의 방향이나 강도 등에는 이견이 있다. 국회 제출된 이재정 의원안을 토대로 한 시민사회단체의 개선 의견을 전적으로 수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비영리공익법인 등 규제 완화를 주장해 온 이들은 이번 사건이 기부 문화 활성화 정책 수립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시민사회단체를 대표해 이중 감사 철폐 등 대폭 규제 완화를 주장하고 있는 염형국 공익법무법인 공감 대표 변호사는 "최근 일부에서 나타난 사례를 놓고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의 걸림돌이라고 볼 수는 없다. 한 두 명이 나쁜 짓을 하는 것을 막을 방법은 사실상 없지 않냐"라며 "사후 강력한 처벌을 통해 응징하는 것으로 악용 사례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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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안 그래도 기부금 모금이 대폭 줄고 있는 상황에서 잇딴 부정적 사건으로 인해 연말 연시를 앞둔 기부금 모금 단체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국세청 등에 따르면, 최근 들어 소득 공제 축소, 저성장ㆍ고실업 등 경기 불황 장기화 등의 영향으로 우리나라 전체의 기부금 모금이 감소하고 있다.

국세청의 국세기본통계에 따르면 2013년까지 매년 늘어나던 기부금 액수가 2014년 기부금 연말정산 공제 방식이 소득 공제에서 세액 공제로 전환된 후 급격히 감소했다. 2013년말 12조4800여억원에서 2014년 11조9989억원으로 4870억여원이나 줄었다. 기부자 숫자도 2011년 68만9252명에서 2012년 88만6617명으로 늘어나 정점을 찍은 후 2013년 87만9216명, 2014년 82만1210명, 2015년 78만3982명으로 지속적인 감소 추세다.

기부금 모금 단체들은 '어금니 아빠' 사건과 새희망씨앗 공금 횡령 사건 등이 발생하면서 회원 탈퇴와 모금액 감소 등이 현실화될까 전전 긍긍하고 있다. 가뜩이나 미국 등에서 일부 모금 단체들이 모금액의 대부분을 운영비로 쓰고 실제 어려운 이들에게 전달되는 기부금은 일부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불신이 고조되고 있었다.

실제 어금니 아빠 사건이나 새희망씨앗 사건이 언론에 알려진 후 상당수의 모금 단체들이 "후원을 취소하겠다"는 회원들의 전화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앵벌이는 막되 공신력 있는 기관·단체의 기부금 모금 행위는 대폭 자율화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비영리공익법인들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해 모금 활동의 자율권을 보장하는 한편 기부 주체들의 불신을 완화하기 위해 사용 내역 등에 대한 검증을 강화하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최대 한 공익법인 관계자는 "두 사건이 오히려 기부금품 모금 관련 제도를 하루 빨리 개선해야 한다는 촉매제로 작용할 수가 있다"며 "인터넷 앵벌이식의 개인적인 모금 행위에 대해서는 따로 규제하되 검증된 공익 법인들의 모금 행위에 대해서 규제를 확 풀어 주고 활발히 활동할 수 있도록 하면 기부 문화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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