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김이수 헌법재판관에게 내년 임기까지 소장대행체제를 유지토록 하겠다"는 청와대의 결정에 따를 수 없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선언한 것이다. 보도 참고자료를 작성하기 위한 재판관 회의에는 김 소장대행을 비롯한 8명의 재판관 전원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진다.
청와대는 지난 10일 "헌재는 지난달 18일 재판관 간담회에서 재판관 전원이 김이수 재판관의 권한대행직 수행에 동의했다"며 "김 대행체제를 유지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같은 결정은 야당 및 헌재 내부에서도 많은 반발을 부른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이러한 상황을 보면서 헌재의 존재가 한없이 나약함을 느끼게 된다. 정식회의도 아닌 티 타임과 같은 자리인 재판관의 간담회에서 주고받은 말을 청와대가 정식으로 결정했다고 한다는 것 자체가 헌재가 무시당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헌재는 당시 "재판관 전원이 김 재판관의 헌재소장 대행직 수행에 동의했다"고 발표했었다.
그러나 헌재 관계자는 이러한 결정은 새 헌재소장이 오기 전까지 임시로 김 재판관이 소장대행을 맡기로 한 것이지, 내년 9월 임기까지 대행체제로 간다는 뜻이 아니었다고 전했다고 한다. 청와대와 헌재가 충분한 의견교환 없이 청와대가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임이 드러난 것이다.
헌재에 대한 국민의 신뢰감 상실은 박근혜 전대통령의 탄핵재판에서도 나타났다. 박 전 대통령 탄핵의 결정적 사유는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과 함께 774억원을 기업으로부터 받아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운용을 주도했다는 것이다. 또 최 씨의 사익을 위해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박 전 대통령을 6개월 동안 구속수감하면서까지 수사를 했는데도 이러한 탄핵사유를 입증할 만한 결정적 증거가 나타나지 않아 재판이 지연되고 있다. 헌재가 증거 없이 드러난 정황만으로 박 전 대통령을 탄핵했다는 의심을 갖게 한다. 헌재가 김 재판관의 소장대행체제 유지를 거부하고 새로운 소장임명을 촉구한 움직임이 일그러진 헌재의 위상을 스스로 회복하는 첫걸음이 되기를 기대한다. 헌재는 권력의 시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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