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2 (수)

[ET단상]무알코올 술, 정말 무알코올일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얼마 전 한 임신부 직원으로부터 무알코올 맥주를 마셔도 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주변에서는 “무알코올이니 괜찮아”라고 한다지만 진짜 알코올이 전혀 없는 것인지, 마셔도 문제가 없는 것인지 불안하다는 사연이었다.

최근 건전한 음주 문화가 확산되면서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무알코올 맥주, 무알코올 와인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심지어 술을 마실 수 없는 임신부나 청소년에게 권해도 되는 술이 된 무알코올 술. 진짜 마셔도 괜찮은 걸까.

무알코올, 논 알코올, 알코올 프리, 0도 등 각양각색의 문구를 내세워 소비자를 유혹하는 무알코올 술. 문구만 본다면 누구라도 알코올이 전혀 함유되지 않은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국내에 시판되고 있는 무알코올 맥주의 절반 이상은 0.003~0.5% 안팎의 알코올이 함유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알코올이라 해서 알코올이 없는 게 아니란 얘기다. 이렇게 소량의 알코올이 들어 있음에도 전혀 알코올이 없는 것처럼 표현할 수 있는 이유는 주세법 때문이다. 주세법에 따르면 알코올 도수 1% 미만 제품은 주류가 아닌 혼합음료, 탄산음료 등 음료로 분류된다.

일부는 그 정도의 소량이라면 아무리 많이 마신다고 하더라도 얼마나 문제가 되겠느냐는 식으로 생각한다. 지나친 우려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그러나 아직 무알코올 음료 안정성을 직접 조사한 연구가 없는 만큼 분명 조심할 필요는 있다.

특히 임신부와 청소년이라면 더욱 그렇다. 임신부의 경우 유산 위험이 큰 임신 초기일수록 소량의 알코올이라 해도 치명타다. 이 밖에도 태반 조기 박리, 태아 성장 결핍, 조산, 양수 감염, 사산, 태아 지능 발달 장애 등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

그 가운데에서도 작은 눈, 소두증, 편평한 인중과 같은 신체 기형뿐만 아니라 정신 장애를 동반하는 태아알코올증후군(FAS)이 있다. 아직도 증후군을 일으킬 수 있는 알코올 양이 어느 정도인지 알려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태아에게 알코올로 인한 독성 효과를 유발할 수 있는 임신부의 음주량이나 빈도 기준이 아직 없다는 뜻이다.

외형상 정상으로 태어났다 하더라도 아이가 성장하면서 주의력 결핍이나 과잉행동장애, 충동조절장애 등을 유발하는 태아알코올스펙트럼장애(FASD) 위험 역시 간과해선 안 된다. 최근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알코올이 알코올 스펙트럼 장애를 유발하는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FASD는 결국 임신 중의 음주로 유발된다. 임신 기간에 금주를 유지한다면 100% 예방이 가능한 질환이다. 그래서 임신 중에 완전 금주를 권유하는 나라가 많다.

청소년도 마찬가지다. 알코올 섭취 연령이 어린 청소년일수록 나중에 더 많은 알코올을 사용하며, 알코올 의존으로 발전하는 비율이 높다. 음주를 시작하는 나이가 어릴수록 알코올이나 다른 물질 등 중독에 더 쉽게 빠질 수 있다. 외국의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17세 이전에 술을 시작한 사람이 21세 이후 술을 시작한 사람보다 알코올 중독에 걸릴 위험이 3배 이상 높다.

청소년은 알코올 남용과 함께 품행 장애, 우울증 같은 다른 정신과 질환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알코올 같은 물질 사용 장애가 있는 청소년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뇌의 전두두정엽 백색질의 성숙도 감소가 더 많이 관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이 처음 술을 접하게 되는 원인 가운데 대다수가 호기심 또는 가족, 친구, 선후배 등 가까운 사람들의 권유라고 한다. 무알코올 맥주니까 괜찮다며 가족들이 가볍게 권하는 술이 아이에게 술 호기심과 호감 키우는데 일조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무알코올 맥주를 마셔도 될까'라는 생각이 들 때에는 '정말 그 맥주가 무알콜이 맞을까'를 신중하게 판단하는 것이 먼저다. 실제 알코올 함량을 파악하는 현명한 소비자가 돼야 한다.

전자신문

김석산 다사랑중앙병원 원장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석산 다사랑중앙병원장 sskim31253@naver.com

[Copyright © 전자신문. 무단전재-재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