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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사랑에 대한 단상(20), 영화 ‘나의 엔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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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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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보이지 않아도 느낄 수 있어'. 어디에선가 들어봄 직한 문장이다. 정말일까. 사랑은 보이지 않아도 진행될 수 있는 것일까? 이 물음에 대해 ‘나의 엔젤’의 해리 클레븐 감독은 '그렇다'고 답했다.

‘나의 엔젤’은 판타지 로맨스다. 우리 모두가 한 번쯤은 상상해봤을 법한 '투명인간의 사랑'을 다룬 이 영화는 시각을 걷어낸 로맨스를 보여준다. 오감 중 가장 중시 여겨지는 시각. 하지만 감독은, 진정한 사랑에는 시각 이상의 다른 요소들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감독은 영화 속 이야기를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것이라고 고백하며 시작한다. 영화의 서두에서 어머니, 루이스가 엔젤의 마술사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시작되는데, 이는 영화 전반이 마술 같은 것임을 직시한다. 투명 인간을 낳은 루이스는 엔젤에게 슬프지만 현실적인 조언들을 해준다. 그로 인해 엔젤은 자신의 형체가 어머니 외 다른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을 것임을 확실히 알게 된다. 하지만 그의 존재를 알아차리는 한 소녀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소녀의 이름은 마들렌이다. 시각장애를 앓고 있는, 앞을 보지 못하는 마들렌은 후각과 청각, 촉각으로 엔젤의 존재를 알아차린다. 그리고 가까워진다. 그야말로 보이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사랑이 가능해진 것이다. 형체가 존재하지 않는 소년과 앞을 보지 못하는 소녀의 사랑. 보이지 않는 존재와 보지 못하는 존재의 만남은 각 인물들의 고유성이 이어질 때까지 순탄하게 이어진다. 하지만 '변수'가 생기게 된다. 마들렌이 수술을 해 시력을 되찾게 된 것이다.

변화된 상황은 사랑을 변질시킬 것인가.

마들렌의 시력 회복은 엔젤에게는 절체절명의 위기다. 무형의 자신을 사랑할 리 없다고 믿는 엔젤은 마들렌에게 눈을 감아볼 것을 제안한다. 그리고 마들렌은 순응한다. 하지만 눈을 뜬 사람이 눈을 가린 채 살아가는 일은 그리 쉽지 않다. 마들렌은 엔젤의 모습을 보고 싶어하고, 엔젤은 고심 끝에 자신의 존재를 공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예상했겠지만), 둘의 사랑은 이어진다.

‘나의 엔젤’은 감독의 순수함과 상상력이 빚어낸 기적의 로맨스다. 현실에서는 절대 일어날 리 없는 이 기적 같은 이야기가 예술로 승화되기까지의 치밀하고도 섬세한 노력은 영상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투명인간의 형체를 어떻게 드러낼 것인가', '투명인간의 사랑을 어떤 관점에서 담아낼 것인가' 등에 대한 감독의 고심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엔젤의 형체는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엔젤의 목소리와 숨결, 행동 들을 확인할 수 있다. 영화 속 인물들 외 스크린 밖 관객들도 엔젤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이로써 감독은 관객들로 하여금 투명 인간의 존재를 믿게 만든다. 기적을 믿게 만드는 장치들과 더불어, 몽환적이고도 화사한 영상의 색채들은 관객들의 동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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