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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에르윈 웜(Erwin Wurm), 공간과 시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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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One Minute Sculptures - 에르윈 웜(Erwin Wurm) 출처-© ERWIN WURM


예술가 에르윈 웜(Erwin Wurm)은 오스트리아 출신으로 독특한 시공간을 창조하는 조각가이며 설치미술가이다.

그가 자신의 상상을 어떻게 옮기는지 살펴보자. 우리는 사진뿐만 아니라 드로잉, 조각, 비디오 등 다양한 매체를 이용해 평범한 일상을 붕괴시키는 그의 작업을 주목하여야 한다.

웜은 일상적인 것을 낯설게 만들어 보는 이로 하여금 생각을 환기시키는 재주를 가지고 있다. 우리 주변의 일상적인 것들을 과장해 표현함으로써 정서적, 문화적 의미를 알 수 있는 유머와 재치를 내포하고 있다. 정적인 오브제보다는 역동적인 표현을 통해 시간과 조각의 관계를 탐구하는 것이다. 그의 작업 방식은 사진이 가지고 있는 ‘순간 포착’이라는 특성과 결합하여 새로운 개념의 작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는 지극히 일상적인 물건들을 사용하는데, 고무줄, 피클, 의류 심지어 먼지 등이 그 재료이다. 작업 형태는 퍼포먼스라 부르고 관람객은 주로 사진이나 비디오, 퍼포먼스를 박제한 듯한 ‘조각’ 혹은 지시적인 드로잉을 보게 되지만 작가 자신은 스스로 ‘조각가’라 여긴다. 6-70년대 개념미술의 전통에 확실한 뿌리를 두고, 자신만의 유머러스한 철학을 만들어냈다. 그의 다양한 작업들은 관람객의 참여를 유도하면서 그 시대의 예술의 전통을 유지•확대시키는 동시에 손상시킨다.

그를 대중에게 인식시킨 작업 시리즈는 ‘Do It Yourself’, ‘One Minute Sculptures’이다. 지시문이나 다이어그램, 지시사항에 필요한 재료로 구성되어있고 ‘혀를 내밀어라.’, ‘공 위에 누워라. 몸의 어떤 부분도 땅에 닿아서는 안된다’, ‘펠트 마커를 너의 신발 위에 놓아라.’, ‘이것을 1분 동안 들고 데카르트를 생각하라.’ 와 같은 지시사항들을 제시한다. 그의 일시적 조각에 대한 실험은 90년대 초부터 먼지를 사용하면서 시작되었다. 원이나 사각 등의 형태를 띄는 실루엣들은 벽에 걸리고 사각기둥에 옷이 입혀진다.

90년대 초부터 그의 작업은 여러 형태를 띄지만 ‘무엇이 조각을 이루는가.’가 핵심이라 볼 수 있다. 지시된 특정 행동이 사진에서만 존재하지만 조각이라는 개념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신체와 행동 그리고 오브제 사이의 내적인 연결을 묘사한다. 이는 다큐멘트로만 남아있는 70년대 개념적이거나 신체적 작업의 이슈를 지속한다.

일분 조각의 참여자들은 폴라로이드로 사진을 찍을 수 있고, 100달러를 지불하면 작가가 예술작품으로 유효한 싸인 사진을 덧붙여 보내준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전후가 보이는 그의 작품들은 ‘Fatness’를 주제로 삼아 8일 안에 두 종류의 옷 사이즈를 갖는 법(1993), 차를 살찌운 작업(2001)으로 계속된다.

후에 게으름에 관한 작업으로 이어지고 ‘게으름을 위한 지시’(2001)는 텍스트를 포함한 사진 시리즈로 ‘논쟁하기엔 너무 게으르다’, ‘회사 화장실에서 낮잠자기’, ‘하루 종일 파자마만 입고 있기’, ‘아침식사 전에 한대 피우기’ 등의 마치 게으름뱅이 교본에서 가져온 듯한 지시사항을 작가가 연기한 것이다.

또한, 사회적 관념을 부정하기 위한지시는 ‘다른 사람의 수프에 침 뱉기’, ‘거지 돈 훔치기’ 등이 있다. 1분 포즈 이상으로 대중이 행할 수 있는 퍼포먼스는 1분간 우스운 꼴로 관람객이 서있는 것과 함께 의미를 부여한다.

웜의 작업은 대중을 스스로 굴욕스럽게 만든다는 점에서 여느 리얼리티 TV 프로그램보다 선행되었다는데에 사회적 의미가 있다. 그가 얼마나 많은 참여자들에게 그들의 체면을 내려놓고 자유롭게 망가질 수 있게 할까? 누가 진짜 예술이란 이름으로 ‘남의 수프에 침을 뱉을 수 있나?’ 와 같은 도전적인 마음을 품게하며 갤러리를 넘어 거리에서도 그의 철학이 이어진다.

[황정빈 파르트 문화예술전문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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