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안 된다며 문 닫던 예전과 딴판
미쉐린 별 24곳 중 한식당이 11곳
돈·명예 둘 다 거머쥘 새 아이템 각광
모던 한식 찾는 외식 트렌드도 한몫
서울시내 특급호텔이 잇따라 한식당을 새로 열고 있다. 기존에 한식당을 운영하던 호텔은 서비스 차별화에 나섰다. 사진은 7월 유러피언 레스토랑에서 한식당으로 탈바꿈한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의 ‘페스타 다이닝’. [사진 각 호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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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에 다시 한식당을 연 그랜드 앰배서더 서울 어소시에이티드 위드 풀만의 ‘안뜨레’. [사진 각 호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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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밀레니엄 힐튼 호텔이 한식당 ‘수라’를 접은 것을 시작으로 2004년 인터컨티넨탈 서울이 한식당 ‘한가위’를, 2005년 웨스틴조선호텔 서울이 한식당 ‘셔블’을 닫았다. 호텔 관계자들은 “늘 먹는 한식을 굳이 비싼 값 주고 호텔에서 먹으려는 사람이 적어 도저히 수익을 낼 수 없어 문을 닫는다”고 입을 모았다. 과거 한식당 보유가 특등급 이상 호텔의 필수 기준이었지만 94년 관광진흥법 시행규칙 가운데 관련 규정을 삭제한 것도 호텔 한식당을 찾아보기 어려워진 이유 중 하나였다. 그런데 왜 갑자기 최근 분위기가 확 달라진 것일까.
‘미쉐린 가이드’ 서울편 효과
미쉐린 가이드에서 별 3개를 받은 후 전통주 페어링을 강화한 서울 신라호텔 ‘라연’. [사진 각 호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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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음달이면 ‘2018년판 미쉐린 가이드’가 나온다. 이애주 세종대 호텔관광경영학부 교수는 “미쉐린 가이드에서 한식의 가능성을 확인한 호텔들이 한식당으로 미쉐린에 승부수를 거는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호텔들이 미쉐린 별에 집착하는 건 호텔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기에 앞서 영업에도 상당한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호텔업계에서 유일하게 별 3개를 받은 라연은 미쉐린 발간 1년이 다 돼 가는 지금까지도 예약이 한 달 밀려 있을 만큼 인기다.
서울 신라호텔 ‘라연’의 전통주 페어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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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스타 수성에 나선 서울 신라호텔 라연은 전통주를 12종에서 24종으로 강화했다. 한식과 어울리는 페어링을 선보이는데, 식사 전엔 오미자로 만든 오미로제 와인을, 냉채나 물회엔 제주 약주 ‘맑은 바당’을 선보이고 있다.
고급 한식 찾는 고객 늘어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페스타 다이닝’의 골동반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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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지난 몇 년 새 모던 한식 열풍이 불면서 꽤 비싼 가격에도 한식을 찾는 고객이 많아졌다. 정식당·밍글스·권숙수·이십사절기 등이 모두 예약이 어려울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은 한정식이 아니라 다양한 식재료를 이용한 코스 요리와 전통주 페어링 등을 선보이면서 ‘집에서 먹는 밥’이라는 한식의 이미지를 ‘좋은 레스토랑에서 제대로 먹는 요리’로 바꿔 놨다.
이런 분위기는 호텔 레스토랑에도 이어졌다. 반얀트리의 ‘페스타 다이닝’도 문을 연 지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평일·주말, 그리고 점심·저녁 할 것 없이 100석 모두 찰 만큼 인기다. 반얀트리 홍보 담당 박수정 대리는 “미쉐린 발간 이후 호텔가에서 한식당이 재조명받고 있는 흐름과 맞물린 데다 트렌디한 미식 경험을 추구하는 유행이 인기의 배경”이라고 말했다.
앞으로는 어떨까. 레스토랑 가이드북 『블루리본』 김은조 편집장은 “최근 외식 트렌드가 프렌치에서 모던 한식으로 옮겨 가고 있다”며 “호텔 입장에서도 모던 한식이라는 타이틀을 내걸어 전통 한식에 비해 높은 가격을 책정할 수 있는 데다 메뉴도 차별화할 수 있어 당분간 인기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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