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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막 오르는 시진핑 2기]"환경 파괴하면 퇴출" 중국경제 체질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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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정책 3선-② 환경 보호·생태문명 건설…극심한 환경 오염 개선·친환경 신시장 선점 다목적 카드 ]

최근 중국 시장에서 가장 유망한 분야 중 하나는 환경 보호 산업이다. 중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신환경보호법이 시행되는 등 환경 관련 법령 개정에 이어 정부의 대대적인 단속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환경 기준을 맞춰야 하는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오염물질, 오·폐수 배출 등에서 기준을 어긴 기업은 시정조치, 벌금은 물론 심한 경우 형사처벌까지 받아야 한다. 높아진 환경 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기업은 사실상 퇴출당한다는 얘기다.

이런 추세는 18일부터 열리는 제19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이후 시작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집권 2기에 더 강화될 전망이다. 미세먼지 등 극심한 환경 오염을 개선하는 것이 발등의 불인데다, 산업의 질적 업그레이드를 통해 친환경 미래 산업 분야를 선점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전략적 계산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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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제도 정비 이어 대대적 단속…"환경 파괴하는 성장 끝났다"

15일 중국 정부 발표 및 언론 등에 따르면 지난 2012년 제 18차 당 대회에서 당시 후진타오 국가 주석이 업무보고에서 강조한 생태문명 건설이 당장(黨章·중국 공산당 당헌)에 처음 명기됐다. 기존의 성장 위주의 발전 방식에서 벗어나 에너지 절약, 환경보호, 친환경산업, 순환경제 등 지속 가능한 발전을 통해 '아름다운 중국(美麗中國)' 을 건설하자는 개념이다.

18차 당대회를 통해 새로 집권한 시 주석은 이를 강력하게 추진했다. 2015년 제18차 공산당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5중 전회)에서 확정된 '제13차 5개년 계획(13.5규획)'에서는 생태문명 건설을 10대 목표 중 하나로 설정했다. 앞서 2015년 1월1일부터는 중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것으로 평가받는 신환경보호법(2014년 4월24일 개정된 환경보호법) 시행에 들어갔다. 환경 관련 처벌 수위를 높이고, 관련 공무원들의 권한과 책임을 대폭 강화한 것이 골자다. 이 법의 취지에 따라 관련 법률인 대기오염방지법, 환경보호세법이 개정돼 시행에 들어갔고, 수질오염방지법, 토양오염방지법도 개정이 진행되고 있다.

법령, 제도 정비와 함께 지난해부터는 대대적인 현장 단속이 시작됐다. 중국의 환경감독은 중앙 감찰, 지방 감독, 특별 순찰로 구분되는데 최근에는 중앙, 지방, 특별 순찰이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역대 최대 규모의 단속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지난해 1~2차 감찰을 통해 16개 성시 단속을 마무리한 후 올해 3~4차 감찰을 통해 중국 전역 31개 성시에 대한 환경감독을 모두 마쳤다. 올 상반기 징진지(베이징, 톈진, 허베이) 및 인근 지역의 28개 도시 환경단속에서 적발된 기업만 17만6000개사에 이른다. 이들 대부분 '산란오(소규모 오염기업)' 기업으로 생산설비 교체가 없을 경우 생산 정지, 심각한 경우에는 형사처벌도 받게 된다. 환경보호부가 환경에 주력하지 않는 도시의 주요 공직자들에게도 책임을 묻고 있다.

대대적인 단속으로 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지만 중국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중국 환경보호부는 "녹색발전(친환경 경제성장)과 녹색생활방식을 지향하며, 생태환경에 해를 끼치거나 이를 파괴하는 행위를 비롯해 생태환경을 대가로 경제성장을 취하는 일은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일부 경제성장을 훼손하더라도 환경 보호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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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도 성장기 지나…'삶의질 개선'+'미래시장 선점' 다목적 카드

중국이 이처럼 대대적으로 환경 보호를 강화하고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중국의 환경 오염 정도가 극심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 2014년 기준 전 세계 대기오염 순위에서 188개 국가 중 176위를 했고, 전 세계 40개 대도시 생태지수에서 베이징이 39위로 최하위권을 차지했다. 심각한 환경오염 문제로 인해 해외로 떠나는 이민자도 적지 않다.

최고 권력자인 시 주석의 의지도 주요한 동력이다. 시 주석의 통치 방향인 치국이정(治國理政·국가통치) 사상 중 5위 일체의 하나가 생태문명 건설이다. 국내외 행사나 회의 등에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환경 문제를 강조한다. 시 주석은 2013년 9월7일 카자흐스탄 나자르바예프 대학에서 환경보호 문제에 대한 학생들의 질문을 받고는 "청산녹수(靑山綠水)도 있어야 하고, 금산은산(金山銀山)도 있어야 한다. 청산녹수가 없는 금산은산을 원하지 않는다. 청산녹수야말로 금산은산이다"라고 말했다. 환경을 파괴하는 경제성장을 지양하며, 환경보호야말로 진정한 경제성장의 밑거름이라는 의미다. 환경 보호에 대한 시 주석의 철학과 인식을 잘 녹아 있는 표현이다.

시 주석이 환경 정책에 전력하는 데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중국이 GDP(국내총생산) 증가율이 10%를 넘는 고도 성장기를 넘어선 상황에서 중화인민공화국을 건국한 마오쩌둥 이래 가장 강력한 지도자를 꿈꾸는 자신의 치적으로 삼을 수 있는 새로운 목표가 필요했다. 빈곤 탈피, 환경 보호 등 질적 개선으로 방향 전환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중국의 환경 정책을 주목해야 하는 다른 이유는 단순한 환경 보호 개념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산업의 질적 발전을 통해 미래 친환경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친환경 에너지·전기차 육성, 스마트 도시 건설 등이 그런 사례다. 그동안 제조업 등에서 서구 사회를 쫓기 급급했지만 이제 일정수준 궤도에 오른 이상 새로운 시장에서는 세계의 리더가 되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復興)’을 실현하자는 '중국몽(中國夢)'과도 궤를 같이 한다.

베이징의 한 산업 전문가는 "중국이 4차 산업과 첨단 IT 분야에서 알리바바, 텐센트 등 세계적인 기업들을 키워내 세계 리더로서의 가능성을 봤다"면서 "환경 보호는 누적된 환경 오염 문제를 풀면서 미래 시장과 글로벌 리더의 꿈을 개척해나가는 다목적 카드"라고 말했다.

베이징(중국)=진상현 특파원 jis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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