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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12시간 작전… '힘내세요 김이수' 실검 1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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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정치세력이 단시간내 '여론 장악' 가능한 나라]

- 13일 밤12시쯤 첫 '지침'

"힘내세요 김이수를 14일 낮 12시까지 실검 1위로"

親文 인터넷 커뮤니티 맹활약

- 민주당 디지털대변인 독려

14일 정오쯤 김빈 대변인 나서자 20위권밖에서 20분만에 1위로

- 오후 2시 文대통령의 野비판

페이스북 글 올려 '김이수 옹호'

- 野 "여론 조작" 비난

"여권이 높은 지지율에 취해 날이 갈수록 과감한 여론 조작"

조선일보

13일 오전 헌법재판소 국정감사장에 앉아 있는 김이수 헌재 소장 권한대행. 이날 국감은 야당이 김 재판관의 권한대행직 유지를 문제 삼아 시작 1시간 30분 만에 끝났다. /연합뉴스


국회의 헌법재판소 국정 감사가 있었던 13일 밤 12시 무렵 인터넷 소셜미디어에 김이수 헌재소장 권한대행을 응원하는 글이 올라왔다. "김이수 권한대행이 야당 때문에 맘고생이 크다. 14일 정오에 '힘내세요 김이수'를 실검(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려 위로하자"는 내용이었다. 전날 헌재 국감은 국회 인준을 받지 못한 김 재판관의 권한대행직 유지 문제로 여야 의원들이 고성만 주고받다가 1시간 30분 만에 끝났다.

이 글은 친문(親文) 성향 네티즌들 사이에서 확산됐다. 14일 오전 9시 인터넷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와 '82쿡' 등엔 "오늘 낮 12시에 힘내세요 김이수"라는 글이 수십 건 올라왔다. 더불어민주당 당직자가 가세했다. 김빈 더불어민주당 디지털대변인은 낮 12시 2분 트위터에 "김이수 헌재 소장님에게 단체 응원을 드리자. (포털사이트) 네이버·다음에서 '힘내세요 김이수'를 검색하자"는 글을 올렸다. 그는 팔로어 7만명을 가지고 있다. 그는 "검색 후엔 반드시 관련 기사도 함께 클릭해야 한다"고 했다. 포털사이트의 전체 검색어 순위만이 아니라 뉴스 검색 순위도 올리자는 것이다. 김 대변인이 글을 올릴 당시 검색어 '힘내세요 김이수'는 네이버가 공개하는 검색어 순위(1~20위)에 오르지 못했다.

이 검색어가 네이버 급상승 검색어 1위 자리에 처음 오른 건 김 대변인의 트위터 글이 올라온 지 20분 뒤인 낮 12시 22분이었다. 다음에선 오후 1시에 1위에 올랐다. 인물이나 사건 등 명사형 검색어가 아닌 특정인을 향한 메시지가 실검 1위 자리에 오른 건 이례적이다. 관련 기사도 이를 기점으로 급증했다. 김 대변인의 글이 올라오기 전 2건이던 관련 기사는 이날 저녁엔 50건으로 늘었다. "네티즌들이 '힘내세요 김이수'를 검색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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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오후 2시 페이스북에 문재인 대통령의 글이 올라왔다. '김이수 재판관에게 사과드린다. 국회는 3권 분립을 존중해달라'는 내용이다. 네티즌 1만5000명이 공감을 표시했다.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김이수 재판관의)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과 세월호 소수 의견으로 인한 부당한 정치 보복을 국민들이 다 알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같은 당 박범계 의원은 "검색어 1위에 오른 '힘내세요 김이수'가 민심의 현주소다. 오죽 짠했으면 문 대통령께서 대신 사과를 했을까"라고 했다.

김 대변인은 오후 3시엔 '더불어민주당 디지털공보단' 명의의 홍보물까지 제작했다. 김 대행의 사진을 올려놓고 "실시간 검색어 1위에 동참해달라"고 했다. 네이버와 다음의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캡처한 사진을 올린 뒤 "얼마나 더 갈까요?"라며 검색·클릭을 독려했다. '힘내세요 김이수'는 30초마다 갱신되는 네이버 실검 순위에서 약 4시간 30분 동안 1~5위 사이에서 등락을 반복했다. 오후 4시 51분 마지막으로 1위를 기록하고, '성추행 남배우' 검색어에 1위에서 밀려났다.

지난 8월 17일 문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았을 때도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 회원들이 주도해 '고마워요 문재인'을 실시간 검색어 순위 1위에 올린 일이 있다. 이번엔 집권 여당 의원과 당직자까지 나섰다.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순위는 여론 동향에 큰 영향을 미친다.

자유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정부와 여당이 높은 지지율에 취해 날이 갈수록 과감한 여론 조작을 하고 있다"며 "대한민국의 인터넷 여론은 심각하게 왜곡돼 더는 건전한 국민의 상식을 대변하지 못하게 됐다"고 했다. 이어 "과거 정권의 '국정원 댓글'을 비판하는 민주당은 자신들이 지금 인터넷 여론을 어떻게 장악하고 있는지 자화상부터 봐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당 김철근 대변인도 서면 논평에서 "민주당 모 당직자가 SNS(소셜미디어) 계정에 '힘내세요 김이수'를 실시간 검색어 1위로 만들자고 선동했다"며 "건전한 여론 형성을 왜곡시키는 행위"라고 했다.

논란이 일자 김 대변인은 지난 14일 오후 4시 넘어 '더불어민주당 디지털공보단' 표시를 없앤 게시물을 다시 올렸다. "문 정부 성공을 위한 자발적 행동이지만, 일각의 우려를 이해한다"고 했다. 김 대변인은 본지 통화에서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자발적으로 김 권한대행을 응원하자는 여론이 형성됐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동참했다"며 "여론 조작이라는 야당의 주장은 선후 관계를 혼동한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엄보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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