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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경찰, 이영학 부실수사 감찰 착수…뒷북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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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양 만난 인지 시점·집 내부수색 놓고 의문 증폭

'뒤늦은' 수사전담팀 구성…서울청, 내부감찰 착수

뉴스1

딸의 친구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어금니 아빠' 이영학이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15일 오후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방검찰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2017.10.13/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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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다혜 기자 = 이영학(35)의 중학생 딸의 친구 살해 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초동대처가 미흡했다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A양 실종에 안이하게 대처하고 제때 부서 간 공조를 하지 못해 A양을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서울지방경찰청이 감찰에 나섰다.

우선 이번 사건을 수사한 서울 중랑경찰서가 이영학 딸의 친구인 A양(14) 실종을 단순가출로 판단,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비판이 나온다. A양 부모는 지난달 30일 오후 11시20분쯤 실종 신고를 했지만 경찰은 1일 오후 4시쯤부터 페이스북 등을 통해 행적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30일 밤에 근무한 수사관들은 1일 오전 9시쯤 퇴근하면서 사건을 낮 근무자들에게 인수인계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그 또래 아이들이 친구 집에서 자고 오는 경우도 있고 범죄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 조사에 따르면 A양은 경찰이 단순가출로 판단하고 손을 놓고 있던 1일 오후 12시30분쯤 살해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이 범죄 가능성을 인지한 건 A양이 숨진 지 하루하고도 6시간가량이 지난 후였다.

부실수사 논란은 경찰이 A양이 이씨의 딸 이모양(14)과 만난 사실을 언제 알았는지를 놓고 경찰과 A양 부모가 '진실공방'을 벌이면서 더욱 커졌다. 경찰은 애초 1일 오후 9시쯤에야 A양 부모로부터 해당 사실을 들었다며 "먼저 알려줬으면 수사 진행이 빨랐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A양의 부모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30일 실종신고 때 경찰에 말했지만 경찰이 귀담아듣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30일 오후 7시33분쯤 이양과 연락이 닿아 만난 사실을 확인했고 오후 11시50분쯤 경찰에도 전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여전히 지구대 직원 누구도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없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서울지방경찰청의 감찰 과정에서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당시 지구대 담당 경찰은 실종아동 프로파일링 시스템에 관련 정보를 등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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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서울 중랑경찰서에서 길우근 형사과장이 '어금니 아빠' 이영학에 대한 수사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2017.10.13/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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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는 정식 수사로의 늑장 전환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당시 중랑경찰서는 지난달 5일 발생한 이씨의 부인 최모씨(32)의 투신 자살 사건과 관련해 이씨의 상해 및 자살방조 혐의점을 포착하고 한달여 간 내사를 벌이고 있었다.

이영학이 무면허·사기 등으로 형사처벌을 받은 전과 11범인 소위 '요주의 인물'인데다가, 최씨가 숨지기 닷새 전 강원 영월경찰서에 의붓시아버지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한 점, 여기에 A양이 마지막으로 만난 친구가 이씨의 딸인 이양인 점을 이른 시간에 경찰이 인지해 정식 수사로 전환했다면 이씨가 경찰 감시망을 벗어나 딸과 범행을 기획하지 못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경찰은 A양이 이양과 만난 사실을 확인하고도 꼬박 하루 뒤 이씨 집을 수색한 후에야 이양이 형사과가 내사 중이던 이씨의 딸인 것으로 파악했고, 3일에서야 부서 간 공조 수사로 전환했다.

경찰 '실종아동등 및 가출인 업무처리규칙'에 따르면 실종 아동 및 가출인 발생신고를 접수한 관할 경찰서장은 즉시 현장출동 경찰관을 지정해 탐문·수색활동을 벌이게 돼 있다. 중랑경찰서장은 사건발생 나흘 뒤인 4일 오전 11시30분에야 A양의 실종과 관련한 보고를 받았다.

이에 더해 2일 오후 9시쯤 경찰이 이씨 집 내부를 수색한 것 역시 A양 부모가 영장이 없다며 주저하는 경찰에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사정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경찰이 초기대응에 소극적이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경찰 관계자는 "이양에게 A양과 언제 헤어졌는지를 듣기 위해 찾아갔고 영장도 없는 상황에서 임의로 들어갈 순 없었다"며 "이씨 형을 설득해 허락을 받은 뒤 A양 부모가 부른 사다리차를 타고 올라가 내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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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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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을 수사한 서울 중랑경찰서는 형사과와 수사과 4개 팀을 수사전담팀으로 구성해 이씨의 부인 상해· 자살 방조 가능성과 기부금 유용 및 성매매 알선 혐의 등에 대해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고 15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언론에서 제기한 각종 의혹을 정리해 체계적으로 수사하겠다"며 "정보공유와 공조수사가 원활히 이뤄지도록 서장 주재 전담팀 관계 회의를 정기·수시로 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피해 여중생 A양이 사망한 지 2주가 지난 뒤여서 수사전담팀 구성이 '뒷북'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한편 서울지방경찰청은 "이번 사건과 관련한 초동대처 미흡 논란과 관련해 본격 감찰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dh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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