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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못 믿어" 트럼프 '이란 핵협정' 불인증… 꼬이는 북핵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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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거래’ 규정 뒤 의회로 공 넘겨… 美 내부·국제사회 강력 반발 / 협정 파기 명시적으론 선언 안해 / 의회에 핵합의 검증법 개정 주문 / IAEA총장 “이란 약속 이행” 반박 / 공화당 의원들도 개정에 회의적 / NYT 등 “美, 동맹국서 고립 우려” / 中 “북핵 위기 혼란 부추겨” 비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이란 핵협정’(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 이행의 인증을 거부하며 국제사회의 반발을 야기했다. 미 의회에서도 당혹스러움이 표출됐다. 이란핵 협정은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인 2015년 7월 이란과 국제사회가 핵개발 중단 대신 경제 제재를 해제한다는 데 합의한 포괄적 협정이다.

14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이란 핵협정을 미국에 최악인 거래로 규정한 뒤 “미국 대통령으로서 받아들일 수 없다”며 “언제든 협정 탈퇴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협정 파기는 명시적으로 선언하지 않으면서 이란 핵합의 검증법 개정을 의회에 주문하며 공을 넘겼다. 의회는 60일 안에 이란에 대한 제재 재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세계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대(對)이란 전략 발표 기자회견에서 이란 핵협정 불인증을 선언하고 있다.워싱턴·테헤란=AP·AFP연합뉴스


국제사회는 트럼프 대통령 결정을 일제히 비판했다. 핵협정 준수 여부를 감독하는 기관인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트럼프 대통령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아마노 유키야 IAEA 사무총장은 “이란이 한 핵 관련 약속들은 이행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올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반핵단체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은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의 핵협정 이행 인증 거부는 핵 확산을 부추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핵협정 주요 참여국인 영국, 프랑스, 독일은 공동성명을 통해 “3개국 모두 협정을 완전히 이행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러시아와 중국도 이번 결정을 비난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이란 핵협정이 와해된다면 북한은 더 이상 상대를 신뢰하지 않게 되고, 북핵위기에 따른 혼란에 기름을 끼얹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란은 협정 준수 방침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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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직후 TV연설을 통해 핵합의를 계속 지키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워싱턴·테헤란=AP·AFP연합뉴스


미국 내부 반발도 거세다.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맞붙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정책은 위험천만하다”고 비난했다. 이란 핵협정 체결 주역인 존 케리 전 국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이 국제적 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소속 잭 리드 상원의원은 “전혀 전략적이지 않은 정치적 결정”이라며 지지층을 만족시키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이 미국을 동맹으로부터 고립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비판 목소리는 일부 공화당 의원들로부터도 나왔다. 지난해 대선경선에 출마했던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핵협정을 고치려는 어떤 개정 움직임에도 회의적”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비판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 같은 공화당 내부 기류를 전하며 “공화당 인사들조차 법안 처리를 낙관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폭스뉴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이 미국을 위기에서 구할 것”이라는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 발언을 전했다.

트럼프 정부의 이번 결정이 북핵 문제 해결에 미칠 파장도 클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외교소식통은 “북한이 이번 조치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할지가 중요하다”며 “북한은 협정까지 파괴하는 미국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할 가능성이 있지만, 트럼프 정부는 이번 조치가 핵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과정으로 해석되길 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트럼트 대통령은 13일 이란 핵협정 불인증을 선언한 뒤 기자들과 만나 북한에 대해 “우리가 협상하는 지점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 수도 있어 협상에 대해서는 열린 입장”이라고 말했다. “‘폭풍 전 고요’ 발언을 했는데 북한에 대해 밟을 다음 수순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그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보자.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말의 전부”라며 “다양한 것들에 대해 만반의 준비가 돼 있다. 북한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보자”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상 이외의 상황이 되더라도 나를 믿어달라. 우리는 전에 없이 잘 준비돼 있다”고 강조했다. 협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군사옵션 등 다양한 준비를 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워싱턴=박종현·국기연 특파원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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