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01 (토)

"블랙리스트 무죄 vs 양형부당"…김기춘 항소심 본격화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아시아경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문화ㆍ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및 실행에 관여한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항소심이 오는 17일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1심 선고 직후 김 전 실장 측은 '블랙리스트 유죄는 부당하다'며 불복 의사를 밝혔고, 박영수 특별검사팀 역시 사실오인ㆍ법리오해ㆍ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한 만큼 향후 양측의 치열한 법적 공방이 예상된다.

서울고법 형사3부(조영철 부장판사)는 오는 17일 오전 10시 김 전 실장 등의 블랙리스트 관련 항소심 첫 공판을 연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김 전 실장이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게 하고 이를 보조금 지급에 적용하게 한 행위가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김 전 실장에 대해 "불법적 지시를 가장 정점에서 내리고 실행 계획을 수립했다"며 "정치 기호에 따라 지원금을 차별한 것은 건전한 비판·창작 활동을 저해할 수 있어 헌법정신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 전 실장 측은 향후 항소심에서 '김 전 실장은 블랙리스트에 관여한 바가 없고, 국가 보조금 배분 기준은 정책 기조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법적 처벌 대상이 아니다'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실장은 그동안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알지 못했고, 블랙리스트가 실제로 존재했다고 해도 죄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반복해왔다. 김 전 실장 측 변호인은 블랙리스트 사건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위한 정치적인 사건"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전 실장 측은 김 전 실장이 78세 고령인데다 수감 생활로 평소 앓고 있던 심장병이 악화된 만큼 1심의 형량은 너무 무겁다는 취지의 주장도 펼 전망이다. 앞서 김 전 실장은 1심 공판 과정에서 건강 문제를 이유로 보석을 신청했지만 기각된 바 있다.

반면 특검팀은 김 전 실장이 블랙리스트로 헌법이 수호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니편 내편을 갈라 나라를 분열시킨 것을 고려해, 중형이 선고돼야 한다고 주장할 방침이다. 특검팀은 1심 결심 공판에서 김 전 실장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또한 1심에서 무죄가 나온 1급 공무원 사직 강요 혐의도 유죄가 돼야 한다고 주장할 예정이다. 재판부는 1급 공무원의 경우 국가공무원법상 신분 보장 대상에서 제외돼 의사에 반해서 면직될 수 있다며 이 부분을 무죄로 인정했다.

한편 김 전 실장 측은 '특검법'에서 정한 제출 기간을 넘겨 항소이유서를 법원에 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직권조사 사유 범위 내에서 심리할 필요성이 있다며 심리를 이어갈 계획을 밝혔다.

김 전 실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김소영 전 청와대 문체비서관의 항소심도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특히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로 석방된 조 전 장관은 불구속 상태에서 김 전 실장과 함께 법정에 서게 된다. 조 전 장관은 블랙리스트와 관련한 혐의는 모두 무죄가 인정됐지만 국회에서 위증한 혐의는 유죄로 판단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진술과 증언 등을 종합하면 조 전 장관이 정무수석으로서 신동철, 정관주가 지원배제에 관여하는 것을 지시하거나 보고받고 승인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조 전 장관은 석방 직후 "저에 대한 오해를 풀어주셔서 (재판부에)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항소심에) 성실히 끝까지 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정치권과 문화예술계에서는 '법원이 고위 공직자의 권한과 책임 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블랙리스트 사건을 후퇴시켰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