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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 #해시태그] 국감장에도 파리 한 마리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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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김희래 프리미엄부 기자

문재인정부의 첫 국정감사가 지난 12일 시작됐습니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국감이 시작되기 전부터 그 성격에 대한 기싸움이 치열했죠. '전 정권의 국기문란을 바로잡을 수 있는 마지막 국감' 또는 '현 정권의 무능을 심판하는 국감' 같은 프레임 논쟁입니다.

물론 지금으로서는 국감의 양상이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늘 반복돼온 동료 국회의원 간 고성, 행정부 관료와 국감 증인에 대한 모욕 주기 등의 악습이 재현돼선 안 될 것입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진행되는 첫 국감인 만큼 참여하는 분들이 꼭 염두에 두었으면 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리처드 세일러 시카고대 교수의 '넛지(nudge)이론'입니다.

행동경제학에 근거한 '넛지이론'은 인간의 심리가 경제적 선택에 미치는 영향을 체계화한 이론입니다(여기서 넛지는 '개인의 선택(행동)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을 뜻합니다). 개인이 특정한 선택을 하는 데 온전한 합리성보다는 심리상태나 개인적 선호 같은 요인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입장이지요. 이 때문에 합리적 판단을 바탕으로 한 강요보다는 넛지를 활용한 유의미한 행동 변화를 강조합니다.

남자화장실 소변기에 그려진 파리 그림을 넛지의 사례로 꼽을 수 있는데요. '가까이 서시오'나 '소변이 밖으로 튀지 않게 하시오' 등 직접적인 지시문구 없이도 소변인(?)들의 바람직한 행동 변화를 이끌어낸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남성들이 파리를 발견하고는 정교한 '조준사격'에 집중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공항의 남자화장실은 파리 그림을 도입한 이후 변기 밖으로 튀는 소변의 양이 80%나 줄었다고 합니다.

넛지이론이 일상에 적용된 사례는 또 있습니다. 밟았을 때 소리가 나도록 만들어진 스웨덴의 피아노 계단은 사람들이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게 만들어 상당한 전력 절감 효과를 거뒀다고 합니다. 계단 이용률이 평소보다 66%나 높아졌으니까요. 또 무작정 금연을 권유하는 것보다 "담배 피우면 연애하기 힘들걸?"이라고 넌시지 말해주는 것에서도 넛지효과는 발견됩니다. 공통적인 특징은 강요나 강압 없는 자발적 변화를 유도해 낸다는 점입니다.

이제는 국정감사장에도 넛지의 부드러운 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역대 국감을 돌이켜보면 고성과 함께 터져 나오는 '사퇴하세요!' '사과하세요!'는 기본이고 각종 인신공격성 발언과 망신 주기가 먼저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해서 우리나라 살림이 얼마나 개선됐나요?

국감은 입법부가 행정부를 견제함으로써 올바른 국정수행을 유도하는 자리가 돼야 합니다. 앞으로 펼쳐질 국감에서는 재방송 보는 듯한 이전투구식 공방이 아니라 소변기 속 파리처럼 국민의 삶에 바람직한 변화를 예고하는 넛지들이 오고가기를 기대해봅니다.

[프리미엄부 = 김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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