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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충격에도…한·중 통화스와프 타결 이끈 '정경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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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인민은행, 협상 중 사드 불똥 우려

'정경분리' 원칙 공감대 이후 결국 극적 합의

한·중 실무진, 합의 이후에도 '낮은 자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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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최장 열흘의 추석 연휴 직전이었던 지난달 말께. 한국은행 내부는 한·중 통화스와프 연장 여부로 긴장감이 역력했다. 양자 통화스와프는 양국 중앙은행이 협상의 주체다.

3년 협정이 끝나는 만기일은 10월 10일. 그러니까 우리나라가 추석 연휴에 돌입하면 한·중 양국이 협상할 수 있는 날은 많아야 2~3일 정도였다는 얘기다. 중국도 비슷한 시기 국경절 연휴였다. “확정이 안 됐습니다. 연장될지, 아니면 안 될지 아직까지도 단언이 어려울 것 같아요.” 추석 직전 만난 한은 한 고위인사는 이렇게 말했다. 그때까지 한은과 중국 인민은행 실무진이 물밑 협상을 계속했으나, 최종 사인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추석 직전까지도 ‘불확실’

일부 긍정론이 돌았지만 동시에 모든 게 불확실했다. 변수는 협상 자체의 경제 논리보다는 오히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대표되는 정치·외교 논리였던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권 한 인사는 “인민은행도 통화스와프 협상에 사드 문제가 끼어들지 않을지 고민이 많았을 것”이라고 했다.

결국 한·중 양국은 연휴 이후 만기일인 지난 10일까지도 중국 현지에서 협상을 이어갔고, 당시 전반적인 내용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사인도 이때 했다고 한다.

이주열 한은 총재와 저우 샤오촨 인민은행 총재가 지난 6월께 협상 테이블을 차리기로 공감대를 갖고, 곧바로 실무 협상에 들어간지 수개월 만이었다.

한은은 그보다 앞선 올해 초부터 이미 협상을 준비해 왔다. 기존 국제협력실을 국제협력국으로 격상시키고, 통화스와프 업무에 밝은 유상대 국장을 앉혔던 것도 이때다.

한은 한 관계자는 “중국도 위안화 국제화 차원에서 통화스와프가 필요하겠지만 아무래도 더 아쉬운 건 우리나라였다”면서 “올해 한은의 가장 큰 숙제 중 하나가 한·중 통화스와프 연장 협상이었다”고 말했다.

◇한·중, ‘정경분리’ 공감대

한·중 양국이 통화스와프 연장에 극적으로 합의할 수 있었던 건 무엇보다 정경분리(政經分離) 원칙이 큰 역할을 했다. 정경분리는 국제외교에서 정치와 경제를 분리해 각각 독자적인 정책을 취하는 것이다.

통화스와프는 외환이 부족해지는 위기에 닥쳤을 때 서로 다른 통화를 미리 약정된 환율에 따라 교환(swap)하는 외환거래다. 외화가 바닥났을 때 상대국 통화를 빌려 쓰는 일종의 ‘외화 안전판’이다. 그 자체만 보면 경제·금융의 논리로 풀 수 있는 문제다.

이 때문에 한은과 인민은행은 협상에 사드 불똥이 튀지 않도록 조심하고 또 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 협력’ ‘무역 증진’ 같은 통화스와프 본연의 목적에만 초점을 맞추자는데 공감한 것이다.

이같은 ‘낮은 자세’는 합의 이후에도 유효하다. 일각에서는 추후 양국의 경제협력 관계가 다시 무르익을 수 있는 전환점으로 해석하지만, 실무 협상을 담당했던 이들은 오히려 이를 경계하는 기류다. 이 총재와 저우 총재가 추후 계약서 서명식을 할 계획이 없는 것도 이 때문으로 읽힌다.

한편 인민은행 측은 어떤 식으로 계약 연장 사실을 알릴지, 아니면 공식 발표 없이 넘어갈지 등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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