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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노원보다 강남역, 손님 골라 받는 카카오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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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서울시·경기도 자료 분석

기사 편리 위한 앱, 승차거부 수단 돼

카카오택시 출범 뒤 승차거부 신고

1년 새 75건서 226건으로 확 늘어

생활 국감 │ 택시 앱

직장인 문모(32)씨는 지난달 22일 자정쯤 서울 시청역 근처에서 회식한 뒤 노원구 집으로 가기 위해 카카오택시를 호출했다. 하지만 택시 앱에는 ‘죄송합니다. 이용 가능한 택시가 없습니다’란 문구만 거듭 떴다. 문씨는 “목적지에 강남역을 입력했더니 택시가 바로 잡히더라. 택시를 타고 ‘목적지가 바뀌었다’고 했다가 기사님과 실랑이를 벌였다”고 말했다.

카카오택시 운전기사들의 승차거부가 1년 사이 세 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승객 목적지를 보고 골라 태우거나 콜을 받았다가 핑계를 대며 거부하는 식이다. 당초 ‘안전하고 편리한 택시 이용’을 표방한 택시 앱이 기사들의 ‘승차거부’ ‘승객 골라태우기’ 수단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이 서울시와 경기도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카카오택시 서비스가 시작된 2015년 승차거부 신고 건수는 75건(서울시 57건, 경기도 18건)에서 2016년 226건(서울시 180건, 경기도 46건)으로 세 배로 늘어났다.

승차거부 처벌 건수도 2015년엔 20건(서울시 14건, 경기도 6건)에서 2016년에는 69건(서울시 61건, 경기도 8건)으로 늘었다. 올해는 지난 8월까지 216건(서울시 174건, 경기도 42건)이 신고됐고, 54건(서울시 47건, 경기도 7건)이 처벌돼 지난해보다 더 늘어날 전망이다. 김성태 의원은 “직접적 승차거부뿐 아니라 목적지를 보고 승객을 골라 태우는 ‘간접 승차거부’까지 포함하면 승객 불편은 더 크다”고 지적했다.

카카오택시는 서비스 1년여 만인 지난해 4월 기준 전국 택시기사의 82%인 21만 명이 가입하고 누적 호출 수가 1억 건을 넘어설 정도로 활발히 이용되는 택시 앱이다(서울연구원 2016년 4월 조사). 하지만 택시기사들이 이를 이용해 직·간접적 승차거부를 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외진 지역, 빈 차로 돌아와야 하는 지역을 기피해 승객을 골라 태우거나 콜을 받았다가 취소한다는 민원이 꾸준히 접수됐기 때문이다.

국토교통연구원의 2016년 조사에서도 택시 앱 이용 시 불편·불만 사항으로 ‘배차가 잘 안 된다’는 응답이 23.8%, ‘목적지를 이유로 배차나 승차거부를 한다’ 17.4% 등 승차거부 관련 불만이 40%를 넘었다.

택시기사들이 장거리·번화가를 선호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지난 2월 서울연구원이 발표한 ‘앱 택시 활성화에 따른 택시운행 행태의 변화와 관리방안’에 따르면 기사가 무작위로 승객을 태우는 경우 단거리(5㎞ 미만) 주행 비율이 62.5%, 장거리(10㎞ 이상) 주행은 18%였다. 반면에 택시 앱을 이용한 기사의 경우 단거리 주행이 24.3%, 장거리 비중은 45.9%였다. 서울연구원 측은 “택시기사들이 콜을 선택적으로 수락할 수 있어 장거리를 선호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택시가 잘 잡히지 않는 지역 거주자들은 카카오블랙(모범택시)을 부르거나, 목적지를 속여 콜을 부른 후 탑승한 뒤 실제 목적지를 말하는 편법을 쓰기도 한다.

이에 서울시가 지난 5월 카카오택시 측에 “앱에서 승객의 목적지를 볼 수 없도록 해 달라”고 제안했으나 상황은 바뀌지 않고 있다. 김성태 의원은 “시민들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택시를 이용할 수 있도록 시행된 앱의 본래 취지에 맞게 서비스를 개선할 수 있도록 스스로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윤경 기자 p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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