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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설] 공공·복지시설까지 기피하는 ‘메마른 님비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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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자신이 사는 동네에 기피시설이 들어서는 걸 꺼리는 마음은 정도의 차이일 뿐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최근 청년임대주택, 어린이집, 노인복지시설 등 웬만한 공공·복지시설까지 ‘님비’ 현상의 대상이 무차별 확대되는 현상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갈수록 공공시설·복지시설에 대한 수요는 늘어나는데 지역 주민들의 이기주의에 곳곳에서 발목이 잡히는 꼴이다.

대표적으로 서울시가 건설을 추진중인 ‘역세권 2030 청년주택’을 들 수 있다. 현재 주민과 합의가 이뤄진 곳은 전체 45곳 중 3~4곳에 불과하다고 한다. 1호 청년주택 공사가 진행중인 용산구 삼각지역 인근의 대형 아파트단지엔 서울시를 비난하는 펼침막이 걸리고, 서울시청 앞에선 예정지인 신림역이나 광흥창역 인근 단지 주민들의 시위가 줄을 잇고 있다. 조망권 침해나 교통대란, 교육환경 악화 등 여러 이유를 대지만, 결국은 임대주택 단지가 집값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가 가장 크다. 임대주택 주민과 섞여 사는 ‘소셜믹스’에 대한 거부감도 한몫한다. 이들은 “왜 청년임대주택을 집값 비싼 역세권에 짓느냐”고 말하지만, 청년층일수록 교통요지에 거주 수요가 높은 것은 당연하다.

공공시설이나 복지시설이 기피시설이 된 사례는 이뿐이 아니다. 한국갈등해결센터가 2013~2016년 서울시에 접수된 집단민원 중 기피시설 관련 민원을 분석해보니 1위가 재활용 시설, 폐기물 처리 시설 등 환경·공원 분야였고 2위가 어린이집, 장애인 복지시설 등 보건복지 분야였다고 한다. 송파구에 추진중인 송파실버케어센터나 용산구 한강로2가에 추진중인 반려견 복지시설도 마찬가지 신세다. 얼마 전 강서구에선 장애인 특수학교 건설 갈등으로 장애인 부모들이 무릎을 꿇기까지 했다.

물론 개개인에게 추상적인 ‘공익’을 위해서 손해를 감수하라고 강요할 순 없는 일이다. 하지만 실제 이런 시설들이 집값을 떨어뜨린다는 우려는 근거없는 선입견에 불과하다. 게다가 공공·복지시설은 ‘타인만을 위한’ 시설이 아니다. 지금은 자신과 관계없다고 여기겠지만, 언젠가 자신 또는 자녀와 부모 등이 그런 시설을 절실하게 필요로 하게 될 수 있다. 행정기관도 선정 단계에서부터 주민 참여를 확대하는 등 적극적인 설득 노력을 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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