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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농촌의 미래 바꿀 ‘종잣돈’… 농식품모태펀드 8년만에 9425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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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마 캐는 젊은 농부들’ 브랜드를 만든 부용농산의 유화성 대표가 마 수확에 이용하는 포클레인 앞에서 웃고 있다. 유 대표는 올 7월 농식품모태펀드로부터 15억 원을 투자받아 적극적인 사업 확장에 나섰다. 안동=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경북 안동의 부용농산은 마와 우엉을 재배해 가공하고 농촌체험과 외식관광 사업까지 하는 농업기업. 한국농수산대 졸업생인 유화성 대표(34)는 2004년 재배를 시작해 마를 먹기 좋게 잘라 팔고, 마 분말과 차 등 2차 가공품 생산에까지 눈을 돌렸다. 2014년에는 소비자가 마를 수확하고 마 요리 등을 배우는 농촌 체험교실 ‘영파머스랜드’를 시작하기도 했다. 농업(1차)에서 가공품(2차)을 만들고 체험관광산업(3차)으로 활용하는 대표적인 6차 산업 기업이다.

청년 농업인을 위한 ‘영파머스스쿨’을 구상하고 사업체인을 구축할 계획인 유 대표는 올해 7월 농식품모태펀드에 투자 신청을 했다. 부용농산의 가능성을 높게 본 농식품모태펀드 투자조합은 15억 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유 대표는 “앞으로 회사가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 농식품모태펀드로 일자리 16% 증가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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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모태펀드는 유 대표처럼 실력과 아이디어는 있지만 자금 및 노하우가 부족한 영세 농식품 기업에 투자해 성장을 돕는다. 2010년 정부가 조성한 펀드를 모(母)펀드로 하고 매년 민간자금을 연결해 자(子)펀드를 결성하는 간접펀드다. 출범 8년 만에 57개 펀드를 만들어 9425억 원을 투자했다.

올해에는 농업과 바이오 등 농산업 분야에 투자하는 ABC(Agri-Bio-Capital)펀드 2개(420억 원)와 6차 산업화펀드(100억 원), 농림축산식품 일반펀드 2개(400억 원)를 새로 만들었다. 올해 7월 기준으로 농식품 분야에는 총 8105억 원, 수산 분야에는 1320억 원이 각각 투자됐다. 분야별로 다르게 만들어진 펀드에 각각 투자된 셈이다.

농업의 첨단화를 이끌 스마트팜에도 투자한다. 2014년부터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통합 재배관리시스템을 도입해 방울토마토와 파프리카 등을 재배하는 우듬지팜도 농식품모태펀드 지원을 받았다. 거액의 투자가 필요한 스마트팜 유리온실 설비투자를 고민하던 김호연 대표(54)는 농식품펀드 2곳에서 60억 원을 투자받았다.

지난해까지 결성된 8355억 원 중에서는 287개 기업에 376건의 투자가 이뤄졌다. 60.9%가 투자된 셈이다. 투자원금과 수익금을 합해 2679억 원을 회수했으며 이 중 830억 원은 자펀드 결성에 재출자됐다. 올해 7월까지는 6개 펀드에 1070억 원의 자금이 모였다.

농식품펀드의 투자를 받은 업체들은 평균 16%의 일자리 증가율을 보였다. 농림축산식품부가 그동안 투자받은 239개 업체 중 188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투자 전 1만480명이었던 고용 인원이 투자 이후 1만2159명으로 늘었다. 업체당 평균 9명의 신규 고용을 창출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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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도와 담보능력을 검토하는 융자나 대출과 달리 농식품펀드는 농식품 기업의 사업성을 우선적으로 본다. 투자조합이 경영에 참여해 수익을 함께 나누고, 위험부담도 같이 나눠 갖는다.

농식품모태펀드를 관리하는 농업정책보험금융원(농금원)은 투자 유치를 위해 필요한 사업계획서를 체계적으로 준비할 수 있도록 컨설팅도 지원한다. 투자 유치를 원하는 개인이나 농업법인은 사업계획서를 농금원 및 농식품투자조합 운용사에 제출해 사업성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사업성 평가는 통상 20∼30분의 발표와 5∼10분의 질의응답을 통해 진행된다. 농금원은 또 펀드운용사를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사업설명회도 열어 우수 농업법인이 효과적으로 투자를 제안할 수 있게 돕기도 한다.

모태펀드는 자금 지원에 그치지 않고 설립 초기의 농식품 기업이 일정 규모 이상으로 성장할 수 있게 돕는다. 투자에 앞서 농식품 분야 예비창업자와 농식품 기업에 투자 유치 교육도 지원한다. 올 7월까지 농식품 기업에 대해 1276건의 상담이 진행됐고 사업 기획과 재무·회계 전략 등 230건의 컨설팅이 이뤄졌다. 농식품 기업들이 펀드 운용사를 만날 수 있는 사업설명회도 207차례나 이뤄졌다.

투자가 결정되면 기업의 기술과 경영 수준 등을 진단해 전문 컨설팅을 해준다. 재무, 회계, 마케팅 등 경영 분야에서부터 식품유해요소 중점관리기준(HACCP), 질병 관리 등까지 다각도로 돕는다. 지금까지 전문가 컨설팅과 국내외 마케팅 지원 등 같은 가치증진사업이 117건 이뤄졌다.

농식품펀드는 앞으로 농업벤처와 지역특성화 펀드를 새로 조성해 투자를 다양화할 계획이다. 벤처농업 활성화와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연간 100억 원을 투자하는 농업벤처펀드도 조성한다. 또 정부와 지자체, 민간이 공동으로 해당 지역의 농업 기업에 투자하는 지역특성화펀드도 만들 계획이다. 농금원은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로 무장한 농업벤처를 활성화하면 지역경제에도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자세한 정보는 농식품모태펀드 홈페이지(fund.moaf.kr)나 농식품투자센터(02-3775-6775)에서 얻을 수 있다.

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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