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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백두산 화산 폭발 탓 발해 멸망’은 잘못된 가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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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백두산 국제학술회의서 영국 교수 주장

화산지에서 채집한 나무 나이테 측정해

이전 대분화 시기 946년 가을로 추정

“926년 발해 멸망과는 상관없는 듯”

북 핵실험, 백두산 화산 영향 주기엔 규모 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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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화산학자가 백두산 화산 인근에서 채집한 낙엽송을 들어 보이고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클라이브 오펜하이머 교수 연구팀은 이 나무의 연대를 측정해 백두산 대분화가 946년 가을에 일어난 것으로 추정했다. 오펜하이머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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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6차 핵실험(규모 5.7)이 백두산 화산 분화의 기폭제로 작용하기에는 규모가 작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지자연)이 주최한 백두산 국제학술회의에 참석한 영국 화산학자 클라이브 오펜하이머 교수는 26일 학술회의에 앞서 한국 기자들과 한 기자회견에서 “과학자들이 자연지진 활동과 화산 분화의 관계를 연구한 결과를 보면 통계적으로 규모 8.0 이상이었을 때 분화 활동이 증가한 것으로 밝혀져 있다. 2004년 12월 규모 9.15의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대지진 때도 화산 분화가 증가했는데 이미 지진이 잦아져 분화 직전 상태에 있던 화산에 대지진이 기폭제 구실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지진과 화산 분화를 일대일로 연결짓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류자치 중국과학원 원사는 “백두산 화산은 확정할 수 없는 미래에 분화할 것이 확실하다고 생각한다. 여섯번의 북한 핵실험이 점점 강도가 세어졌으며 6차 핵실험에 의해 세 차례의 자연지진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핵실험은 지질 구조 활동을 촉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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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7일 서울에서 열리는 제1회 백두산 국제학술회의에 참석한 화산 전문가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윤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 류자치 중국과학원 원사, 리처드 스톤 <사이언스> 국제편집장, 클라이브 오펜하이머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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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국제학술회의는 2002~2005년에 백두산 천지 인근에서 화산지진이 3천회 이상 일어나고 천지가 부풀어 오르는 등 심각한 화산 징후가 보이는 상황에서 국제 연구진의 공동연구를 촉진하고자 한국 정부 지원으로 올해 처음 열렸다.

오펜하이머 교수는 “백두산 인근에서 채집한 낙엽송 나이테로 연대를 측정한 결과 백두산 대분화가 946년 여름을 지나서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아이슬란드에서 채취한 아이스 코어(빙하를 시추해 뽑아올린 얼음 기둥)를 분석해 얻은 결과와 일치한다”고 밝혔다. 그는 “유럽의 기후변화 특성을 알기 위해서는 백두산 화산 폭발의 정확한 시기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또 946년은 발해가 멸망한 이후라는 의미도 있다”고 했다. 발해는 926년 거란에 의해 멸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윤수 지자연 책임연구원은 “화산 분화가 일어나면 순식간에 진공상태가 돼 주변 나무가 쓰러지면서 숯이 돼버리는데, 오펜하이머 교수 연구팀이 보존 상태가 상당히 좋은 나무를 채집해 탄소동위원소로 연대를 측정할 수 있었다. 1980년대 일본 학자들이 915년에 발생한 도와다화산의 화산재 위에 알칼리가 강한 백두산 화산재가 쌓인 것을 놓고 발해가 백두산 화산 폭발로 멸망했을 것이라는 추정을 했는데 잘못된 가설이라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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