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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구글 번역 최고담당자의 예상밖 답변 "번역기가 인간을 완전 대체하는 시점은 오지 않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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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신경망 기반 번역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번역 알고리즘 정확도를 올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구글이 엔지니어, 언어 전문가 등 다양한 분야의 많은 인력을 투입하는 이유입니다.”

조선비즈가 이달 14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최한 ‘스마트클라우드쇼 2017’에서 기조연설을 한 마이크 슈스터(Mike Schuster) 구글 번역 최고 담당자는 행사 후 가진 인터뷰에서 “단순히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번역 정확도를 높이도록 알고리즘을 정교화하는 게 중요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슈스터는 2006년부터 구글에서 언어인식, 머신러닝, 신경망 분야 연구개발을 맡았다. 최근에는 구글의 번역 서비스인 ‘구글 트랜슬레이트(Google Translate)’를 이끌며 신경망과 머신러닝을 적용한 번역 기술 개발을 주도했다. 구글 번역은 구글 브레인팀에서 3명으로 시작해 현재 200명 이상의 개발자가 팀을 이루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2월 인공신경망 기술을 적용해 번역의 정확도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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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슈스터 구글 번역 최고 담당자. /조선비즈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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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번역 정확도 높일 알고리즘 정교화에 집중

인공지능(AI)을 학습시키고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데이터를 최대한 많이 모아야 한다. 구글은 수집 가능한 모든 데이터를 웹 크롤링(crawling)을 통해 수억에서 수십억건 넘게 모으고 이를 AI에 학습시킨다.

그는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하더라도 번역의 질이 좋은지 나쁜지를 판단해 실제 번역 결과로 제시할 문장과 그렇지 않은 문장을 골라내는 알고리즘을 만드는 것은 어려운 작업”이라며 “알고리즘을 정교화하기 위해 엔지니어는 물론 언어 전문가 등이 나서서 이를 실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슈스터 최고 담당자는 “보통 기계한테 한 쌍의 언어(가령, 독일어 - 영어) 번역을 훈련시키는 데는 1억 개의 학습 사례가 필요하다"면서 “현재 103개 언어에 모두 높은 수준의 번역 모델을 제공하기는 어려워 계속 연구하고 있고 번역 모델을 고도화하는 데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구글 번역은 일반인에게 서비스를 하는 웹 기반 구글 번역 외에도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 플랫폼에 자동 번역으로 탑재되기도 하고 구글이 제공하는 검색 서비스는 물론 웹브라우저 크롬에도 탑재돼 있다. 구글 자체 서비스 외에도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 를 활용한 전문 번역, 교육용 프로그램 등 다양한 형태로 서비스 되고 있다.

주요 IT(정보기술) 기업의 번역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대비 구글 번역의 생태계 장악력은 더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슈스터 최고 담당자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중국 바이두, 한국 네이버 등이 구글 번역과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기술 수준도 높아졌지만, 구글의 번역 API를 활용해 구축한 생태계를 모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 “AI가 언어학습·통·번역 전문가 대체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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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슈스터 구글 번역 최고 담당자는 AI번역이 통·번역 전문가와 인간의 언어학습을 대체하긴 어렵다고 봤다. /조선비즈DB




슈스터 최고 담당자는 독일인으로, 다양한 언어와 문화를 접하며 성장했다. 미국에서 청년 시절을 보내고 일본에서 유학하기도 했다. 그의 아내는 재일 교포로 한국인이다. 그는 “다양한 경험 덕분에 언어 차이에 대한 감각을 길렀고 문화적 이슈에 언어가 어떻게 엮여 있는지 예민한 감각을 키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가 동아시아 언어와 영어, 유럽어 등을 교차 번역하는 데도 남다른 애정을 가진 이유다.

이런 경험이 있기 때문인지 그는 “아무리 기계의 번역 기술이 좋아져도 번역기가 인간의 통·번역 활동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고 인류는 여전히 외국어를 학습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언어는 단순히 도구가 아니라 그 이상의 것”이라고 했다. 그는 “언어를 학습하는 것 자체가 도구를 쓰는 게 아니라 소통하고 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언어가 상징하는 문화를 소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꼭 필요하다”며 “AI가 인간을 상대로 체스나 바둑에서 이겼더라도 인간과 인간이 두는 대국의 즐거움은 사라지지 않고 이에 대한 배움이 끝나는 것도 아닌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슈스터 최고 담당자는 “사람의 대화는 문화적 차이 뿐만 아니라 상황에 따라 발생하는 언어의 의미나 소통 중에 사용하는 표정, 제스처 등에 따라 달라진다”며 “단어로만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번역기가 인간을 완전히 대체하는 시점은 어떻게 보면 오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AI는 상식적 현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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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슈스터가 스마트클라우드쇼 2017에서 기조연설 중인 모습. /조선비즈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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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스터 최고 담당자는 앞으로 5~10년 동안 AI 발전으로 생길 변화는 긍정적이라고 보는 편이다. 영화에서 묘사되는 AI와 인간의 전쟁 같은 대격변까지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100년 전이나 100년 후를 생각했을 때는 상상할 수 없는 기술 변화가 일어난다”며 “과거 사람들에게 엑셀로 편하게 수식을 계산하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겠지만 현재 인류에게는 보편적인 것으로, AI도 그와 비슷하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후세대는 AI 등의 기술 변화를 상식적인 현실이라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에 장점 위주로 예측을 하게 될 것”이라며 “산업혁명이라는 것은 부작용이 동반되지만 심각하고 치명적인 수준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측면에서 그는 구글 번역도 앞으로 인류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인류는 소통의 어려움 때문에 사람 사이의 혐오나 오해를 만들어 왔다”며 “100년 전 국가 단위 소통이 어려웠던 것을 생각하면 구글이 제공하는 번역 서비스가 인류 소통 역량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이 좋다”고 말했다.

김범수 기자(kbs@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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