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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26년전 사라진 '개구리소년'들…"정부가 죽음의 진실 밝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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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개구리소년' 유골 발견된 대구 와룡산서 추모제

고인 넋 기리는 추모 외에도 '진상규명위' 설치 주장도

유가족들 "당시 수사 미흡…지금이라도 진실 밝혀야"

대구에 사는 5명의 어린이가 "개구리 잡고, 도롱뇽 알을 주우러 간다" 는 말을 남기고 집을 나간 후 실종됐다가 11년 만에 유골로 되돌아온 '개구리 소년' 사건. 1991년 3월 26일 사건이 일어난 지 올해로 26년째다. 오랜 세월에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개구리 소년'들은 희미해졌지만, 유가족들에게 이 사건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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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8월 인천 부평역 앞 광장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이 개구리 소년 찾기 대국민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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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 11시 아이들의 유골이 발견된 대구시 달서구 와룡산 세방골에서 추모제가 열린다. 개구리 소년 유족과 전국미아실종자가족찾기시민의모임(전미찾모), SNS시민동맹이 참석할 예정이다. 올해 추모제는 사건이 일어난 지 26년째이자 유골이 발견된 지 15년째 열리는 행사다.

주목할 만한 것은 이 추모제가 단순히 고인들의 넋을 위로하는 자리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사건의 진실 규명을 위한 정부 차원의 '진상규명위원회' 설치를 촉구할 예정이다. 유가족들과 시민의 모임 등은 이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가 미흡했고 사건의 진상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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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실종어린이(개구리 소년) 5명의 부모들이 전국에 배포한 어린이 찾기 전단을 앞에 놓고 40일째 돌아오지 않는 이들을 위한 궁리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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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소년 실종 사건은 91년 3월 대구 성서초등학교 우철원(당시 13세)·조호연(12)·김영규(11)·박찬인(10)·김종식(9) 군이 산에 갔다가 실종된 것이 발단이다. 실종 이후 정부는 현상금 4200만원을 내걸고 연인원 32만 명에 달하는 인력을 투입해 아이들 찾기에 나섰다. 복지시설과 무인도 등 14만여 곳도 수색했다.

아이들의 유골은 그로부터 11년 만인 2002년 발견됐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미국 전문가 의견을 종합해 아이들이 타살된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범인은 끝내 붙잡지 못했다. 결국 2006년 3월 25일 공소시효가 완성됐고 영구미제 사건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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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1월 12일 경북대 의과대학에서 경북대 법의학팀이 법의학 감정 보고회를 열고 "5구의 유골 가운데 우철원,김종식군등 3구 이상의 두개골에서 사망 당시 생긴 것으로 추정되는 인위적 손상 흔적이 발견됐다"면서 "소년들이 타살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하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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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들은 경찰 수사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당시 경찰이 곡괭이와 삽으로 아이들의 유골 발굴 현장을 훼손했다. 유골 4구를 파헤쳐 놓았고 유골 1구만 감식반이 와서 조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유골 발견 이틀 만에 사인을 저체온증에 의한 자연사로 추정했지만 결국 경북대 법의학팀은 검사 40여일 후에 타살로 결론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지난 6월엔 전미찾모 나주봉 회장과 고(故) 우철원군의 아버지 우종우(70)씨는 개구리 소년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해 대구 성서경찰서에 아이들 실종 후 2년, 시신 발견 후 1년 동안의 수사관련 자료 정보공개를 요청했다.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들은 이후 7월 28일 이의 신청을 다시 했지만 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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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13년 만에 개구리소년들의 합동영결식이 치러진 2004년 3월 26일 대구 성서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선배들의 영정을 들고 마지막으로 학교를 둘러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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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정보공개 청구 게시판을 통해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개구리 소년 사건 관련 제보(서울 거주자)가 있어 내사가 진행 중이고 ▶개인정보와 수사기밀 정보를 분리하기 어려우며 ▶정보 공개 시 불상의 범인이 도피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우려 등이 있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전미찾모 측은 "개구리 소년 사건의 진상은 제대로 밝혀진 것이 없다. 이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정부 차원의 진상규명위원회 설치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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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개구리소년 유골이 발견된 대구시 달서구 와룡산 현장에 화환이 놓여 소년들의 영혼을 위로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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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진상규명과는 별개로 개구리 소년들을 살해한 범인이 붙잡히더라도 현재 상태로는 처벌이 어렵다. 2015년 7월 31일부터 형사소송법이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없애도록 개정 시행(일명 '태완이법')되면서 지금은 살인 범죄자에 대한 공소시효가 없다. 하지만 법 개정 이전에 공소시효가 완성된 경우에는 뒤늦게 용의자를 검거하더라도 처벌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구=김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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