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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한국, 독일과 달라…탈원전 매우 신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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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산하 원자력기구 윌리엄 맥우드 사무총장

매일경제

"탈원전으로 가는 것은 자유지만 에너지 선택지를 배제하는 데는 매우 신중해야 합니다. 한국은 (탈원전을 택한) 독일과 다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부속기구인 원자력기구(NEA)의 수장 윌리엄 맥우드 사무총장은 24일 서울 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영국처럼 신원전을 공격적으로 지을 수도, 독일처럼 탈원전을 택할 수도 있겠지만 미래에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모든 (에너지원) 옵션을 테이블 위에 올려놔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가별 에너지 정책은 어떤 대체 에너지 자원이 있는지, 얼마나 에너지 수입에 의존하는지, 신재생 에너지 현황은 어떤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확실한 에너지 조달 방안 없이는 위험하다는 설명이다.

OECD 회원국 33개국이 가입돼 있는 NEA는 원자력을 안전하고 환경친화적·경제적으로 개발하는 것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국제기구다. 우선 맥우드 총장은 탈원전을 선택한 독일과 한국의 에너지 상황은 전혀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독일은 한국보다 쉽게 에너지원을 수입 또는 수출할 수 있는 넓은 전력망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한국과 차이가 있다"며 "탈원전을 선택하면 비게 되는 전력 공급원을 어떻게 조달할지 구체적인 안이 필요하며,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 등 환경을 고려한다면 더더욱 선택지를 쥐고 있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2011년 3월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부 국가에서 탈원전 요구가 거세진 것은 사실이나 대부분 국가가 오히려 원전을 늘리는 추세라고 밝혔다. 맥우드 총장은 "후쿠시마 사고가 난 뒤 모든 나라가 정책 방향을 탈원전으로 선회한 것은 아니며, 오히려 원전 확대에 적극적인 곳도 많다"며 "원자력을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하게 운영하는 데 얼마나 많은 투자와 비용이 필요한지 깨닫고 성찰하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맥우드 총장은 지난달 직접 방문한 4개국 상황을 예시로 들었다. 그는 "미국은 새로운 원자로를 짓고 있었고, 영국도 계획 중이며, 루마니아와 아르헨티나는 각각 2기의 원자로를 건설하고 있다"며 "미국에서는 지난 몇 년간 건설을 계획했던 5기 가운데 하나가 이미 2년 전 완성해 가동을 시작했고, 2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건설 프로젝트가 도중에 중단된 경우도 있지만 철저히 비용 초과와 같은 예산 문제 때문에 멈췄을 뿐 원전 필요성에 대한 이견은 없었다고 못 박았다.

맥우드 총장은 "미국은 연방정부에 원전 건설과 관련해서 결정을 내릴 권한이나 역할이 없다"며 "민간 업체가 상업적인 판단으로 비용과 이익을 고려한 뒤 규제 당국인 NRC(Nuclear Regulatory Commission)의 인허가를 신청해 받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원전 건설이 오랜 기간 이뤄지지 않아 건설 관련 전문성이 떨어졌던 미국과 달리 한국은 세계적으로 최고의 원전 기술을 보유한 나라기 때문에 이런 비용 문제에 부딪힐 일은 없다고 덧붙였다.

한국이 원전을 수출하는 데도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맥우드 총장은 "한국에서 쓰지 않는 기술을 굳이 다른 나라들이 수입해 갈 이유가 없다"며 "원전 수출 국가로서 한국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기술과 경험이 탈원전을 선택하면 굉장히 빨리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입하려는 국가에서도 러시아, 중국, 프랑스, 미국 등 다른 대안이 많은 상황에서 굳이 한국을 택할 이유가 없다"며 "또 수출을 위해서는 규제기관 간에 협력이 필요한데 탈원전을 택하면 이런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한국 국민들이 유독 원전의 위험성에 대한 공포가 강한 편이라 사회적 공감대를 얻기 위한 설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진이나 쓰나미 등 재해에 대한 대비만 철저히 한다면 원전 운영과 규제에 대한 과도한 의심은 거둘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한국을 방문했는데 큰 두려움과 공포를 갖고 있어 놀랐다"면서도 "하지만 우리는 안전에 대한 확신이 있다"고 말했다. 맥우드 총장은 한국 국민들에게 "한국의 원전 안전 규제는 우리가 요구하는 수준보다 엄격하고 보수적이며, 한국만큼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국가도 없다고 생각하므로 국민들도 안심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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