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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어떤 생리대 사야하나" 불신.불안 지속…갈 곳 잃은 소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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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화학성분을 배제한 것으로 알려진 ‘나트라케어’ 생리대가 연일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출처 | 네이버스토어 캡처


[스포츠서울 최신혜기자] 국내 생리대의 유해물질 논란이 계속되며 소비자들의 불안이 급증하고 있지만 정부에서는 어떤 조사결과도 아직 발표하지 않아 국민에게 비난을 받고 있다.

소비자들은 화학성분을 배제한 해외 생리대 제품, 면 생리대로 눈길을 돌렸다. 하지만 그마저 품절사태를 일으키며 쉽게 구매할 수 없어 발을 동동거리고 있다.

◇‘나트라케어’ 등 천연 생리대 품귀현상
2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나트라케어’ 생리대가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나트라케어는 영국 환경운동가 수지 휴슨이 개발한 제품으로, 고분자 흡수체와 염소계표백처리, 인공 향 등 화학성분을 제외시킨 것이 특징이다. 일반 생리대에 비해 가격이 2~3배 비싸지만 100% 천연 펄프를 사용했다고 알려져 국내외로 품귀 현상을 빚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나트라케어 유통사에 따르면 생리대 유해 물질 논란이 본격화된 지난달 21일부터 약 3일 동안 매출액이 30억원을 기록하며 6개월치 재고물량이 나흘 만에 모두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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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바디와이즈아시아



나트라케어가 연일 품귀현상을 빚으며 현재 드럭스토어 올리브영 등에서는 해당 제품을 찾아볼 수 없다. 올리브영 관계자에 따르면 공급 정상화 시기도 미정이다. 천연 물질을 이용했다고 알려진 유리농본 생리대 등도 물량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콜만 생리대, 네띠 생리대 등 유기농 소재 생리대도 상황은 같다. 때문에 각종 커뮤니티에는 수만원 대에 달하는 배송비를 지급하며 해외직구로 나트라케어 제품을 구매했다는 소비자들이 급증했지만 배송시기를 정확히 알 수 없어 좌불안석이다. 나트라케어의 국내 공식수입원 바디와이즈아시아에 따르면 폭리를 취하려는 개인 소매상들이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으며 천연 생리대를 자칭한 ‘가짜 생리대’마저 등장한 상황이다.

소비자 차진영(31) 씨는 “평소 사용하던 고가의 무명 브랜드 제품마저 품절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충격을 받았다”며 “매달 다가오는 생리일을 미룰 수도 없고, 울며 겨자 먹기로 위해성 논란을 빚은 생리대 제품을 구입해 상황하는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식약처 대처 미흡…소비자 불만 폭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생리대 유해물질 논란이 불거진 지난달 말 국내 56개사 896품목 생리대 전수조사에 나서는 한편 독성전문가, 역학조사전문가, 소비자단체, 여성환경연대 등으로 구성된 생리대 안전 검증위원회를 구성했지만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 어떤 조사결과·대책도 발표하지 않았다.

지난 3월 여성환경연대가 강원대학교 환경융합학부 생활환경연구실 김만구 교수 측에 검사를 의뢰, 결과를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국내 제조 일회용 중형 생리대 5종, 팬티라이너 5종, 다회용 면 생리대 1종 등 총 11개 제품에서 약 200종의 TVOC가 방출됐고, 이 중에는 20종의 발암성 물질인 독성화합물질(벤젠·스티렌 등)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TVOC는 공기 중으로 방출되는 성분이지만 유해성 평가마저 제대로 되지 않은 성분이 다수다. 독성화합물질 벤젠은 생식독성을 지녀, 생식 기능이나 태아 발육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해물질이다.

식약처는 2000년대 초반부터 불거진 생리대 부작용 논란, 발암물질 검출 논란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 비난을 받았다. 지난달 23일에는 보도자료를 내고 “전 세계적으로 생리대에 휘발성유기화합물에 대한 관리기준이 마련된 나라는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이미 생리대 휘발성유기화합물 관련 규제를 시행하고 있는 사실이 알려지며 더욱 큰 비난을 받았다. 식약처는 이달 말 휘발성 유기화합물 10종에 대한 전수조사(1차 전수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업체명, 품목명, 휘발성 유기화합물 검출량, 위해평가결과를 공개할 계획이다.

소비자들은 식약처가 생리대 위해성 여부를 조사하는 것과 별개로 ‘안전한’ 생리대의 원활한 수급을 위해 노력해야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소비자 김홍신(31) 씨는 “‘생리대 공포’를 느끼지 않는 여성이 없을 정도로 온 국민이 불안에 떨고 있는 상황인데 식약처에서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며 “정말 국민의 안전을 생각한다면 믿고 사용할 수 있는 생리대 제품의 원활한 공급을 1순위로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ss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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