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8 (토)

도발 가세한 이란…北 설계한 탄도미사일 美 보란듯 발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북핵 위기 와중에 이란이 미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보란 듯이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을 강행했다. 국제사회는 2015년 이란 핵합의를 위반한 것이라며 강력 규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트위터를 통해 이란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맹비난하는 등 지구촌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이란 국영방송 IRIB 보도에 따르면 이란 혁명수비대는 22일 신형 탄도미사일 '코람샤흐르' 1발을 성공적으로 시험발사했다. IRIB는 이란 정부 관계자 말을 인용해 이 탄도미사일이 '카드르-F' '세즈질' 등과 같이 사거리가 2000㎞이지만 크기가 작아 더 전술적으로 운용될 수 있고, 1t급 다탄두(MIRV)를 탑재할 수 있다고 전했다. 다탄두를 탑재할 때 사거리는 1800㎞다.

혁명수비대는 시험발사와 함께 22일 이란·이라크전쟁 발발 기념일을 맞아 수도 테헤란 시내에서 열린 열병식에서 이 미사일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란 정부는 자주 방위 목적으로 미사일 개발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어 트럼프 정부 들어 이어진 미국의 대(對)이란 압박 기조에 정면으로 도전한 셈이다. 특히 사거리가 2000㎞에 달하는 이 미사일의 사정거리엔 이란의 인근 적성국인 이스라엘은 물론 사우디아라비아, 인도, 동유럽까지 포함돼 역내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란의 탄도미사일 개발에 서방은 일제히 우려를 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이란이 이스라엘을 타격할 수 있는 신형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한 것과 관련해 "이란이 미사일 개발에 있어 북한과 협력하고 있으며 이는 이란 핵합의가 금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싸잡아 비난했다. 미국 정보당국에 의하면 이란이 시험발사한 코람샤흐르 미사일은 북한이 디자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트윗은 '죽음의 백조'라 불리는 미 공군의 전략폭격기 B-1B 랜서가 북한 동해의 국제공역으로 출격해 휴전선 넘어 최북단까지 비행한 시점에 나왔다.

보리스 존슨 영국 외교장관은 "이란의 미사일 실험은 유엔 결의 2231호 위반"이라며 "도발적 행동을 중지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프랑스 외교부도 대변인 성명을 통해 "유럽을 비롯한 타국과 협력해 이란의 탄도미사일 개발 활동을 중지시킬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란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는 2015년 체결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1(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독일)과 이란 사이 핵합의(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를 폐기할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정면으로 무시한 것이어서 더욱 관심을 집중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이란의 미사일 능력 개발이 예멘과 시리아 등 다른 중동 지역에 폭력을 확산하고 있다"며 핵합의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이란의 지속적인 미사일 개발이 결국 '핵탄두 탑재'를 목표로 한다고 주장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달 15일까지 의회에 이란 핵합의 재비준 여부를 고지하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기자들에게 "이란과의 핵합의에서 철수할 것인지에 대해 이미 결정했다"고 공언한 바 있다. 만약 비준하지 않는다면 핵합의에 의해 풀렸던 이란에 대한 각종 제재가 새로 시행되게 된다. 미국 NBC 방송은 정부 고위 관계자 말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핵합의를 철회하기로 결심했으며 최종 결정은 의회에 맡기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이 핵합의를 폐기하면 자신들도 폐기로 맞불을 놓을 전망이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은 23일 CNN 방송 유명 저널리스트 파리드 자카리아와 인터뷰하면서 '미국이 핵합의를 탈퇴하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이란도 탈퇴하는 것을 포함한 많은 선택이 있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탈퇴한다면 이란은 핵 프로그램을 매우 빠른 속도로 복원할 것"이라며 "핵합의안 문구가 정한 핵 프로그램의 한계를 지키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제사회의 압력에도 이란은 탄도미사일 개발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아미르 하타미 이란 국방장관은 23일 국영방송에 출연해 "국방력 강화를 위한 길을 가는 데 외부의 위협에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며 누구의 승인도 요청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22일 열병식에 참석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도 "이란은 미사일 능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의지를 보였다. 이란은 자국이 탄도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할 능력이 없기에 현재 진행 중인 미사일 개발은 유엔 결의 위반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장원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