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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한상네트워크 아프리카·중남미로 확대할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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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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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혹(不惑·마흔 살)의 나이를 갓 넘긴 1993년 대기업 건설회사에 근무하던 임도재 글로텍엔지니어링 대표(2017년 제16차 세계한상대회 대회장)는 아프리카 서부 해안국가 가나에 첫발을 내디뎠다.

아프리카 첫 프로젝트로 가나 유류 관련 저장시설을 수주한 SK건설이 동남아시아, 중동 등 해외 개척 베테랑인 임 회장을 낙점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선택이었다. 인류의 마지막 시장이라고 불릴 만큼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가진 아프리카 시장 진입을 위해서는 첫 프로젝트의 성공이 무엇보다 절박했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부터 해외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었지만 40대 초반 아프리카 땅을 처음 밟은 임 회장에게도 불안감과 부담감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언어·문화 어느 것 하나 익숙지 않았고, 도로·상수도 등 인프라스트럭처는 야생이나 마찬가지일 정도로 열악했다.

하지만 미지의 땅은 오히려 임 회장의 도전정신을 깨웠다. 임 회장은 현지인들과 한 몸처럼 일하며 난관을 극복해나갔다. 그 덕분에 약 1년 만에 완공한 유류 저장시설은 발주처인 가나 정부가 엄지손가락을 치켜들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임 회장은 지난 23일 매일경제신문과 전화 인터뷰를 하면서 "지금도 1980년대, 1990년대 인기가요가 생소하게 들릴 정도로 문화적 혜택이 없던 곳에서 젊음과 열정을 쏟아부었다"며 "개인이 있기 전에 국가와 회사를 먼저 생각하던 시절"이라고 회상했다. 첫 프로젝트를 끝낸 후 가나 지사장으로 발령받은 그는 가나 정부가 발주한 유류 관련 시설 공사를 잇달아 따내며 '코피 임'이라는 이름을 각인시켰다. 코피는 현지어로 금요일이란 뜻으로, 금요일에 태어난 임 회장의 현지 이름이다.

외환위기 소용돌이가 몰아치던 1998년 임 회장은 가나에서 창업을 결심했다. 아프리카에 첫발을 내디딘 지 5년 만이었다. 자원이 풍족한 아프리카 서부 골드코스트에 인접해 영국 등 유럽 국가는 물론 중국, 일본 등 강국들이 너나없이 달려들어 인프라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는 곳에서 한국 기업이 뒤늦게 시장을 뚫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임 회장은 "아프리카는 과거 유럽의 식민지이며, 그 당시까지만 해도 가나의 플랜트 건설 시장은 유럽 기업들이 독과점하고 있던 시절이었다"며 "아프리카가 독립한 이후에도 유럽에 경제를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었지만 착취를 당하고 있다는 인식은 상당히 강했다"고 말했다.

가나 정부 고위층과 많은 교류를 해나가면서 이런 문제의식을 듣게 된 임 회장은 가나 진출 초기부터 현지인들과 공생하며 경제를 함께 발전시켜나가겠다는 철학을 세웠다.

아직 경제 발전 초기에 불과하지만 현지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현지인들에게 철저히 맡기고 자신의 회사는 원가 경쟁력을 무기로 유럽 회사들과 경쟁하는 현지화 전략을 펴나갔다.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 문턱까지 빠르게 성장한 한국 기업과 경제의 성장 모델은 가나 현지인들에게 유럽보다 더 현실적이고 바람직한 모습으로 비쳤다. 환경이 열악한 가나에 골프장을 지어 현지 인사들과 교류의 장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현지 기업과의 협력, 현지 지역 발전을 위한 임 회장의 지속적인 투자와 사회공헌활동은 정부 고위층은 물론 현지인들에게 신뢰를 얻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임 회장은 2009년 가나 항구도시에 있는 국립병원에 안과병원을 지어 기증했다. 그는 "국립병원에 안과가 없어 간단한 백내장 수술도 못 받아 실명하는 사람들을 보고 병원 시설 기증을 결심했다"며 "가나에서 돈을 번 만큼 사회를 위해 환원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안과에 이어 최근에는 이비인후과와 치과 병동을 기증하기로 결정했다.

현지 인재를 키우기 위한 장학사업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 임 회장은 "국립학교에 공부는 잘하는데 가정이 불우한 학생이 많이 있다"며 "매년 30~50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해 마음 편히 공부할 수 있도록 돕고 있고, 졸업한 뒤 우리 회사에 취업해 근무하는 학생들도 있다"고 말했다.

창업한 지 20년이 지난 지금, 임 회장이 설립한 글로텍엔지니어링은 가나의 석유 저장시설 유지·보수 시장 90%를 장악한 플랜트 건설 업계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연매출은 약 7000만달러에 달한다. 강대국들의 경연장이었던 아프리카에서 최대 규모의 한국 기업을 일군 경영 능력과 철학을 국내에서도 인정받은 임 회장은 공주대에서 경영학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임 회장은 "아프리카는 (개발한 곳보다) 미개척지가 아직도 몇 배 더 많이 남아 있는 데다 인구 증가 속도도 빠르고, 연 9~10%씩 경제가 성장하는 지구상 마지막 블루오션"이라며 "환경이 열악하고 어려울 때 도와줘야 우리 편으로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업 초기 가나 등 아프리카는 유럽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었지만, 최근에는 중국과 일본 기업들이 공격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실속만 챙기려는 중국 기업과는 달리 상생협력으로 신뢰를 다져온 글로텍엔지니어링은 여전히 굳건한 지위를 지키고 있지만, 정부 차원에서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임 회장은 강조한다.

그는 "중국은 고위층이 1년이 멀다 하고 아프리카를 찾아 투자 약속을 하며 자원 확보에 나서고 있고, 일본은 막대한 정부 지원금을 무기로 아프리카를 공략하고 있다"고 전했다. 임 회장은 "우리 정부는 지원을 해도 생색이 크게 나지 않는 무상지원 위주인 데다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는 방식"이라며 "한인 기업들과 연계를 통해 보다 효과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55개국이나 되는 아프리카를 담당하는 정부 담당 조직도 열악하다"며 "지역별로 나눠 전문가가 참여해 연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아프리카 지역은 1개 외교공관이 3개 나라를 담당하는 구조다.

아프리카·중동한인회총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는 임 회장은 올해 10월 25일부터 27일까지 경남 창원시에서 열리는 제16차 세계한상대회에서 대회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됐다.

임 회장은 "그동안 미주, 유럽, 동아시아 등을 중심으로 한상대회가 운영됐지만 아프리카·중동, 중남미 지역에서도 성공한 한상이 많이 나오고 있는 만큼 한상의 외연을 넓히고, 전 세계 네트워크를 구축해 한상이 더욱 발전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조선족 중에서도 성공한 한상이 많다"며 "미래를 위해 많은 재외동포들을 포용해 한마음으로 뭉쳐야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재외동포청 신설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임 회장은 이전과는 경제 상황이나 인식이 많이 달라졌지만 젊은이들도 좀 더 도전정신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우리 시절의 얘기를 하면 젊은이들이 감동은 하지만 실천은 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매년 인턴을 뽑고 있지만 학력이나 스펙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고생을 하더라도 스스로 능력을 발휘해보려는 정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He is…

△1952년 서산 출생 △한양대 졸업 △1982년 SK건설 입사 △1993년 SK건설 가나 지사장 △1998년 글로텍엔지니어링 설립 △2012년 아·중동한인회총연합회장 △2017년 제16차 세계한상대회 대회장

[황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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