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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도 넘은 북미의 말폭탄 대결...위험 경고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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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미국 간의 말폭탄 대결과 기싸움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양국 정상들까지 전면에 나서 위험 수위를 넘나드는 말싸움을 벌이면서 북핵 문제에 대한 외교적 해법의 여지는 줄이고, 오판에 의한 군사적 충돌 가능성만 키우고 있다는 경고다.

북·미 간 말폭탄전을 촉발한 계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난 19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연설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동맹을 방어해야만 한다면 우리는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로켓맨’이라고 비꼬고, 핵 개발을 “자살임무”라고 평했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이에 “개짖는 소리”라고 막말 대응을 했다. 미국은 21일에는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은행을 향한 세컨더리보이콧을 경고했다. 군사적 위협을 가했지만 결국 해법은 중국을 통한 제재 강화에서 찾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이번에는 북한이 다시 위협하고 나섰다. 김 위원장이 이날 직접 성명을 내고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조치”를 협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선 “늙다리 미치광이”라고 막말을 쏟아냈다. 리 외무상은 “태평양 상에서 역대급 수소탄 시험”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명백한 미치광이”라고 김 위원장을 비난했다.

리 외무상의 23일 유엔총회 연설은 트럼프 대통령 비난의 장이었다. 그는 “트럼프는 전체 미국땅이 우리 로켓의 방문을 더더욱 피할 수 없게 만드는 과오를 저질렀다”며 미국 공격 가능성을 언급했다. 특히 “자살공격을 시작한 것은 다름 아닌 트럼프”라며 “이 공격 때문에 미국땅의 무고한 생명들이 화를 입는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트럼프의 책임”이라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망발과 폭언을 늘어왔기에 나도 같은 말투로 대답하겠다”며 “과대망상이 겹친 정신이상자” “거짓말의 왕초” “악통령(악의 대통령)” “투전꾼” 등 원색적인 비난도 쏟아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리 외무상의 연설을 거론하며 “만약 그가 ‘리틀 로켓맨’의 생각을 되읊은 것이라면 그들은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말폭탄 대결은 무력 과시로 이어졌다. 미 국방부는 리 외무상의 유엔총회 연설 직전에 북한 동해 상공에 F15 전투기의 호위 속에 전략폭격기 B-1B 랜서를 띄웠다. 다나 화이트 국방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21세기 들어 미국의 전투기와 폭격기를 통틀어 휴전선(DMZ) 북쪽으로 가장 멀리 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많은 군사적 옵션을 갖고 있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말폭탄을 주고받으며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자 충돌 위험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실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미국의 타격이 이뤄진다면 위기는 말을 넘어 물리적 충돌로 이어질 수도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사설을 통해 양국 정상 간의 인신공격성 난타전이 심각한 위기를 부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북한의 태평양 수소탄 시험 발언을 들어 일본 위로 날아가는 미사일이 재래식인지 핵미사일인지 중요한 순간에 파악할 수 없어 자칫 잘못하면 전쟁을 부를 수 있는 오판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 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포브스 기고에서 북·미 지도자 간의 도를 넘어선 개인적 비난전을 지적하며 “오판의 위험성과 위기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현재로선 어느 나라도 협상으로 성과를 낼 노력은 하지 않겠지만, 우발적 전쟁의 위험을 줄이기 위한 확실한 의사소통 라인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프라우셰어즈기금의 조 시린시오네 대표는 의회 전문매체 더힐에서 우발적 전쟁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벼랑 끝에서 물러서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지금 트럼프 정부에 필요한 것은 최대의 압박에 맞는 적극적인 관여라고 충고했다.

말폭탄과 위협을 통해 상대방을 굴복시키려는 ‘벼랑끝 전술’ 또는 ‘미치광이 이론’은 북·미 모두에게 통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마이클 푹스 전 동아태차관보는 더힐에서 “행정부의 압박과 외교에 초점을 맞춘 전략에 트럼프 대통령이 가끔씩 수류탄을 던져서 갈등 수위만 높이고 있다”면서 “트럼프의 말폭탄 전략은 절대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리 섀크 후버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뉴욕타임스에서 “외국 정상을 조롱하는 것은 과거 기록을 볼 때 좋은 외교적 전술이 아니고 특히 북한에는 그렇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무분별한 행동을 일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워싱턴|박영환 특파원 yh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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