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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지금 편의점&]회춘한 막걸리 혹은 알딸딸한 커피...CU, '막걸리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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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순당 제조, CU 단독 판매 상품

막걸리에 원두커피 첨가한 주류

향과 첫맛 커피에 가깝지만 뒷맛 시큼

모호한 맛에 겨냥한 '타깃'마저 모호

[이데일리 박성의 기자] 한 손에 시원한 막걸리 한 통을 들었다. 40대다. 피부는 검게 그을렸고 산을 좋아한다. 그에게 막걸리는 낙이다. 누렇고 구수한 막걸리의 맛이 세상사 힘든 걱정을 가시게 한다. 소주에 비해 세지 않은 도수는 ‘딱’ 안성맞춤이다.

한 손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쥐었다. 20대다. 피부는 하얗고 시원한 테라스를 좋아한다. 그녀에게 아메리카노는 ‘힐링’이다. 까맣고 시원한 커피의 맛은 지루한 하루에 생기를 돌게 한다. 은은한 향에 기분까지 좋아진다.

이 두 사람을 한 번에 사로잡을 음료를 만들어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난제에 CU와 국순당은 이렇게 답한다. “그냥 섞어버리자!”

◇커피의 색을 가진 막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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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쾌한 답이다. 그런데 살짝 난감하다. 지금껏 우린 수많은 ‘폭탄주’를 봐왔다. 소주에 맥주를 섞은 ‘소맥’은 고유명사가 됐고, 막걸리와 사이다를 섞은 ‘막사’도 인기다. 그런데 막걸리와 커피의 조합은 생경하다. 아니 괴상하다. 맛도 향도 색도 상상하기 어렵다.

국순당이 제조하고 CU가 판매하는 ‘막걸리카노’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진짜 섞었다. 지난달 13일 출시된 이 제품은 곱게 간 생쌀과 함께 로스팅 원두 파우더를 7일간 발효해 탄생했다. 국순당이 에스프레소, 라떼 등 다양한 커피 스타일과 아라비카, 로부스타 등 여러가지 커피 원두를 연구해 막걸리와 가장 잘 어울리는 레시피로 개발했다고 한다. 나이 든 술인 막걸리의 회춘을 노린 셈이다.

막걸리카노는 ‘막걸리 색을 가진 커피’가 아닌 ‘커피맛 나는 막걸리’다. 술이란 얘기다. 알콜 함량은 4%. 일반 막걸리(6%) 보다 도수가 낮다. 겉모습은 정갈하다. 한 손에 들어오는 캔에 담겼다. 포장은 온갖 영문으로 도배됐다. 하얀 플라스틱 병에 담긴 채 구수한 정취를 내뿜는 여타 막걸리와는 얼굴부터 다르다.

특징은 카페인 함량이다. 막걸리카노 한 캔(350mL)에 카페인 103mg이 들어있다. 100mL당 카페인 함량은 29.42mg. 100mL 기준 즉석커피에 들어간 카페인이 52.9mg은 점을 고려하면 높지 않아 보인다. 다만 박카스 한 병에 들어 있는 카페인이 30mg이다. 즉, 막걸리카노 한 캔을 마시면 박카스 3병은 들이킨 것만큼 각성할 수 있다. 커피 한잔에도 잠 못 이루는 이들은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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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카노를 개봉하기 전부터 궁금했던 것은 색이다. 막걸리처럼 바닐라 빛깔일지 커피처럼 검은색일지 알 수 없었다. 행여 이 두 색을 섞은 실험을 단행한 것은 아닐지, 긴장됐다. 캔에 있던 막걸리카노를 유리병에 옮겨 담았다. 졸졸졸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막걸리카노의 색은 흡사 갈색 빛이 나는 캔커피에 가까웠다. 은은한 향도 커피를 닮았다.

◇달달한 첫맛, 시큼한 뒷맛

한 모금 마셔봤다. 이상하다. 막걸리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 달짝지근하다. 막걸리를 마시듯 꿀꺽꿀꺽 목젖을 움직이고서야, 막걸리카노란 이름이 이해가 갔다. 막걸리는 뒷맛에 있다. 막걸리 특유의 시큼함이 분명 느껴진다. 그런데 물음표가 가시지 않는다. ‘막걸리카노는 누가 좋아할까요?’, 이 단순한 질문에 답을 선뜻하기 어렵다. 막걸리도 커피도 아닌 맛은 신묘하기보다는 기묘하다.

막걸리카노는 그래서 아쉽다. 전혀 다른 맛과 향이 합쳐지자 각 제품의 매력이 오히려 반감됐다. 카페인과 알코올을 동시에 섭취해서인지, 낮은 도수에도 취기는 빠르게 오른다. 가격은 1500원이다.

<박 기자의 ‘개인취향‘ 평가>

- 맛 : ★★

- 가성비 : ★★

- 재구매의사 : ★☆

- 총평 : 이름은 재밌고 외관은 고급스럽다. 그러나 등산 가는 아버지도, 카페 가는 여동생도 외면할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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