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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김명수號 첫 난제는 '인사권' 행사…순항 여부 판가름 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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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월여 남은 정기인사 이전에 소폭인사 불가피

개혁 취지 같이했던 인물 중용시 '코드인사' 공세 우려

뉴스1

국회 임명동의안이 통과된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가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의 사무실에서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은 출석 의원 298명 가운데 찬성 160표, 반대 134표, 기권 1표, 무효 3표로 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2017.9.21/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윤진희 기자 = 양승태 대법원장이 22일 퇴임하면서 사법부가 김명수 신임 대법원장 시대를 맞게 됐다. 새로운 수장을 맞이하는 사법부의 분위기는 말그대로 '걱정 반, 기대 반'이다. 사법개혁이라는 최대 난제를 목전에 둔 김명수호(號)가 무난히 순항할지에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진다.

특히 김명수 신임 대법원장은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의 ‘관료화’와 ‘사법행정권 남용’ 등을 비판해왔던 터라 김 신임 대법원장 취임 이후 사법부 내 대규모 지각변동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 신임 대법원장은 국회의 임명동의안 인준 직후인 2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 법원이 당면하고 있는 과제가 적지 않다"며 "슬기롭게 잘 헤쳐 나가 반드시 국민을 위한 사법부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법원 안팎에서는 김 신임 대법원장이 국민들로부터 신뢰 받는 법원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지만 실제 사법개혁을 이루기 위해 넘어서야 할 산이 꽤나 많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김명수 호가 넘어서야 할 첫 번째 고비로 '인사권' 행사가 거론되고 있다.

◇'개혁인사' vs '코드인사'

김 신임 대법원장은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되기 이전부터 '제왕적 대법원장' 체제의 폐해와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 및 '관료화'에 대한 문제인식을 갖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 대법원장들은 막강한 인사권을 바탕으로 이른바 '줄 세우기'를 통해 사법부 전체를 장악하곤 했다. 또 대법원 산하의 법원행정처가 소위 '엘리트 코스'로 인식되면서 대법원장 휘하에서 관료화 됐다는 비판이 제기 된 것도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대법원장의 막강한 인사권한과 사법행정권 남용이 맞물려 빚어진 결과물이 바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불거진 ‘법관 블랙리스트’다.

김 신임 대법원장은 이미 청문회에서 취임 이후 법관 블랙리스트 사건을 추가조사 또는 재조사해 진상규명을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즉 ‘법관 블랙리스트’ 작성·관리 의혹을 받고 있는 법원행정처에 제일 먼저 손을 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신임 대법원장이 청문회 당시부터 밝힌 법관 블랙리스트 진상규명과 사법개혁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을 중용해야 한다. 그러나 법관 정기인사 시즌인 내년 2월 전에 김 신임 대법원장이 인사권을 행사해 사법행정 기구인 법원행정처에 특정 인사를 전격 발탁 기용하거나 진상규명을 위한 기구 등에 중용할 경우 '코드 인사' 논란이 일수밖에 없다는 문제가 있다.

그렇다고 김 신임 대법원장이 논란을 의식해 정기 인사까지 남은 5개월 여간 '법관 블랙리스트' 사건 연루자들과 이에 책임이 있는 법원행정처 권한 분산 작업 등에 손 대지 않을 경우에는 개혁의 최적 타이밍인 취임 초기를 그냥 흘려보내는 셈이 된다. 김 신임 대법원장 입장에서는 딜레마로 느껴질 수밖에 없는 문제다.

법원행정처 관료화 문제와 법관 블랙리스트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개혁 작업에 동참할 역량 있는 인물들이 법원행정처에 들어와야 한다. 또는 진상규명을 위한 기구 등에 참여해야 한다.

이 경우에는 공수(攻守)가 뒤바뀔 뿐 법관 블랙리스트를 둘러 싼 법원 내홍 상태에서 불거져 나왔던 '자리다툼' 논란이 재연될 수밖에 없다. 전국법관대표회의 출범과 회의가 진행되던 때 법원 내부 전산망인 '코트넷'에서 심심찮게 등장했던 '밥그릇 싸움' 논란이 재등장 할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다.

◇ "책임 질 사람은 책임 져야" vs "힘의 균형 유지해야"

일선 법관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법원의 신뢰회복에 방점을 둘 것인지 법관독립·명예 회복에 방점을 둘 것인지에 따라 각각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재경지원의 A 부장판사는 "일각에서 이미 법관회의와 인권법연구회 소속 판사들에게 힘이 쏠릴 것이라는 주장 등이 나오고 있는 상태"라며 "그런 문제들에 대한 염려로 사법개혁 적임자로 생각하고 임명을 지지했던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려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문제가 돼 왔던 사법행정권 남용이나 법원행정처로의 권한집중, 제왕적 대법원장제도 문제 등을 개혁할 수 있는 무언가를 해야 한다"며 "기대는 언제든지 실망으로 변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잘못된 일을 바로잡을 것이라는 기대를 상당 부분 만족시켜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종수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법원장이 사법개혁을 추진하려면 인적자원이 필요한데 사법개혁의 취지와 뜻을 같이한 사람들을 기용하는 것을 소위 ‘코드인사’라고 비판하는 것은 사법개혁을 하지 말자는 이야기와 다를바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사법개혁을 대법원장 혼자 할 수 없을뿐더러 혼자 추진한다면 제왕적 대법원장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사법신뢰를 훼손하고 법관의 독립을 침해했다는 의혹을 받는 측에서는 다소 불편할 수 있겠지만 책임 질 일이 있다면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법원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도 법원 내홍부터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일선 법원 소속 B 판사는 "지금까지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사법개혁 필요성에 대해 공감과 교류를 해왔던 분들을 법원행정처 보직으로 임명해 일을 추진하게 되면 '인권법 연구회 라인' 등의 비판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B 판사는 "신임 대법원장이 언급했던 사법부에 대한 국민신뢰 회복이 우선시 돼야한다"며 "국민신뢰 회복을 위한 사법행정 제도 개선도 중요한 것은 맞지만 법원 내 갈등부터 봉합하고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장영수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법개혁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면서도 "(대법원장 임명) 국회 동의 과정에서 (신임 대법원장의) 정치적 성향 문제가 계속 논란이 됐던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개혁이 특정 성향의 개혁이 되면 개혁이 아닌 사법부 독립을 침해하는 것으로 더 큰 역풍이 불 수 있다"며 "외부에서도 그 문제와 관련해 지적과 견제를 계속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법개혁 과정에서도 정치적 편향성은 절대로 피해야 한다"며 "선거를 통해 구성된 정부와 법원의 정치적 중립의 문제는 분명 다르기 때문에 (법원 내부 힘의 균형이) 한쪽으로 쏠리면 상당히 심각한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법조전문기자·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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