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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北 변화 주역은 주민들… ‘자생적 시장화’로 살길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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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헤이즐 스미스 지음/김재오 옮김/창비/2만5000원


장마당과 선군정치/헤이즐 스미스 지음/김재오 옮김/창비/2만5000원


최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연일 반복되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에 대한 제재 결의를 잇따라 채택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9일 유엔 총회장에서 북핵 문제를 거론하며 “모든 국가가 북한이 적대적 행위를 멈출 때까지 김정은 정권을 고립시키기 위해 함께할 때”라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군사 옵션을 선택할 것이라는 경고장도 날렸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압박에도 북한은 끊임없이 핵·미사일 도발을 강행하고 있다. 북한은 올해에만 14차례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국제사회의 반발에도 꿈쩍하지 않고 있다.

영국의 북한 연구자인 헤이즐 스미스 런던대 동양아프리카연구학원(SOAS) 한국학연구센터 연구교수는 신간 ‘장마당과 선군정치’에서 과학과 학문적 방법으로 북한에 대한 이해를 시도한다. 책은 북한의 정책을 설명하기보다 북한 사회와 정권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추적해 가능한 일의 범위와 한계를 전망한다.

책은 북한이 ‘미지의 나라’라는 이미지를 활용해 정권의 이득을 얻고 있다고 주장한다. 군사적인 우월성과 불확실성, 무자비함 등 북한을 둘러싼 인식들이 북한에 대한 냉철한 분석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북한은 결코 유별나지도, 설명하기 어려운 나라도 아니다”면서, 북한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북한을 둘러싼 인식을 걷어내고 사실에 기초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책은 ‘시장화’라는 측면에서 북한의 변화를 해석한다. 북한은 여전히 구 정권의 방식으로 주민들을 통제하고 있지만, 1990년대와 같은 전방위적 통제 능력은 상실했다고 본다. 북한은 소련이 붕괴되면서 더는 군사적 보호와 경제적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됐고,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자 주민들은 자력으로 살아갈 방법을 찾아 나섰다.

이 과정에서 ‘자생적 시장화’가 이루어지자, 주민들은 중국이나 남한의 생활 수준을 알게 됐다. 이는 곧 북한 지도부에 대한 권위와 정당성의 축소로 이어졌다. 특히 북한 주민들은 1990년대 기근을 경험하면서 국가를 믿을 만한 식량 공급원의 역할로 믿지 않게 됐다. 당 관료와 보안 담당자 역시 주민들이 참여하는 시장에 의존하게 됐다.

책은 북한의 시장화가 계획된 것이 아니라 자생적인 현상이며, 이를 주도한 것이 엘리트가 아닌 주민들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그들은 정권에 세뇌당하거나 우매하지 않으며, 지도자의 죽음에 광적으로 슬퍼하는 로봇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그들을 북한 변화의 주역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이 과정에서 미국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이 다시 나서서 세심하게 조율된 외교적·경제적 방안을 주도하고, 이를 통해 미국 정계의 모든 정치세력을 통합해 동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외교적 지도력을 발휘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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