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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금융카페] 퇴임 두 달 만에 사자후 토한 '야인' 임종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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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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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민성 기자,김태헌 기자 =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자본시장연구원 20주년 기념 콘퍼런스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지난 7월 18일 눈물을 훔치며 정부청사를 떠난 지 두 달 만입니다.

임 전 위원장은 최근 금융연구원 초빙연구원으로 취업 승인을 받았지만, 여전히 그는 '야인'입니다. 그가 참석한 특별토론의 패널은 쟁쟁했습니다. 경제관료 대선배인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좌장, 경제통 국회의원인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토론 상대였습니다. 최 의원은 임 전 위원장이 현직에 있을 때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던 인물이기도 하죠.

토론 시작 전 그는 덤덤해 보였습니다. 기자의 "현 정부의 생산적 금융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잘 하실 겁니다"라고만 했습니다. 공직에 있을 때 공격적인 발언을 아끼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이날 참석한 금융권 관계자들도 "정권 초인데 (임 전 위원장이) 별말 하겠느냐"는 게 대부분 예상이었습니다.

최운열 의원의 금융감독 체제 개편 발언이 있고 난 뒤 마이크를 쥔 임 전 위원장은 "최운열 의원 말씀에 토를 달고 반대 의견을 내는 게 부담이지만 제 소견을 가감 없이 말하겠다"며 운을 뗐습니다. 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했지만, 이어진 발언은 그의 말대로 가감이 없었습니다.

"(금융감독 체제 개편을) 결론부터 말하자면 반대한다. 세계 어느 나라도 브레이크(금융감독)와 엑셀(금융정책)을 다른 사람이 밟는 나라는 없다.", "외환위기 이전에 온종일 은행감독권 개편을 두고 한국은행과 논의했다. 이런 역사가 또다시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 "(서별관 회의) 그런 걸 전화로 하면 괜찮고 모여서 회의하면 안 됩니까? 서별관 회의를 안 하는 나라가 어딨습니까."

특히 서별관 회의 발언 때 임 전 위원장은 참석자들을 계속 응시했습니다. 좌중에선 웃음소리도 들렸지만, 분위기가 약간 술렁이기도 했습니다. 서별관 회의를 '밀실 회의'라며 강하게 비판했던 건 당시엔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었기 때문이죠.

임 전 위원장은 이번 토론 자리를 꺼리지 않고 흔쾌히 응했다고 합니다. 통상 토론 전 주제와 패널을 통보받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의 작심 발언은 상당 기간 준비한 발언일 수 있습니다. 거침없는 발언에도 최운열 의원은 "경제·금융 문제를 정치 논리로 풀지 않고, 경제 논리로 풀어낸 역대 유일한 관료"라고 임 전 위원장을 치켜세웠습니다.

전직 관료는 "훗날 구조조정 후폭풍을 본인(임종룡)이 감당해야 할 장본인인데, 정권 초 이런 발언은 본인의 진정한 소신으로 비친다"고 했습니다.

정권의 힘이 가장 좋다는 집권 1년 차. 더욱이 출범 100일을 갓 넘긴 정부에 쓴소리를 쏟아내긴 쉽지 않습니다. 더욱이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요직을 맡았던 그가 이번 정부에서 자리를 꿰찰 것이라는 예상을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정권이 바뀌어도, 우리나라 경제가 휘청일 때마다 쓴소리를 아끼지 않던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윤증현 전 장관처럼 훗날 임 전 위원장도 경제 원로(元老) 반열에 오르길 기대해봅니다.
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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