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1 (토)

“재건축 이사비 7000만원 지원, 위법 소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서초 반포주공 1단지 이사비 논란…‘목적 있는 재산상 이익 제공’ 판단

정부 시정 지시에 현대건설 “수용”…개별 조합원 대상 불법 홍보 ‘제동’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 1단지 재건축 수주 경쟁을 벌이는 현대건설이 조합원에게 제시한 ‘무상 이사비 7000만원’ 지원안은 위법 소지 있다고 정부가 결론 내렸다. 과도한 이사비 지원을 ‘목적이 있는 재산상 이익 제공 행위’라고 판단, 시정을 지시했다.

정부는 과열 양상을 띠고 있는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 수주전을 서울시 등과 합동점검하기로 해 건설업계에 만연했던 개별 조합원 대상 불법 홍보행위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경향신문 9월13일자 16면·9월21일자 18면 보도).

국토교통부는 “과도한 이사비 지급과 관련해 최근 로펌 등에 법률 자문을 의뢰한 결과, 과도한 이사비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시정비법)에 위배된다”고 21일 밝혔다. 도시정비법 11조 5항에는 ‘누구든지 시공자의 선정과 관련해 금품, 향응 또는 그 밖의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 의사를 표시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국토부는 “건설사가 이사비 명목으로 제시한 금액 중 사회통념상 이사비를 초과한 부분은 ‘이사 지원’ 목적이 아니라 ‘시공자 선정’을 목적으로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려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현대건설은 이사비 명목으로 가구당 무상 7000만원이나 그에 상응하는 ‘4년간 5억원 무이자 대여’를 약속했다. 5억원을 무이자로 빌리는 경제적 이익도 7000만원 지원과 거의 같다. 하지만 시중에 이사비가 최대 500만원을 넘지 않는다는 점이 위법성 판단에 중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국토부와 서울시는 관할 구청인 서초구청에 과도한 이사비에 대해 사실 확인을 거쳐 시정 등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할 계획이다.

또 적정한 범위 내에서만 이사비 등을 제시하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들기로 했다. 다만 ‘사회통념상’이라고 밝힌 적정 이사비에 대한 기준이 없어 논란이 있다. 국토부 당국자는 “앞으로 국토부 ‘정비사업의 시공자 선정기준’ 고시나 서울시 ‘공동시행 건설업자 선정기준’ 고시 등에 이사비 등 과도한 금액 지원을 제한하는 문구를 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정비사업의 시공자 선정기준’ 등 관련 제도를 빠른 시일 내에 개정하기로 했다. 건설사가 제시한 무상 지원 조건이 추후 공사비가 늘어나는 방식으로 조합원이나 일반 분양자에게 부담이 전가되지 않도록 조합이 직접 회계감사를 하는 게 골자다.

고액 무상 이사비와 별도로 시공사 선정이 과열된 강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정부 합동점검도 실시된다. 최근 서초구 한신4지구 등 재건축 단지에서는 건설사가 조합원을 개별적으로 만나 식사를 대접하고 선물을 준다는 제보가 쏟아지고 있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이 같은 불법행위를 단속하기 위해 관리감독 권한을 가진 해당 구청과 함께 현장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현대건설은 국토부 발표 직후 “관계당국의 정책 발표를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무상 이사비는 기업 이윤을 조합원에 공정히 돌려주고 신속한 사업 추진을 진행하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이었다”며 “지방자치단체 및 조합과 협의를 거쳐 이를 담보하는 수정안으로 이행보증증권을 조합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무상 이사비 규모를 축소하거나 도로 정비 등 다른 방식으로 조합원에게 환원하는 방법을 고민하겠다는 의미다. 당초 이사비 명목으로 책정한 총 금액은 1600억원이 넘는다.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경향비즈 바로가기], 경향비즈 SNS [페이스북]
[인기 무료만화 보기][카카오 친구맺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