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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허리띠 졸라맨 기아차, 25일부터 잔업·특근 없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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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건강·삶의 질 내세웠지만 판매 부진에 생산 조정 불가피

통상임금 판결로 하반기 손실 충당금 1조 적립도 부담으로 작용

기아자동차가 오는 25일부터 잔업을 전면 중단하고 특근도 최소화하기로 하고, 이 같은 내용의 공문을 노조에 발송했다고 21일 밝혔다. 생산현장에도 공고문을 게시했다.

기아차는 잔업 중단·특근 최소화에 대해 “추가적인 근로시간 및 심야근로 축소를 통한 근로자 건강 및 삶의 질 향상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여파로 인한 생산량 조정과 지난달 말 통상임금 패소에 따른 비용 부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는 올해부터 2개 조가 교대하는 ‘8+8시간 근무제’를 운영하고 있다. 잔업은 1조 10분, 2조 20분 등 총 30분이 추가돼 실제로는 8시간10분과 8시간20분을 근무했다. 그러나 25일부터 잔업이 없어지면 기아차 노동자는 온전히 8시간씩만 근무하게 된다.

회사 측은 근로자 건강 및 삶의 질 향상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업계에서는 판매 부진이 이번 조치의 주요한 배경이라고 본다. 해외시장에서의 업체 간 경쟁 심화에 따른 판매 하락, 재고 증가로 인해 생산량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특히 중국 시장 판매 감소는 수익성 악화에 결정타를 날렸다. 올 3월 이후 본격화한 사드 배치 여파로 지난 7월까지 기아차 중국 누적판매는 17만2674대로, 전년에 비해 52% 감소했다. 미국 시장에서도 차량 노후화에 따른 판매 감소, 수익성 하락 등으로 고전 중이다. 이 때문에 지난 상반기 기아차 영업이익은 7868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44% 하락했다.

하반기에는 통상임금 1심 판결로 1조원의 손실 충당금을 쌓아야 하기 때문에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1심 선고에 따라 정기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됨으로써 통상임금과 연동되는 잔업과 특근 수당도 인상될 가능성이 확실해졌다. 결국 미래의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한 차원에서 잔업과 특근을 사실상 폐지한 것으로도 분석된다.

잔업을 중단하고 특근을 최소화하면 3만명가량인 기아차 노동자는 개인당 연간 100만원가량 임금이 줄어들고, 사측은 300억원 정도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차 관계자는 “통상임금 선고가 났더라도 판매만 잘되면 어떻게 하든 공장을 더 돌리는 게 상식”이라면서 “팔리지 않는 차를 특근까지 하며 만들 필요가 없는 데다 정부도 근로시간 단축과 장시간 근로 해소를 권고하고 있어 이 같은 조치를 취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기아차는 특근·잔업이 불가피하게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는 필수 근무나 일부 특근 과다 공정 근무는 신규 인원 채용과 교대제 개편을 통해 해결하기로 했다. 인기 차종의 경우 인도 기간이 늘어나는 게 불가피해 소비자 불편도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김준 선임기자 j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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